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변신 비밀’ 베일을 벗긴다
박근혜 ‘변신 비밀’ 베일을 벗긴다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04-28 16:46
  • 승인 2008.04.28 16:46
  • 호수 73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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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끝내고‘여의도’출현
친박 의원들의 복당문제와 관련해 칩거하던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지난 4월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침묵’을 깨고 지난 25일 여의도에 출현했다. 박 전 대표는 7월 전당대회 불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친박계의 복당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해야 한다”면서도 ‘과잉수사, 야당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선별 복당 주장 역시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편, ‘매파의 수장’ 이재오 최고의원이 6월1일 미국행 유학을 결심한 것으로 <일요서울> 단독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 모든 것이 박 전 대표의 ‘침묵의 정치’ 끝자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제가 이번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 (당을) 나간 그 분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

국회 의원회관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표의 말엔 날이 서있었다. 강재섭 대표의 복당 불가 언급과 관련, “공당인 한나라당이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최고위원회의 등 공적인 절차를 밟아서 정식으로 공적으로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침묵의 마술사’ 입을 열다

박 전 대표는 또 복당 후 계파정치 우려 시각에 대해 “다 이유가 안 된다. 결국 사적 감정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각의 선별복당 주장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대통령이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당에 맡기셨기 때문에 이건 강 대표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공천 과정을 “구태 정치로의 회귀”라고 비판한 뒤 지원유세를 거부하고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만 머물러 온 박 전 대표는, 총선 직후 탈당한 측근들의 즉각 복당을 정면으로 요구한 뒤 그동안 삼성동 자택에 사실상 칩거해 왔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이재오 의원을 겨냥한 날카로운 독설과 이어진 ‘침묵의 정치’로 경선 패배 이후 수세에 몰렸던 당내 역학구도를 바꾼 바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MB가 이재오 최고위원의 힘을 비대화시켜 친박진영을 고사시키려고 한 것을 좌시할 수 없었고, 결국 박 전 대표는 살기위해 사력의 방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박 전 대표에게 ‘침묵’은 생존본능인 셈이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박 전 대표의 생존 본능, 즉 ‘침묵의 정치’의 백미(白眉)는 4·9 총선이었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의 공천탈락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폭탄 선언 후 지역구에만 머무는 ‘침묵의 정치’로 거센 ‘박풍(朴風)’을 몰고 왔다. 박 전 대표 최측근인 이정현 당선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기간 내내 지지율 80%가 넘는 자신의 지역구에만 있었다는 것은 사실 ‘침묵의 정치’를 편 것이다. 그 침묵은 웅변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는 총선직후 친박계의 복당문제가 암초에 부딪치자 또 다시 ‘침묵의 시위’에 들어갔다.


친박연대 검찰수사로 ‘침묵’ 명분 약화

박 전 대표가 22일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과 청와대 만찬에 불참할 때 만해도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예상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왜 일까? 임시국회 참석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양정례 당선자 모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친박 진영 전체의 향후 진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친박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청와대 만찬 불참 등의 행동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및 당을 향해 불만을 표시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측근들의 복당문제를 전면에서 해결하고자 했던 구실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박 전 대표도 25일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면서 친박연대와 서청원 대표를 차별화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그 분들이 제 이름을 걸고 했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총선에서 ‘쾌거’를 이룬 친박인사들은 지난 11일 대구에서 박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단일행동을 선포했지만 이후 ‘양정례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주춤하는 양상이다. 친박연대 핵심 관계자는 “친박계가 비리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 외부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가면 시간이 지체될수록 박 전 대표와의 연계성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의 시위’는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일요서울>의 단독취재 결과 박 전 대표의 정적인 이재오 의원이 미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은 “이 의원이 6월 1일 미국으로 떠난다. 1년 가량 머물 예정이지만 귀국 시기는 약간 앞당겨 질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측근 저녁모임에서 ‘대통령이 5월말까지 마음대로 진로를 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이 의원 측은 미국 유학설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정무특임장관과 정치특보직에 ‘비둘기파’ 기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박 전 대표에겐 호재다. 맹형규, 박희태, 김덕룡 의원 등은 한나라당 계파 갈등을 대화 및 상대방 인정으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그동안 드러내왔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이들이 이 대통령과 박 전대표간 대화의 가교를 놓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B와 회동 “계획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녀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박 회동은) 연락받은 것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25일 취임식 리셉션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이후 박 전 대표가 당 공천 과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탈당한 측근들의 `즉각 복당’을 정면으로 주장하며 양자 관계는 급랭했다.

그러나 청와대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친박복당에만 너무 얽매이다보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이-박 회동은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침묵의 정치의 대미(大尾)’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장식될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청원, 양정례 돈 ‘꿀꺽’ 의혹

친박연대의 총선 홍보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양정례 당선자 측에게 15억 5000만원을 빌렸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서청원 대표, 그러나 <일요서울>취재 결과 4·9 총선기간 중 친박연대 홍보를 맡은 광고기획사은 ‘후불’을 조건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의 핵심 관계자 A씨는 지난 22일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홍보대행사 선정과정에서 3,4개 광고 대행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서 대표가 ‘후불’ 즉 선거가 끝난 후 홍보비용을 지불한다는 요구조건을 내놓는 바람에 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따라서 서 대표가 홍보비를 갚기 위해 급하게 거액을 빌렸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며 “입찰을 포기했던 업체들을 조사하면 공천 대가성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을 더하는 것은 에 서청원 대표의 부인 이선화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정례 당선자로부터 빌린 돈 15억5000만원 가운데 13억원 이상이 이미 신문방송 홍보비 명목으로 이 회사로 들어갔다는 것이 친박연대 측의 주장이다.

친박연대 핵심 A씨는 이와 관련 “통상 비용과 달리 비싸게 계약했을 것”이라고 말해 홍보비용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양정례 측 비례대표 공천 앞두고 30억원 인출

양정례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씨는 4.9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앞둔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30억원대 고액 수표를 10만원권 등 소액 수표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을 전후해 양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씨는 자유선진당에도 비례 대표 앞 번호를 조건으로 거액을 ‘베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핵심 A씨는 “김씨가 ‘30억원을 제공하고 아들을 비례대표 4번으로 넣는다’는 조건으로 자유선진당에 접촉했다 결국 무위로 끝났다”고 밝혔다.

한편, 양씨의 공천을 사실상 중개한 이모 회장이 공천헌금과 관련해 언급한 육성파일도 등장했다. 이 육성파일에 따르면, 이모 회장이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대가로) 20억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대답하자, 김씨는 “내가 돈이 없어서 좀 깎아야겠다” 며 거액의 공천헌금에 부담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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