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선관위 활동’ 결산
18대 총선 ‘선관위 활동’ 결산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4-08 10:13
  • 승인 2008.04.08 10:13
  • 호수 728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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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전봇대’ 뽑지 않고는정치발전 없다

4월9일 막을 내린 18대 총선도 역시 혼탁과 비방으로 얼룩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기간 중 후보자간 경쟁이 치열해진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시활동을 펼쳤다. 흑색비방선전이나 금품살포 등 고질적인 불법선거과열에 따른 정화작업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불법 선거운동의 구체적 실태와 선관위의 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7대 총선부터 선거범죄신고포상금(최고 5000만원 지급)과 금품·향응을 받은 유권자에게 50배 과태료 부과라는 제도의 시행으로 고질적 병폐였던 금권 선거문화가 서서히 수그러드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번 18대 총선에서도 ‘부정 망령’이 되살아나 유권자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4당3락(40억원 쓰면 당선, 30억원 쓰면 낙선), 막걸리선거, 고무신 선거’ 등 부끄러운 과거의 잔재들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자신의 측근에게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거액의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로 전 한나라당 김택기(57) 후보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8대 총선도‘4당3락’

김 전 후보는 4.9총선 후보자 등록 하루전날 오후 6시 20분, 정선군 정선읍 농협군지부 인근 도로에서 측근인 김모(41.구속) 씨에게 현금과 수표 등 총 41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전 후보를 소환해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 4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지병으로 들것에 누운 채 조사를 받은 김 전 후보는 “법정 선거비용을 전달한 정당한 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주지역에선 지난달 30일 김일윤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가 사조직 하부 조직원 등에게 20만~140만원씩을 전달하는 과정을 적발해 돈을 주고받은 3명을 구속했다.

이 외에도 지난 2일 경북 영양경찰서와 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선거자금을 운반 중이던 총선 출마후보의 선거운동원 2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영양군 석보면 지경리 국도상에서 차량을 이용해 불법선거운동자금으로 보이는 돈 591만원을 운반하다 첩보를 입수하고 뒤쫓아 온 선관위와 경찰에게 꼬리를 잡혔다.

적발당시 이들은 쇼핑백과 봉투에 특정 출마 후보의 명함과 함께 든 돈다발을 갖고 있어 불법선거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찰은 전했다.

적발한 뒤 추가로 선거운동원의 집을 압수수색해 불법선거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1500만원을 압수했다.

적발된 이들은 경찰들에게 “돈은 내 돈이며 총선 출마후보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진술했으며 해당 후보 측 선거캠프역시 “금품 사건은 출마 후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세장 금품수수가 압도적

공직선거법은 후보 및 관계자에게 물품·음식물·서적·관광·교통편·입당관련 금품·축의금·부의금등을 제공받은 자에 대해 5000만원 한도에서 받은 금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받은 금액이 100만원 초과 시 형벌로 처벌할 수 있다.

이번선거는 또 돈 선거 외에도 전자매체를 이용한 불법선거가 기승을 부렸다.

전북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가 선거운동원들을 고용, 선거사무소건물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전화기 12대를 이용해 관내 유권자 77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사칭해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다량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형태로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 또 익산지역 출마후보의 지지자는 후보 선거 사무소에 설치된 전화로 1700여 명에게 전화를 걸다 적발됐다. 현재 선관위는 후보와의 공모여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


24시간 비상 연락체제 구축

정읍에 출마한 후보 후원회 회계책임자 역시 선거사무소의 컴퓨터로 1만8400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고발되는 등 전자매체를 이용한 불법선거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전북선관위와 검찰 관계자는 “후보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에 들어가면서부터 이 같은 불법선거행위가 늘어났다”며 “이처럼 금품 선거사범을 포함한 모든 불법행위들은 끝까지 배후 조종자를 추적해 근절한다”는 강한 입장이다.

또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날조하거나 전문적·상습적으로 전파·확산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언론 브로커 등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이제 선관위는 지난 4일부터 과열·혼탁지역에 중앙선관위 소속 특별조사팀을 투입해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각 당의 대표자에게도 공문을 보내 앞으로 비방·허위사실공표 등에 대해서 적극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중 대처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가 정책·공약 중심의 선거로 치러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는 과거 선거의 예로 볼 때 시기적으로 후보자 측에서 조직가동비 또는 선거구민에 대한 살포용으로 금전을 제공할 우려가 큰 만큼 상시 신고·제보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1만1000여명의 선거부정감시단을 두고 활동범위를 대폭 확대해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의 움직임을 밀착 감시했다.

즉 경찰과 공조해 주택가 골목, 공원 등 불법선전물의 첩부 내지 살포가 우려되는 취약지역에 대한 순회활동을 강화하며 발견 시 신속히 압수·수거함은 물론 관련자에 대해 전원 고발할 계획이다.

특히, 32개 선거구의 48개 지역에 대해선 4일부터 15개반 32명으로 구성된 중앙선관위 소속의 특별조사팀을 급파시켰다.

이로서 선거구민에 대한 금품·음식물제공행위, 비선 조직책에 대한 조직가동비 제공행위, 비방·흑색선전행위, 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 등을 집중 단속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비방·허위사실유포행위 단속을 위해서도 사이트 운영자와의 연락체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24시간 자동검색시스템을 가동해 적발 시 이를 신속히 삭제시켰으며, 게시자에 대해선 선거가 끝난 후에도 IP를 추적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지역에서 선관위 직원 및 선거부정감시단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폭행·협박 또는 단속방해 사례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가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관련자 전원을 고발조치해 처벌시켰으며 앞으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 전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또 “24시간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 고발 여부에 관계없이 긴급한 압수·수색이 필요하거나 현행범 체포가 필요한 경우 검찰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고 밝혔다.


#“선거사범 꼼짝 마”

선거사범에 대해 정확한 시비를 가리기 위해 검찰이 죄질에 따라 등급제를 도입했다. 객관적으로 1∼30등급으로 나눈 ‘구형 기준표’를 마련해 이번 18대 총선사범에 적용했다.

검찰은 선거사범에 대해 구형 시 ▲금품선거사범(기본 6ㆍ7등급) ▲불법ㆍ흑색선전사범(7등급) ▲선거폭력사범(8등급) ▲선거비용사범(7등급) 등 4개 범죄유형별로 기본등급을 나눴다.

또 범행횟수ㆍ내용ㆍ동기ㆍ가담정도ㆍ경합범ㆍ범죄경력 등 100여개의 양형인자를 적용해 등급을 가중시키거나 낮췄다.

금품선거사범의 경우 제공자 기본 7등급, 수수자는 기본 6등급, 금액이 1000만원 이상 13등급이며 선거브로커는 1등급이 각각 더한다. 또 돈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 2등급을 제한다.

흑색선전사범의 경우 기본 7등급이며 당선목적으로 허위사실공표 시 1등급,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는 6등급이 각각 추가된다. 검찰은 내부망에 접속, 각 양형 항목에 체크한 뒤 자동으로 종합등급이 계산되면 1∼2등급 이내에서 재량을 발휘해 구형하도록 했다.

1등급부터 20등급을 받은 사람까지 ‘벌금형’을, 12등급을 받은 사람부터 ‘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다. 12∼20등급을 받은 사람의 경우 벌금형과 징역형 모두 가능하지만 검찰은 낙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선거사범에겐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7등급 이상을 받을 경우 벌금 100만원(법원 확정시 당선무효) 이상이 구형된다. 특히 낙선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자는 죄질을 무겁게 측정해 기본등급이 ‘13등급’으로 매우 높다. 허위사실 공표죄의 법정형이 벌금 500만 원 이상이다. 또 법원에서 1회 감경해도 250만 원 이상 혐의가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이번 등급제는 검찰이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관련 판결문 400여부를 분석, 미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참고해 구형 기준 표를 만들었다.

그 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4회 지방선거, 16대 대선, 17대 총선 관련 판결문 3500부를 추가로 분석해 ‘선거사범 양형기준’을 확정했다.

검찰은 또한 이번 총선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선거사범에 양형기준을 적용하고, 결과를 분석해 기준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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