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부대가 정치판 바꾼다
외인부대가 정치판 바꾼다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4-22 14:11
  • 승인 2008.04.22 14:11
  • 호수 730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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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 ‘무소속 쟁탈전’
박지원 · 김무성 (연합)

18대 총선 이후 무소속 당선자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조금 넘긴 상황이어서 이들의 선택 여부에 따라 정치권의 판도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의석수 18석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단 2석을 남겨놓은 자유선진당도 남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친 박근혜 측 무소속 당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2개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

한나라당 당직자의 말이다. 이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이 이들의 복당을 끝까지 반대할 경우 일부는 자유선진당으로 가고, 일부는 제3세력과 연대해 자체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9 총선을 통해 당선된 무소속 당선자는 역대 최다인 25명이었다. 이중 친박 성향 무소속 당선자가 12명,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는 호남 무소속이 6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순수 무소속은 6명이고, 충남에서 이인제 의원이 당선됐다.

순수 무소속 성향은 김세연(부산 금정) 강길부(울산 울주) 송훈석(강원 속초·고성·양양) 최연희(강원 동해·삼척) 최욱철(강원 강릉) 김광림(경북 안동) 당선자지만 좀 더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친한나라당 성향이 강하다.

고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당선자는 “한나라당 대응을 지켜보겠다”며 여당행을 1순위로 고려중이고 강길부 송훈석 당선자는 한나라당 공천 신청에서 탈락했다. 최욱철 당선자는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소속이었고, 최연희 당선자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25명 중 7명을 제외한 18명은 이념 성향 상 보수에 가깝고 확실한 민주당쪽은 6명이다.

4·9 총선 이후 정계개편의 진원지로 꼽히는 무소속 당선자들의 향후 행보를 ‘숫자’를 중심으로 예상해 봤다.


숫자로 본 무소속 행보

무소속 당선자들 중 당분간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걸을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이인제 의원이다. 민주당 공천에 불복해 독자 출마한 이 의원은 그 간 잦은 당적 변경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최연희 당선자도 한나라당 등 정당 입당설이 나돌고 있지만 과거 성추행 논란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2명을 더 영입해야만 한다. 한나라당 아성인 영남권 보다는 강원 등 중부 지역의 무소속 당선자 영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남권에 힘을 더 싣기 위해선 이인제 의원 영입도 예상된다.

153석을 획득한 한나라당은 4명의 의원들만 더 영입하면 국회 모든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157석을 달성할 수 있다.

친박 측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 복당이 이뤄지거나 강길부 김세연 당선자 등 친한나라당 중립 성향 인사들만 받아들여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최근 “무소속 당선자 영입을 통한 인위적인 세 불리기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통합민주당 복당을 바라는 호남권 무소속 당선자들의 숫자다. 강운태(광주 남구) 이무영(전북 전주 완산갑) 유성엽(전북 정읍) 박지원(전남 목포) 김영록(전남 해남·진도·완도)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당선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모두 민주당에 들어갈 경우 의석수는 87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친박 성향 무소속 당선자들은 리더격인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을 비롯 유기준(부산 서구)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경재(인천 서구 강화을) 한선교(경기 용인·수지) 김태환(경남 구미을) 성윤환(경북 상주)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 이진복(부산 동래) 유재중(부산 수영) 최구식(경남 진주갑) 당선자 등 12명이다.

이들이 친박연대(14석)에 입당하거나 친박연대와 연대할 경우 충분히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와 관련 “5월 중순부터 각 교섭단체별로 배분 협상을 시작하는데 만약 복당이 안 되면 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들이 연합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개별 복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친박 연대가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이 중 절반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25명의 무소속 당선자 중 친박 무소속 연대 12명과 중립 지역 6명은 친한나라당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모두 한나라당에 합류할 경우 한나라당은 당장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이 된다. 친박연대까지 여당에 들어가면 당초 총선 압승 계획대로 185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절대 권력’을 누릴 수 있다.


#<표> 무소속 25명 성향 분류표

친박 무소속연대 (12명)
김무성 유기준 이해봉 이경재 한선교 김태환 성윤환 이인기 정해걸 이진복 유재중 최구식

친민주당 (6명)
강운태 이무영 유성엽 박지원 김영록 이윤석

친한나라 중립성향 (6명)
김세연 강길부 송훈석 최연희 최욱철 김광림

독자행보 (1명)
이인제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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