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친위대 규합 선제 쿠데타”

4.9총선으로 친MB 실세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태에서 이명박(MB) 정권이 의회의 협력을 받아 개혁 드라이브를 이끌기 위해서는 당 안팎 ‘친박’ 세력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MB-박근혜 간 전략적 동거가 예상된다. 그러나 친박계가 당 안팎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을 확률이 높아질 경우 MB친위대가 결성되고 선제 쿠데타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와 주목된다.
4·9총선 결과 당선된 친박 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당내 친박 34명(비례대표 3명 포함), 친박연대 14명, 친박 무소속 12명 등 모두 59명이다. 한나라당 내 세력분포는 친이계가 100여명, 당내 중립 20여명 등이다. 친박이 뭉치면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확실하게 쥐게 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 패배 이후 지금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끌려왔지만, 지금부터는 박 전 대표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친박 갈등 전말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후 강재섭 대표와의 회동에서 친박측이 주장한 조기전당대회설을 일축했고, 강 대표도 친박계의 복당에 대해서는 “여당이 마구 몸집 불리기를 하는 건 민심 왜곡”이라며 일정 선을 그었다.
그러자 당내 친박계는 친박연대와 ‘당 대 당 통합’, 친박계 무소속은 ‘조건없이 복당’시켜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겠다며 여당 주류들을 압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선동 당선인은 “여당의 안정 과반수를 위해서는 (친박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친박은) 복당의 명분을 가지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이기에 복당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친MB계열은 이같은 움직임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할 경우 대운하 문제 등 주요 국정현안 고비마다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친이 직계측은 친박측을 모두 끌어들여 거대한 비대 여당을 만들 필요가 없고, 친박의 독주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MB직계 당선인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투쟁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렵게 한다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의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MB직계의 쿠데타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박 전 대표와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상득 부의장이 향후 협상에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MB직계의 선제공격이 가능한 것은 일단 당내에서 수적으로 절대 우세이고, 당선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남지역에 뿌리를 둔 원로, 중진 그룹에 비해 박 전 대표 측 과의 권력투쟁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다.
만약 MB직계가 선제공격에 나선다면 그 중심세력은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나경원, 공성진, 진수희, 전여옥 의원 등 재선 이상급 소장파보다 4.9총선을 통해 새롭게 국회에 입성하는 신 소장파 그룹이다.
“18대 총선은 좌파에 대한 심판”
이들은 “총선의 의미는 좌파에 대한 심판이었으며, 그 의석을 80석 초반으로 줄인 것이다. 보수 세력의 200석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라며 보수적 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 신 소장파 그룹에는 정태근(서울 성북갑), 조해진(경암 밀양,창녕), 권택기(서울 광진갑), 김효재(서울 성북 을), 김영우(경기 연천.포천), 이춘식, 김금래(비례대표)등 서울시청 및 안국포럼 멤버들과 진성호(서울 중량을), 박준선(경기 용인기흥), 백성운(경기 고양 일산 동), 강승규(서울 마포 갑), 현경병(서울 노원갑), 유정현(서울 중량 을) 등 신예 전문가 집단이 포진해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MB식 실용주의를 추종하는 이들 신소장파는 이미 정치사회적으로 단련된 집단’이라며 “신소장파는 초선이 50%를 넘는 당내 역학구도 속에서 MB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당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신 소장파측은 “정당사에서 친박 연대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친박 측이 복당이나 합당논의 때 지나치게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과도한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당선인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현재 상태에서 153석을 준 것이기에 일단은 153석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며 “박근혜발 정계개편, 친박연대 복당을 지금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신소장파를 앞세운 MB친위대가 세를 확장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이재오 의원 이외에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맞설만한 중심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젊은 피 수혈에는 성공했지만 뒤틀린 몸체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은 이미 새로운 파워그룹 만들기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홍준표, 정몽준 대표론과 함께 제3인물 영입설이 나돌고 있지만 이재오, 이방호 등 낙선 실세들의 빈자리 채우기가 쉽지 않다. 신 소장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진 가운데에서 경륜과 균형감각, 노장청을 아우르는 사람이 등장해야한다”며 “당내 여론과 국민의 여론은 그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MB친위 쿠데타의 당위성
이재오 의원의 한 측근도 “이재오 의원은 오히려 낙선을 통해 대통령과 냉랭했던 관계가 복원 될 수 있다”며 새로운 파워그룹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와 물밑 조율에 나설 의향을 보였다.
그러나 MB가 한반도 대운하의 공론화 추진과 성장, 감세, 규제 혁파 등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우선 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새로운 장수의 등장이 늦어질 경우 안전 과반수 확보와 국회 상임위 석권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와 제휴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MB가 총리직을 고려했을 때 이미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MB가 이번에 (박 전 대표와) 다시 관계 회복을 하려면 전부를 내준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내부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일부 강경파는 “당헌, 당규를 어긴 친박 세력을 영입하느니 차라리 자유선진당과 협력을 택하라”고 주문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MB가 ‘어떤 카드를 쓰느냐?’에 따라 ‘MB친위 쿠데타’는 예상보다 앞당겨 질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박준선 당선인(탄핵 변호사)이 밝힌‘신소장파 철학’
정치 투쟁보다 ‘국가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우선
박준선 18대 총선 당선인은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 광주, 울산지검 검사를 거쳐 한나라당에 입당,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소추 대리인과 이명박 경선 캠프 법률지원단장 등을 거쳐 4.9총선에서 경기 용인기흥에서 당선된 대표적 신소장파다.
◆신 소장파의 이념은?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좌파적 정치이념을 국가에 실험하다가 선진국 도약의 시기를 놓쳤다. 신소장파는 몇 명이 그룹을 지어 투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용과 일, 선진화’등 현실에 뿌리를 내린 미래지향적 가치로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이다.
◆신 소장파를 이명박 친위대라고도 부르던데?
정치세력은 국민과 시대가 키우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세력화는 모래성이라고 본다. 신 소장파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주의적이고 합리적, 시장 친화적 개혁, 대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대미 관계 등에 대해 공감하기에 따르는 것이다. 신소장파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에 끌려갈 경우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고, 독선에 빠질 경우 입법부의 입장에서 여권 내 감시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나라당내 기존 소장파와의 차별성은?
재선.3선은 이미 소장파가 아니다. 기존 소장파는 한나라당내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성장해 당의 극보수,경직화를 막음으로써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이제는 여당 중진이 됐으니깐 나이브(naive)한 생각보다는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 친이직계 원로 그룹과의 관계는?
신소장파는 386과는 다르다. 사회 각 분야를 전문가 입장에서 치열하게 경험했기에 국정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아직은 젊은 피가 끓고 감정조절에 부족함이 많다. 이런 경륜과 의정활동의 경험 부족 등을 채우기 위해서는 노장층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천 파동 때 55인의 난에 동참 않은 이유?
지역민과 국민의 대표는 진중해야 한다. 어떤 방향 어떤 의도인지 정확하게 파악돼지 않아 서명하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 표현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겠지만 당내에서 특정인과 특정세력을 비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차기 당권에 대한 생각은?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긴 것은 대통령이 앞으로 일을 잘해서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을 고치고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와 닿는 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가르침이기에 우리는 여기에 부합하는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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