만성 신부전증, 심장질환, 뇌졸중 등 다른 질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심하면 발을 절단해야 하거나 실명하기까지에 이르는 국민병 당뇨에 대해 저자는 몹쓸 병으로만 보이는 당뇨가 오히려 당신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년 당뇨지기 이영만이 전하는 당뇨 복음서 『오래 사는 병, 당뇨』. 당뇨를 친구삼아 유쾌한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당뇨 체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저자는 10년이나 당뇨를 앓아왔지만 그 기간 중 절반이 넘게 병을 방치했다시피 한 ‘불량환자’ 이다. 그런 저자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몸으로 직접 실험하며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며 깨달은 사실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뇨를 친구로 삼고 평생 함께 가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당뇨가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인 당뇨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역설적이다. 하지만 당뇨 환자로서 필수적인 당뇨 수칙을 지키다보면 자연히 건강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리. 또 그 상태를 평생 지속해야 하니 당뇨 환자는 어찌 보면 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직업이 있는 직장인이 매일 풀만 뜯어 먹고 죽어라 운동하며 건강만 관리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실제로 저자 또한 바쁜 직장인으로서 신문사에서 일하며 술과 담배를 벗 삼아 하루 단위 마감을 지키며 눈코 뜰 새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요즘 그는 약속을 잡을 때 일부러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잡아 운동 삼아 걷고, 음식 또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가려 먹으며 즐겁게 산다. 따로 시간을 내서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또 일부러 건강식품만 찾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술과 담배, 그리고 기름지고 단 음식을 무턱대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자는 그럴 때는 ‘한없이 쩨쩨해지라’고 조언한다. 병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쩨쩨해져야 하는데, 이를 부끄러워 말라는 것이다. 남이 권한다는 핑계를 대며 당뇨 관리에 소홀했던 사람이 새겨들을 만하다.
훈계만 늘어놓는 의사에게 발끈하고 건강 수칙을 알면서도 못 지키며 좌절했던 모습 등, 당뇨 환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 재미있고 쉽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쓴 일반 환자로서의 당뇨 체험기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다. 의사는 병을 알지만 그 병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하므로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환자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하는 심리적·육체적 체험이 그대로 녹아난 이 책은 이제 갓 당뇨병에 입문한 초보자부터 당뇨 고급반까지의 모든 환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이영만 / 페이퍼로드 /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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