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총선 전에 만났나?

통합민주당은 청와대를 향해 “공기업 경영진 자리를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총선을 열흘 앞둔 3월31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3선 이상 중진 의원 7명을 청와대로 초청, 위로 만찬을 베푼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번 만찬이 갖는 의미와 파장은 무엇일까?
이날 이명박(MB) 대통령은 4선의 이강두 의원을 비롯해 3선의 맹형규·김기춘·이재창·권철현·이상배·안택수 의원을 초청했다. 모두 낙천 후 불출마 길을 걷고 있는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다. 이들 중 이강두·김기춘·안택수 등 3명은 대표적 ‘친이’ 인물이다. 또 이재창·권철현·이상배 의원은 ‘친박’ 으로 분류된다.
맹형규 의원은 그동안 중립을 사수했었다. 청와대 측은 이날 만찬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간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웠지만, 정권교체의 공신들이 공천과정에서 대거 희생된 데 대해 위로하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당정분리 어긋난다는 질책
이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 계속 힘을 보태고 성원해 달라”고 부탁했고, 참석자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두영 통합민주당 제18대 총선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지난 2일 이 대통령의 위로 만찬을 지적한 듯한 논평을 내놓으며 MB정부를 향해 대대적으로 불만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송 부대변인은 “청와대가 공기업 경영진 자리를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MB 측은 문화·언론 관련 단체나 기관의 장에는 정권교체에 기여한 인사나 새 정부의 국정이념을 지지하는 문화·언론계 인사들을 발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 공천에서 낙천된 일부 정치인도 한 자리씩 챙겨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기업의 부실경영 해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CEO 출신들을 공기업 사장으로 기용한다고 위장하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경영진을 강제로 쫓아내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하겠다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MB 정권 핵심들과 한나라당은 지난 정부가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인사 때마다 코드, 보은, 정실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법률이 정한 공기업 경영진의 임기를 무시하고 자리에서 비켜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부대변인은 이런 모든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이명박형 엽관제도 운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런 민주당의 논평과는 반대로 맹형규 의원은 만찬에 대해 “낙천 위로 만찬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위로 말고 아무런 의미 없다”
만찬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북핵 얘기가 좀 있었다. 대통령은 북측 대응을 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만찬에 참석한 또 다른 의원은 “위로 만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며 정치적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한 중진 의원은 “조선시대에도 원활한 인사를 위해 원로나 중진들의 퇴진이 있었다. 다만 낙천한 사람들을 다독이면서 그 사람들의 명예를 존중해주고 자주 만나 민심을 전해 듣고 건의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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