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춘투 권력충돌 ‘블랙홀’
정치판 춘투 권력충돌 ‘블랙홀’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04-22 11:05
  • 승인 2008.04.22 11:05
  • 호수 73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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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력지형 재편 막전막후
2007년 3월 안국포럼에서 당쇄 신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수사로 ‘침묵의 행보’에 들어간 박근혜 전 대표는 MB와의 회동이 실패할 경우 최측근 총동원령을 내려 기선제압에 나설 태세다. 한나라당 주류 측은 일부 ‘비둘기파’의 유연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친박 복당 불가론’이 대세다. ‘매파’ 일부에서는 ‘18대 국회개원 전에 친박계의 결집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5월 거사설 (친박의 세몰이 조기차단)’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MB)은 방미 전 이재오 의원에게 ‘5월말까지 기다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정치판이 춘투(春鬪)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그룹은 일괄적으로 행동하겠다”

친박 무소속연대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말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송영선 의원과 홍사덕 당선자 등은 이미 서청원 대표와 선을 그었다. 친박연대는 이미 균열되고 있다. 권영세 사무총장-이명규 제1사무부총장 기용으로 친박복당에 다소 유연해지던 당내 분위기도 다시 강경해지고 있다.


안국포럼 첫 회동, ‘5월 거사’ 솔솔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출신인 백성운 당선자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복당 문제는 이미 당 대표가 발표한 그대로”라며 친박계의 복당불가 입장을 밝혔다. 강재섭 대표는 “친박 복귀는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MB의 최측근인 안국포럼 멤버 10여명이 지난 14일 첫 회동을 가졌다. 조해진, 이춘식, 정태근, 강승규, 백성운 등 18대 총선 당선자와 ‘55인의 난’의 주역인 정두언 의원도 참석했다. 이날 회동을 주선한 백성운 당선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밥 한번 먹은 것으로 의미를 별도 둘 필요는 없다” 며 당선 축하, 낙선 위로 모임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낙선으로 구심점을 잃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세력화 여부는 여권 내 힘의 균형을 일거에 바꿀 수도 있다. 백성운 당선자도 “(안국포럼 멤버들의)역할은 점점 커져야 한다.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며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친박 측과의 대결에서 전위대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박계가 모두 복당하면 박근혜계는 60여명, 단순 숫자로는 친이 주류에 못 미치지만 맨 파워와 결속력 면에선 박근혜계가 한나라당 최대주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MB직계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18대 국회 개원 전인 다음 달까지 친박의 세 결집을 막아야 한다. ‘5월 거사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안국포럼의 좌장인 백 당선자는 “소설을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 며 “(당권은) 전체 돌아가는 것 보고 판단할 것이며,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신소장파 측 한 관계자는 이들의 회동에 대해 “세력 결집에 나섰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MB “이재오, 5월말까지 기다려”

이 관계자는 특히 “(신소장파와 주류 매파를 중심으로) 친박의 세 확장을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그 시기는 다음 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4·9총선에서 낙선 후 잠행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6일 측근 저녁모임에서 던진 한마디도 의미심장하다. MB가 이 의원에게 ‘5월말까지 마음대로 진로를 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MB의 최측근은 “이재오 의원 측에게 물어봤더니 미국 유학 계획은 없다고 했다”면서 “국내에 머물면서 친이계 의원, 특히 소장파의 구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복당 갈등과 오는 7월 전당 대회를 앞둔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에는 다음 달 거센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CBS가 지난 1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당 대표 선호도 전화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는 56.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위 정몽준 의원(22.3%)을 배 이상 따돌렸다.


친박 복당 놓고 세몰이 징후

친박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직접 당권에 도전하는 것 보다 김무성 의원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 의원의 복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 역시 “복당이 안 된다고 한다면 아직도 공천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이고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복당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당내 갈등이 증폭될 경우 박 전 대표의 선택을 놓고 벌써부터 추측성 시나리오들이 나돈다. 박 전 대표가 친이와 딴 살림을 차릴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박 전 대표는 탈당보다는 김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를 당외 세력으로 두고 당 안팎의 친박세력 총동원령으로 행동통일에 나서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4·9총선에서 이미 박 전 대표는 실제적으로 두 살림을 꾸리면서 당내 주류들을 압박한 바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어떤 경우의 수를 택하더라도 주류측, 특히 MB친위대와의 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여권 ‘매파’가 단일 세력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여권 관계자는 “안국포럼 멤버들조차 백성운, 이춘식과 권택기 그리고 정태근, 조해진의 의견이 나눠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차기 당권에 대한 입장도 제각각이다.

이춘식 당선자가 “차기 당권은 정몽준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한 반면 권택기, 김용태 당선자는 “당 화합의 적임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정태근,조해진, 강승규 당선자는 “차기 대권 주자는 부적절하다”며 “실무적으로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5월 거사’의 한계와 향방

여기에 수도권 초선 당선자 중심의 신소장파들도 독자적 세 규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임태희, 김형오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5월 거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소장파부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기에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원로 그룹이 오히려 친박계를 활용해 당내 강경파 견제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5월 거사’의 장애물이다. 권영세-이명규의 ‘비둘기파’라인이 이방호 등 ‘매파’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친박으로 주류 내 강경파를 견제하자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셈법이 적용될 경우 여권 주류와 친박계가 극한 대결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범(汎)주류라 할 수 있는 전재희, 박진, 나경원 의원의 중용 가능성도 ‘비둘기파’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상득 부의장과 관계가 원만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비둘기파’의 입김이 강해져 당분간 소강상태가 지속된다하더라도 18대 국회에 MB직계 신소장파들이 대거 입성하게 될 경우 ‘5월 춘투’의 불씨는 ‘한여름의 혈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여권이 강력한 구심점을 찾기 전까지 ‘권력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의 서청원 이회창에 SOS

친박연대 사면초가, 서청원-이회창 긴급 밀담 뭘까?

비례 대표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겨냥하자 서 대표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에게 SOS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한 핵심은 17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비례 대표 공천비리 의혹으로 무소속 친박연대와의 협상이 어려워졌다”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이 총재측과 비밀리에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상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고, 성사될 경우 30석 확보가량 확보할 수 있어 원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홍사덕 대표설과 관련 “홍사덕 의원은 서청원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지역구 당선자니깐 탈당 후 한나라당 입당을 저울질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회창 총재도 최근 원내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보수 세력을 모으고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정책연대나 정치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청원-양정례 모친 연결고리 L씨도 선진당과 관련

한편, 친박연대 비례 대표 공천과정에서 서 대표와 양정례씨측의 만남을 주선한 L씨가 선진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의 또 다른 핵심 A씨는 “양정례씨 공천과정에 뉴스타운 기자와 L씨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데, 이중 결정적 역할을 한 L씨가 선진당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서 대표 측과 양씨 모친사이에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물이 오갔다고 L씨가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 측은 ‘양씨 공천은 문제될 게 없다’며 ‘검찰수사는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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