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도 돈은 남는다”

총선의 열풍이 막을 내렸다. 4·9총선은 여야 모두 거물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게 특징이다. 지난 3월 국회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17대 국회의원들의 재산변동내역에 따르면 의원들 중 상당수의 재산이 늘어났다. 지난해 1억원 이상 재산을 불린 국회의원은 전체 293명 중 59%에 해당하는 173명이었다. 이 중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 1억원 이상 재산을 늘린 의원들이 89%인 154명에 달해 부동산이 재테크의 기본 수단으로 선호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17대 국회의장들을 포함 자의반타의반으로 여의도를 떠나는 거물 정치인들의 재산변동 사항을 들여다봤다.
17대 국회에서 입법부 수장을 맡았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임채정 의장은 4·9 총선을 앞두고 모두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천명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전북 정읍시와 김제시에 있는 본인과 부인, 부친의 부동산 공시지가가 상승해 2억8천여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다.
배우자가 매입한 정읍시의 아파트(실거래액 2억2천여만원)와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장남 아파트의 증가액(1억2천여만원)이 상승 요인이었다.
임채정 의장도 2억3천여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종전 신고액 2억1천여만원이었던 서울 노원구 아파트가 1억5천만원 상승한 3억8천만원이 됐다. 서울 강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확실히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전국 지원유세에 나섰던 박희태 의원은 1년 동안 39억여원이 늘어나는 짭짤한 한해를 보냈다. 전체 대상 의원 들 중에서도 증가 순위 3위였다.
‘골프 회원권’도 껑충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었다. 박 의원의 강남구 대치동 대지는 공시지가가 기존 5억6천여만원에서 무려 17억여원이 껑충 뛰어올라 23억여원이 됐다.
경기 평택시에 배우자 명의로 소유한 임야도 종전 3억원에서 10억여원이 올라 13억여원이 됐다.
골프 회원권도 재산 증가의 원인이었다.
박 의원의 남서울골프클럽 회원권은 5천5백만원에서 2억6천여만원으로 기준시가가 올랐고, 배우자의 뉴서울골프클럽 회원권은 7천6백여만원에서 3억여원이 됐다.
한나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강재섭 대표는 1억6천여만원의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부친의 아파트가 7천9백여만원에서 1억여원 뛴 1억8천여만원이 됐다.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부터 ‘공천 물갈이’의 주범으로 지목돼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서 패한 이방호 사무총장도 2억2천여만원의 재산이 늘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 공시지가가 오른 게 역시 원동력이었다.
김덕룡 의원은 2005년말 기준 재산변동신고 때 이미 실거래가로 신고했기 때문에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김 의원은 지난 한 해 9천여만원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일격을 맞은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도 순 증감액이 마이너스 1천3백여만원이었
다.
서울 은평구 단독건물이 4천여만원 올랐지만 사무실을 옮기면서 전세권이 3억5천만원에서 1억원 줄어들었다. 본인 예금액도 8천7백여만원에서 3천9백여만원으로 감소했다. 이 의원은 사용 용도를 정치자금과 생활비 사용이라고 적었다.
‘정치자금’ 용도로 사용
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민주당 김근태 의원도 순 증감액을 마이너스 3백여만원이라고 적어냈다.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도 지난해 재산변동내역이 마이너스 4천7백만원이었다.
8천여만원이었던 본인 예금이 정치자금 지출로 2천7백여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주식 투자’의 대가 전여옥
국회 내 주식 분산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에도 배우자와 함께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16억원 가량을 벌어 들였다.
구체적인 과정은 이랬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 의원의 배우자는 대한항공과 문배철강, 서울증권 주식이 감소한 대신 대한항공 주식을 3만3천여주 사들였다.
전 의원의 주식 매도·매입은 더 화려했다.
CJ·LG 전자·LG 화학·기아차·기업은행·다음·대한항공·문배철강·보령제약·삼성전자·삼성중공업·삼성테크윈·삼성화재·신세계·앤씨소프트·유한양행·인터파크·코미코·포리올·포이보스·풍산·하나금융지주·하림·하이닉스·한솔LCD·한일이화·한진·핸디소프트·현대증권 등 30 여곳의 주식이 줄었다.
대신 POSCO·SKC·국민은행·대신증권·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동부화재·두산인프라코어·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증권·신한지주·외환은행·제일모직·한국전력·한국타이어·한진중공업·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차 등 20여곳의 주식이 늘어났다.
LG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의 회사채에서도 1억4천8백여만원이 증가했다. 전 의원은 비상장 주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로티스 주식이 감소한 대신 지아이지오커뮤니케이션 주식이 늘었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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