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이인영 복권사업팀장이 최근 6년간 주택복권과 로또복권 1억원이상 고액 당첨자 3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돈벼락’맞는 꿈은 역시 조상꿈인 것으로 밝혀졌다. 재미있는 것은 ‘대박’을 향한 욕심에는 남녀노소가 없다는 사실이다.11일 오후. 종로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로또를 사려는 한 노인을 만났다. 허름한 차림에 얼핏봐도 일흔은 넘어보이는 이 노인은 로또 판매점 주인에게 무슨 얘기를 주절 주절 한참 늘어놓고 있었다. 들어보니 ‘꿈’얘기였다. 노인은 “어젯밤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집으로 찾아와서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꿈을 꾼 후 그는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노인의 꿈얘기를 들은 자식들의 생각은 달랐다고 한다.자식들은 하나같이 노인에게 ‘조상꿈을 꾸면 무조건 로또를 사야한다’고 강조했다는 것. 로또를 사본적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로또라는 이름 자체도 생소한 70대 노인이 ‘등떼밀리다시피’ 로또를 사러온 연유는 바로 자식들의 성화때문이었다. 노인은 “이 나이에 무슨 큰 행운을 기대하고 이걸 사러 왔겠나. 꿈을 꾼 사람이 직접 사야된다고 해서…” 라고 얼버무렸지만 ‘조상꿈은 대박꿈’이라는 복권 판매점 주인의 말에 내심 상기된 표정이었다. 노인이 돌아간 후 복권판매점 주인은 “겉으로는 자식 핑계대지만 저 노인은 대박 꿈에 부풀어 잠도 못잘 것”이라 귀띔했다. “멋쩍어서 자식 핑계대며 오는 저런 노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로또가 뭔지도 모르는 팔십 노인들도 꿈 얘기를 하면서 직접 로또를 사러온다”는 그는 “내일 죽을 것 같은 노인들도 ‘대박’이라는 말에는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솔깃해하더라”며 웃었다.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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