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억 실탄 확보 명예회복 의지 불태운다
6백억 실탄 확보 명예회복 의지 불태운다
  • 김대현 
  • 입력 2006-06-07 09:00
  • 승인 2006.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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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가 연구 재개와 관련,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나서 학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박사는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에 앞서, 서울대 교수직까지 박탈당함으로써 사실상 과학자로서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황 박사를 돕겠다고 나선 독지가들이 600억원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사분오열’ 직전까지 갔던 황 박사 지지 세력과 측근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특히, 일부 측근들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부근에 임시 연구소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독지가들이 지원키로 한 지원금 중 일부가 이미 황 박사측에 전달됐을 개연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수백억원을 지원한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배가되고 있다. 언론의 접촉을 차단한 채 은밀하게 추진 중인 황 박사의 연구재개 움직임과 6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3인의 실체를 추적했다.





“제가 지금 언론인과는 연락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에 통화합시다.”5월 31일 황우석 박사는 여러 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한 취재진을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자신을 ‘희대의 사기꾼’으로 묘사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묻어났다. 황 박사가 이처럼 언론을 기피한다고 해도 ‘뉴스 메이커’에서 ‘해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만간 연구를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탓이다.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박사는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본격적인 연구재개 움직임을 보여 왔다. 물론, 과거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과 달리, 기자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부분이 다른 점이다.

황 박사 언론 접촉 기피

황 박사 측근들에 따르면, 황 박사가 조만간 연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며 임시 연구소 등을 마련 중에 있다. 언론 창구역을 맡을 측근 인사도 내정했다고 한다. 황 박사가 조심스런 행보를 취할수록 줄기세포 연구 재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던 황 박사 자신도 연구 재개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5월 26일, 자신의 변호를 맡은 이건행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서린’ 개소식에 참석해 “연구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황 박사는 최근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대외적인 활동에 치중,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취재진이 황 박사의 자택인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S아파트를 찾았을 당시에도 집은 비어 있었다. 아파트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조차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우리도 황 박사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하균 회장도 “황우석 박사는 반드시 국내에서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며 “연구를 위한 본인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황 박사가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는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줄기세포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황 박사의 연구 의지와 달리 준비단계서부터 법적인 제약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산적해 있다. 우선, 황 박사는 이미 서울대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동시에 최고과학자의 지위도 상실한 탓에 국내에서 그가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은 사라졌다. 최고과학자에게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줄기세포 연구도 제한을 받아야하는 처지다. 검찰 조사결과 연구비 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금도 본인이 마련해야만 한다. 황 박사가 처한 난관을 극복할 단초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던 불교계에서 시작됐다. 위기에 직면한 황 박사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온 것. 조계종 설정스님은 5월 9일 봉은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황 박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명의 기업가와 1명의 스님이 지원의사를 밝혀왔다”고 공개했다.

3명의 독지가가 황 박사에게 6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연구 재개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독지가의 신원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검찰 등 일부 사정기관 관계자들을 통해 기업 정보가 확인단계에 와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 A씨는 “황우석 박사를 지원하기 위해 뛰어든 회사는 외국계 T사와 상장기업 K사라는 정보가 있다”면서 “불교계에서도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확인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2개 기업서 150억씩 지원

부동산을 기부키로 한 스님의 경우 그 액수가 3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또, 2인의 기업가는 각각 150억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미 지원금의 일부가 황 박사측에 전달됐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황 박사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건행 변호사는 6월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준비 단계에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T사와 K사가 지원키로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했다.

이 변호사가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두 기업을 ‘강하게 부인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황 박사측은 이미 600억원을 지원키로 한 독지가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게 될 경우 불어 닥칠 파장을 우려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결국, 황 박사측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정부의 허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1차적인 문제였던 연구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 황 박사 측근들은 독지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임시 연구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연구소 개소와 관련,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계약까지는 잘 모르지만, 새 연구소를 물색하러 갔다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소 문제는 해결 단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박사 지지에 앞장섰던 P씨도 “외국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이 왔지만 황 박사는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미 국내 여러 곳에 연구소가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P씨는 또, “무균 돼지 등을 연구하려면 최소 몇 만평의 농장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황 박사는 무균돼지에 관한 연구를 가장 먼저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 체세포 배아줄기 세포 연구 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에 무균돼지 난자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의사면허를 소지한 연구원이 맡아야 하기 때문에 황 박사가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황 박사 지지자들과 사정기관 관계자들이 지목하는 임시 연구소의 위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모 빌딩이다. 임시로 마련될 연구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계약금액과 건물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언론사의 취재 경쟁만 달아오른 형국이다.황 박사가 언론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언론에 노출될 경우, 도덕적 논쟁과 법적 공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최근 들어 황 박사 지지층이 양측으로 갈려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황 박사 지지에 앞장섰던 ‘황우석 지지 국민연대(황지국)’ 등이 “황우석 박사와 관련된 진실을 캐내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면서 고소·고발 등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황지국 우동일 대표는 “우리 스스로가 황우석 박사의 허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 죄과가 크다”며 “이제 더 이상 사기꾼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황 박사는 더 이상 애국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지국은 최근 ‘황우민족연대’측 서울시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홍보물을 배포한 백 모씨를 고발한 바 있다.황 박사가 줄기세포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물적 지원과 더불어 일명 ‘황빠’라고 불리는 지지자들의 지원이 연구 재개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담배 소송으로 유명세를 떨친 배금자 변호사도 “지금에 와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면서도 “황우석 박사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검찰 수사 결과를 에둘러 비판했다.

중국 등 외국행 변수도 있어

황 박사가 은밀하게 추진 중인 국내 연구 재개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중국 등 외국행(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앞서 논문조작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일 당시에도, 황 박사팀은 중국과 스웨덴 등지에서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한중경제문화교류재단을 운영하며 황 박사를 지지해온 김 모씨 등이 중국 진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카페 회원들의 입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측근은 “중국으로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황우석 사태’의 진실은 검찰 수사에 의해 일단락 됐지만, 황 박사를 둘러싼 연구재개 논쟁은 또 다시 우리 사회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 황우석 박사 변호인 이건행 변호사 전화 인터뷰 “임시연구소 물색 진행중”

황우석 박사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사람은 이건행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6월 20일부터 진행될 황 박사 공판을 전담할 인물이다. 또, 현재 황 박사의 거취와 관련 언론과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황 박사와 연결되곤 한다. 극도로 대외활동을 자제해온 황 박사도 이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개소식에 참여할 정도로 돈독함을 유지하고 있다.

황 박사가 연구 재개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이 변호사를 통해 연구소 개소 등과 관련된 입장을 들어봤다.

-연구재개 움직임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 이제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뭐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가 곤란하다. 아직은 구체적인 게 (언론에) 나오면 안 된다.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언론과의 접촉은.
▲ 본의 아니게 언론 접촉도 내가 도맡다시피 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언론 창구가 생길 것이다. 내부적으로 결정이 났다. 곧 최종 결정이 나면 그 분과 연락을 해야 할 것이다.

-양재동 소재 임시 연구소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 연구를 재개하기 위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600억원 지원금은 어떻게 처리되나.
▲ 지원금 부분은 내가 말할 문제가 아니다.

-T사, K사가 지원금을 주는 기업인가.
▲ 이러한 소문은 사실 무근이다. 잘 모른다.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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