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담판 후 박근혜 결심한다
MB와 담판 후 박근혜 결심한다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04-08 09:10
  • 승인 2008.04.08 09:10
  • 호수 72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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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여권 대분열 막전막후

마침내 총선이 마무리됐다. 대선 승리 후 정국운영을 가늠할 총선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헤쳐 나갈 ‘국정 바로미터’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친(親)박 대 반(反)박, MB직계의 권력 투쟁, 직계의 분화, 당 밖의 견제 세력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총선 이후 여권의 대분열 속에서 누가 혼돈의 한나라호(號)를 이끌 구심점이 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친 박근혜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만든 후 차기 대통령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게 틀어진 당내 민심을 쉽게 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당내 주류와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총선 책임론’이 집중거론 될 경우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당권 관련 모종의 밀약설도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신당을 예상하는 소리도 들린다.

“친박연대 서청원 공동대표는 지난달 뒤늦게 당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당을 사당화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연대를 악용하고 있다”

친박연대의 핵심 A씨가 지난 3일 밤 <일요서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털어 놓은 말이다.


친박연대는 ‘박근혜 신당’ 모태(?)

그는 이어 “서 대표는 친박연대가 박 전 대표를 5년 후 대통령으로 만들 정당이라고 해 놓고 경력이 미약한 양정례(여, 30세)씨를 당의 간판인 비례대표 1번에, 자신을 2번에 배정하는 등 사심을 드러냈다”면서 “한나라당 주류의 사당화 공천을 비난하며 탈당한 서 대표 스스로가 이번 총선의 명분을 잃었을 뿐 아니라 자칫 서 대표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박연대 일부 중앙위원들은 이미 지난달 말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서청원 대표에게 당 공동 대표직과 비례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4.9총선 돌풍의 핵이었던 친박연대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친박 연대의 내홍(內訌)이 총선 후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로까지 번진다는데 있다.

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는 2일 “영남에는 무소속벨트가 있고 중부수도권에는 친박연대벨트가 있는데 (총선후) 영남에 당선된 우리 친박 무소속들이 우리 친박연대에 입당할 것”이라며 총선 후 친박 당선자들이 친박연대를 중심으로 힘을 합친 뒤 한나라당과 <당 대 당 합당> 형식을 빌려 복귀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친박연대 반(反)서청원파는 한나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친박연대 핵심 A씨는 “친박연대는 총선용으로 급조된 정당이 아니라 이미 12월 대선 직후 박근혜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그 첫 결실이 이번 총선에서 친박연대로 나타났을 뿐”이라면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한나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반대하며 한나라당 밖에서 박 전 대표가 팽(烹)당할 경우 박 전 대표를 담을 그릇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만약 친박연대의 내홍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공천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당한 측근들의 구제를 부탁하며 이들의 복당을 강조했던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좁아진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뛰쳐나가 ‘박근혜 신당’을 꾸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셈이 된다.

한나라당 당직자도 이와 관련 “거듭 밝히지만 친박연대와 당 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다. 소수가 거대 여당의 다수를 휘어잡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표에게)차라리 (당을) 나가라고 공개요구하고 싶다”며 ‘박근혜 신당’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나라당 주류파는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 등 일부 친이계 인사들을 제외하고 줄곧 친박 탈당세력의 복당 불가원칙을 고수해왔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구시대 정치인들이 물러날 좋은 기회인데 이들을 다시 불러들인다면 정치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라며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해당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이방호 사무총장과 전여옥 후보 등에 대해 노골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도 ‘박근혜 신당’논의와 무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부산 선대본부장 정의화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음해세력과 동조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박근혜 책임론’ 한계와 파장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L 의원 측도 “박과는 결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당의 대표를 지내신 분이 대통령 측근 떨어뜨리기에 앞장 선 것에 대해 대통령이 감싸 안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이미 지난 1일 ‘대운하를 반대하고 타당후보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고진화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여권의 핵심은 이에 대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고진화 의원과는 다를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처벌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사자인 고 의원은 지난 2일 “저를 제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를 치기 위한 전주곡”이라며 박 전 대표 측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무게중심이 ‘박근혜 신당’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단행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 소수파로 전락한 악조건속에서 박 전 대표가 위험을 무릅쓰고 탈당을 강행할 경우 과연 몇 명의 현역이 동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미 ‘손학규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박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조차 “‘박근혜 신당’으로 배를 갈아 탈 의원은 유승민 의원 등 2,3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
다.

또 박 전 대표가 신당행(行)을 결심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 전에 이 대통령과 당권 밀약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관측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는 지난해 경선 때부터 극한 상황까지 갔다가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믿음의 정치’와 ‘동반자’를 애기하며 손을 맞잡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4.9총선 공천파동 중에도 청와대 정무라인이 친박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손학규 학습효과’에 고민 중

박근혜 전 대표 측도 “지금은 탈당이나 신당을 애기할 상황이 아니다. 공천과정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다시 받아들여 이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신당설을 얼버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도 “박 전 대표는 권력의 힘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사람이 여권의 프리미엄을 버리고 정권 초기에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친박연대 핵심인사의 “대선 직후부터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눈에 띄는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가진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에 대한 당 밖의 구애가 거세지고 박 전 대표가 당내 역학 구도 속에서 과거와 같은 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박근혜 신당’은 언제든지 현재형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오경섭 기자 kbswav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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