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비례대표 구설수내막
4·9총선 비례대표 구설수내막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4-02 11:14
  • 승인 2008.04.02 11:14
  • 호수 72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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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천이 무슨 정치이벤트냐?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좌) · 장향숙 통합민주당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과 장향숙 통합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장애인들의 권익과 사회적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4·9 총선에서 두 의원은 재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18대 총선을 맞아 각 당은 국민에게 감동을 줄 새 장애인 비례대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대에 나섰다. 왜 두 의원은 재공천에서 제외됐는가?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화원 · 장향숙 두 의원의 공천 탈락을 놓고 사회일각에서는 “중증장애인의 공천은 보여주기 이벤트냐, 그들의 노고를 인정할 수 없느냐, 결국 당의 홍보대사로 전락하느냐” 등 무수한 억측과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정 의원은 “중증시각장애인으로서 지난 4년간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해 성실히 의정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당 차원의 배려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화원·장향숙 의원 탈락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규정을 들먹이며 못을 박았다. “당 규정상 비례대표는 ‘전원 정치 신인’에 한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역 국회의원의 재공천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지난 1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박희태 국회부의장의 경우 ‘정치 신인’ 규정이 비켜간 대표적 인물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처사는 중증장애인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따라서 매번 새 인물을 찾는 것 아니냐”며 “당규 상 예외 조항을 명확히 기재해 연속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도 개선 없이는 중증장애인공천은 정치이벤트로 전락할 것이며 미래 장애인들의 정치참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단체들은 “연속적인 정치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4년간 의정활동으로 얻은 경험과 자료가 버려진다는 것과 같다.

정치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마이너스 정치임을 당들은 알아야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도 빠르게 중증의 여성장애인을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의원들의 2번 연속 비례대표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18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50만 지적장애인과 가족들도 일반 국민과 다르지 않다”며 “각 정당은 당선권 내에 장애인 비례대표를 우선 배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들은 “정당들이 거대정당을 꿈꾼다면 장애인을 확실한 당선권내에 지명해야한다”며 “그동안 정화원, 장향숙 두 비례대표 의원이 장애인복지 문제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부각시켰다. 그들의 활약으로 장애인의 삶은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라 강조했다.

장애인협회는 또 “유능하고 참신한 장애인을 비례대표 후보에 지명하는 정당에게 우리는 이번 4·9 총선에 당당히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 발표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정치참여 보장과 장애인 비례대표를 당선권내에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정당이 장애인 출마자에게 더 많이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뇌병변 협회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화원, 장향숙 의원은 중증장애인이 국회에 진출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며 “이 두 의원의 국회에 진출로 장애인차별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많은 중증장애인의 희망이며 대변자”라 밝혔다.

그렇다면 왜 각종 장애인 단체들은 장·정 두 의원을 옹호 하는 것일까. 그들은 그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포함해 장애관련 법률제정에 앞장섰으며 소외계층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애인 단체들 강력 반발

현재 두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가운데도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개소식과 장애인체육회, 장애인공단과 교류협약 등 사회적 복지 사업에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의 장애인 참여율은 역대 최고를 달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신청서를 제출한 장애인은 정 의원을 비롯해 38명에 달한다. 통합민주당 역시 11명이다.

이번 18총선에서 중증장애인의 정치참여가 정당들의 정치적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두 의원모두 또 다른 정치 참여의 출구를 모색할지 각 정당과 장·정 의원, 장애인 협회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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