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둘러싼 ‘5월 위기론’ 심상찮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액턴 경은 교황의 절대주의를 빗대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MB)은 안도해야하는 걸까? 대선의 절대적인 지지율에 비해 이번 총선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MB.
대선의 기세를 몰아 최소 200석은 넘어야 했던 총선 의석수가 과반석을 겨우 넘겼다. 이같은 결과는 ‘강부자’ ‘고소영’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표출된 결과다. 정계 일각에서는 MB정권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 할수록 정계개편의 압박은 더욱 커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실제로 MB정권의 뇌관은 따로 있다. 친박, 대운하, 대북관계다. MB의 ‘5월 위기론’이 대세를 이루는 이유다. MB는 뇌관을 밟지 않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MB의 위기론 그 실체를 추적해본다.
MB의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한때 200석 운운하던 의석이 겨우 과반 턱걸이를 했다. 총선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한 것 아니냐.
그런데도 (대통령 주변의) 아무도 ‘이건 진 겁니다’라고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MB의 총선 성적은 중간점수다. 부모(당)의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선생님(국민)들의 생각보다는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당내 갈등이다. 바로 MB의 위기론의 첫 번째 실체는 친박과의 갈등이다.
측근 정두언 의원도 쓴소리
중앙일보는 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와 함께 지난 10~11일 총선 패널 2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MB에게 바라는 가장 큰 리더십은 ‘안정적인 화합(43.7%)이 ‘실무 CEO형’(29.2%), ‘강력한 국정 추진형’(23.4%)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안으로는 친박과 당내 갈등과 ‘고소영’이라는 일부 계층만을 포옹한 MB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국민화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최근 친박세력의 반발이 수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 공천파동건으로 한때 서청원 대표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설이 나돌자 ‘정치적 탄압’이며 ‘박근혜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또 그들의 국모격인 박 전 대표도 칩거하며 MB와의 대화채널을 차단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MB와의 청와대 면담설에 대해 “현직 대표도 아닌 전직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그렇더라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복당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그 문제를 제외한다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췄다.
그러나 복당문제는 한나라당내에서 크게 세 가지 목소리를 나고 있다. 친이 측은 ‘복당 불허’, 친박근계는 ‘무조건 복당’ 친이계 중에도 ‘선별 복당’을 주장하는 온건론자들이 있다. 이처럼 당내에서는 각기 친이와 중도 친이, 반친박 등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세 동강, 두 동강 가능성이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박세력의 복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어 MB의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서 결과에서도 친박연대 혹은 무소속 당선자들의 행보에 대해선 ‘한나라당에 복당해야한다’ 33.3%, ‘독자 정당을 창당해야한다’ 27.2%, ‘다른 정당과 통합해야한다’ 17.3% 순으로 응답했기 때문이다.
MB 브랜드 가치까지 하락
MB의 두 번째 위기는 대운하 관련 갈등이다. 경향신문이 지난 14일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 153명 중 연락이 닿지 않은 9명을 제외한 144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적극 찬성 의사를 표시한 당선자는 35명(24.3%)에 머물렀다.
여론을 반영한 수정·보완을 조건으로 찬성한 경우(13명·9.0%)까지 포함할 경우 48명(33.3%)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운하 건설에 긍정적인 당선자는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또한 당내에서도 친MB에서조차 대운하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4.9 총선에서 ‘대운하 전도사’인 이재오 의원이 낙마한 것은 민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당내 대운하 반대를 천명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가 대거 당선 된데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MB는 미국 CNN 안자리 라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질문에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다. 여러 내륙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대운하는 이 모든 사안들을 태클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계획”이라고 말해 무리수를 두고서라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식 추진력이 대운하에서 발휘된다면 나라전체에 예상치 못한 커다란 돌발 변수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운하 건설은 MB 정권의 발목잡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대 뇌관 잠복 경우의 수 산적
마지막으로 대북관계이다. 북한은 지난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역도’ ‘매국역적’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 지난 3월27일 개성공단 남측 당국자 추방으로 시작된 북한의 전방위적 공세로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이 정면 도전을 받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관계에 대해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에이단 포스터-카터 리즈대 명예 선임연구원,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 일간 르몽드의 필립 퐁스 주일특파원 등은 일제히 “지난 10년 간 햇볕정책이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문을 약간 열어놓았다”며 “새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해외에서 바라보는 안보불안의 시각은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를 막아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침제를 가져온다. 이에 MB의 대북관계는 깊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MB는 친박, 대운하, 대북이라는 3대 뇌관을 안고 있다. 이는 결국 당 화합, 국민설득, 외교안정 라는 3대 난제를 과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정계관계자들은 MB가 3가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탄핵정국처럼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MB는 3대 난국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 바꾸어 난국을 기회로 생각해도 된다” 며 “MB는 지금 위기이자 기회이며 기회이자 위기”라고 꼬집어 말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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