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죽지 않겠다”
“이대로는 죽지 않겠다”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4-22 11:16
  • 승인 2008.04.22 11:16
  • 호수 73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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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폐기’ 위기 몰린 낙선 거물들

지난 4·9 총선 결과는 진보진영의 위기로 받아들여졌다. 통합민주당의 거물인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 김근태 의원이 서울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온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두 의원도 선전했지만 마지막 고개를 넘지 못해 쓴 맛을 봤다. 한편에선 이들의 ‘용도폐기’ 가능성이 들려온다. 와신상담을 노리는 야권 낙선 거물들의 생존 전략을 취재했다.

“우리도 노회찬 의원이 인물이라는 건 알지요. 하지만 워낙 이곳 아파트 값이 오르다보니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막상 뚜껑이 열리니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4년 후 기다리겠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음식을 파는 한 노점상의 말이다. 이곳은 4·9 총선에서 진보정당 노 의원이 한나라당 홍정욱 당선자에게 석패한 곳이다.

여론조사에선 박빙의 우위를 보였지만 ‘뉴타운 공약’ 등으로 막판 결과가 바뀌었다는 게 노 의원 측 주장이다.

노 의원은 지역에서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노원 주민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원외에서 제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기대를 걸었던 심상정 의원도 “낙선 인사를 하러 돌아다니며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며 “진보신당은 과도 정당이었던 만큼 원점에서 시작해 진보정당을 재창당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두 의원의 낙선은 뼈아프지만 당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희망을 나타내며 “2010년 지방선거나 2012년 대선에선 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뿐 아니라 통합민주당도 당을 대표했던 거물 인사들이 적지 않게 낙선했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던 정동영 전 장관은 ‘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서울 동작을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게 패했다. 지난해 대선에 이은 연이은 패배여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전 장관 주위에선 미국 등 유학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추미애 전 의원이 그랬듯 한동안 외국에 체류하며 내공을 다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 전 장관 쪽 인사는 “정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도 적지 않게 낙선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일선 정치에서 한 발 빼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패한 손 대표도 와신상담을 꿈꾸고 있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면서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당권도전을 포기한 상황이다. 전대 이후에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활동하겠다는 것.


“정계은퇴는 없다”

손 대표 쪽 측근은 “그래도 종로에서 막판 많이 따라갔고 선거 결과도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 며 “일단 당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선 손 대표가 이번 총선을 이끌며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선두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 ‘재야파’의 수장인 김근태 의원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맞상대 후보가 뉴라이트의 젊은 리더인 한나라당 신지호 당선자라는 점도 뼈아프다.

선거 직후 일주일 정도 쉬던 김 의원은 최근 들어 지역구 인사에 다시 나섰다.

김 의원 쪽 관계자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면서 “장영달 의원도 낙선하는 등 민주화운동 그룹이 힘을 잃은 상태여서 분위기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나도는 ‘정계은퇴’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력 부인하며 “당 안에서 역할을 찾기 위한 방안이 논의 중이며 건강이상설도 사실 무근”이라고 덧붙였다.

4·9 총선에서의 낙선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야권의 정치 거물들이 생존의 탈출구를 어떻게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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