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MB 3인방 ‘동상이몽’ 전말
한나라당 친MB 3인방 ‘동상이몽’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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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08 09:25
  • 승인 2008.04.08 09:25
  • 호수 728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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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쟁탈전’ 본격점화 “한 사람은 운다”
이상득-이방호-이재오

‘친이명박계’의 내부 권력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총선은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발걸음이 심상치 않다. 저마다 핵심 권력의 주변에서 제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이후 예상되는 정국 변화는 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MB 3인방의 ‘동상이몽’을 취재했다.

한나라당 공천 과정은 3인방 간 치열한 ‘권력싸움’이었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나라당 공천 후보들은 이명박 대통령(MB)의 친형인 이 부의장을 주목해 총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MB 내부 신·구 세력 간 쟁탈전의 출발점이었다.


당권·대권 ‘두 마리 토끼잡기’

이 총장은 ‘물갈이 공천’을 주도하며 친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강재섭 대표가 이 와중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일부 친박 인사들이 당을 뛰쳐나갔다.

MB 그룹의 핵심인 세 사람은 총선 이후 정국을 놓고서도 저마다 다른 주판알을 튕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이 의원은 총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만나 혼쭐났다.

정치권에선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이 의원의 대권 로드맵인 ‘J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일치감치 제기됐다.

정진우 한반도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의원이 인수위에서 ‘한반도대운하 상임고문’을 맡은 것은 당내 기반을 다지고 차기 대권으로 가는 움직임을 시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인수위와 공천 과정을 거치며 이 의원이 누구보다도 많은 영향력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이 의원 쪽 핵심 인사도 “늦은 밤까지 약속이 연이어지는 등 만나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친박 진영에선 이 의원이 공천을 통해 친박 인사들을 상당수 쳐냄으로써 여름으로 예정된 당권과 차기 대권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지역에 공천된 이 의원 쪽 인사만 줄잡아 50~60여명에 이른다는 것.


MB와 코드 맞는 ‘입법부 수장’

때문에 한나라당에선 친박 인사들이 아무리 총선에서 선전해도 이 의원 쪽의 세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이 의원의 청사진은 대운하 구상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총선에서의 고전으로 난관에 처할 우려도 없지 않다.

이 총장도 총선에서 친박 진영의 견제를 받으며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의 맹추격을 받았다.

공천과정에서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총장은 ‘국회’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천을 통해 당내 다선 의원들이 걸러진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에서 3선 이상 의원은 30여명이었지만 이중 60%가 넘는 20명이 ‘공천 쓰나미’에 걸려 넘어졌다.

지금까지 국회의장은 집권당의 다선, 중진 의원이 맡아왔기 때문에 실제로 거론될 수 있는 인사들은 많지 않다. 최고령이자 최다선 의원인 이 부의장은 이미 국회의장 자리를 사양한 상태고,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의원도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참여정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드’가 맞았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임채정 의장이 입법부 수장 자리를 맡았다. 특히 임 의장은 4선 출신 첫 국회의장이어서 ‘3선 국회의장’의 탄생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상왕 정치는 계속 된다”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이러다 국회의장 할 사람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재섭 대표가 유력했지만 총선 불출마로 인해 꿈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4선에선 김형오 의원이, 3선에선 이 총장 정도가 강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인사는 “청와대와의 거리와 정치 돌파력 등을 고려할 때 이 총장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총선 후유증이 클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당 밖으로 떠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총선 출마에 대한 당내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듯 상당히 목소리를 조심하는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이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와 국정 관여 중지를 촉구한 후보들만 55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부의장은 출마를 강행했다. 그는 “국정에 내가 무슨 관여를 했느냐”면서 당내의 ‘부정론’에 쐐기를 박았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의 형이라는 특수한 입장 때문에 이 부의장의 국회의장직 수행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인 역시 ‘지역 사업’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나타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듯 숨은 해결사 역할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MB 그룹과 친박 진영이 갈등을 분출할 때마다 양측을 달래며 ‘양보’를 종용했었다.

이 의원 등 MB그룹 내 신세력들이 이 부의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능력을 위험요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의 동반 출마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총선 이후 다시 터져 나올 것”이라며 “주류 간 내부 권력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선 친이 그룹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눈다. 이 부의장을 중심으로 한 친이 직계, 이 의원을 축으로 하는 실세그룹, 정두언 의원을 포함한 소장파 그룹이 그 것이다.

한편에선 이 부의장을 향한 당내 쿠데타를 이 의원과 정 의원의 연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부의장 사람인 이태규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청와대 입성 한 달 만에 물러난 것도 ‘권력 다툼’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 부의장이 총선 출마를 강행하고 국회 잔류를 고집한 것은 이런 원거리 정치의 지속을 의미한다.

총선 이후 새롭게 시작될 MB 3인방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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