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클린, 실제는 구태정치

“당의 공식입장은 대법원 공식판결을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지난 24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와의 연락을 취해봤으나 당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한정씨의 파문으로 18일 국회 회견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어 버린 문대표. 지난 19일 수유리 4ㆍ19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었으나 이동 중 “몸이 너무 좋지 않다”며 돌아갔으며 22일에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총선 지역구 출마자 오찬 간담회에 취재진이 기다린다는 보고를 받고 차를 돌려버리기까지 했다. 문대표의 잠적은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한정씨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공·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되고 6억원 당비납부사실이 일파만파로 퍼지기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비난여론의 등살을 이기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끊임없이 비판해오며 여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을 꺾고 화려한 행보를 해온 문대표의 ‘클린 이미지’가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적 결벽 증세라 불릴 만큼 유달리 깨끗함을 주장하던 문대표의 투명 날개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접은 것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가? 검찰조사가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찰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
오랜 잠행 끝에 기자회견을 열은 문국현 대표의 첫 번째 화살은 바로 경찰이었다.
“전과기록을 경찰이 알려주지 않는 한, 조그만 신생정당의 공천심사위원들이 그 사실을 찾아내기란 너무나 어렵다”며 “저희 당은 비리경력을 공천배제 기준으로 정한 바 있어 전과사실만 알았어도 반드시 탈락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손해배상 청구”
또한 “창조 한국당은 어떠한 부정과 비리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1년 만기의 합법적인 당채 발행 및 매입 과정을 불법 공천장사로 덧칠하지 말라”며 “과도한 검찰수사는 이재오 부활을 위한 문국현과 창조한국당 죽이기 시도이며 자신과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한정 파문을 정리하는 문대표는 경찰 손해배상, 정치탄압이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들을 쏟아냈다.
거침없는 신예 정치인 문국현 의원의 당돌한 정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신인이나 다름없었던 문후보가 대선에 뛰어든 지 20여일만에 5.8%의 1,375,498표를 얻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집권여당의 실세인 3선의 이재오 의원을 꺾어 버렸다. 짧은 시간과 보수언론의 견제, 막판 단일화 압력과 부족한 자금과 조직 등을 감안하면 그의 정치성적표는 기대이상, 상상이상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한킴벌리라는 친환경 이미지 기업을 10년이나 운영해온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것과 ‘사람 중심 경제’를 주창하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된 것이다.
그러나 구태 정치를 비난하던 문 대표가 기존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책임한 ‘모르쇠’를 일삼았다.
문 대표는 허위 학력ㆍ경력을 공표한 이한정(57)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공천의혹이 일자 “잘 모르는 일이며, 이 당선자 공천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총선 기간 동안 계속 은평에 가 있었고, 워낙 (비례대표를)하시겠다는 분이 별로 없어 어쩌다 그런 분을 껴안게 됐다”고 미심쩍은 해명했다.
또한 검찰조사에서 이 당선자가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이후 아는 지인 2명에게 창조한국당이 발행한 채권 5억5000만원과 4000만원어치를 구입하게 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잠적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창조한국당의 정치적 윤리관도 의심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1석이라고 챙기자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창조한국당 측이 대법원에 이 당선자 당선무효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당선자를 제명해 무소속의원이 되게 해서 의석을 잃는 대신 의석을 유지할 수 있는 당선무효 소송해 그의 국회입성을 막겠다는 꼼수라는 것이다.
클린 이미지에 감춰진 꼼수
그러나 이 같은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창조한국당의 당원들은 잠적한 대표대신 직접 나서 ‘답답하다. 알지 못한다. 대표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관례적인 멘트만 쏟아냈었다.
대표의 잠적으로 인해 당은 폭탄이 투하된 듯 충격의 패닉상태에 빠졌었다. 책임을 져야하는 대표의 잠행은 꼬마정당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었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 대표는 지난 25일에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한 부분들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결백에도 불구하고 창조한국당과 문 대표에게 의혹의 불씨가 바람을 타고 있다.
꼬마정당 창조한국당의 유일한 간판인 문대표.
당혹스러운 사건이 터지자 10여 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온 책임 리더 자질이 사라진 듯 보인다. 기성 정치인과 구태 정치의 변화를 요구했던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제 그의 변화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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