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김앤장 연결고리 대해부

김앤장 법률사무소(약칭 김앤장). 최근 ‘김앤장’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MB) 정부 들어서도 김앤장 소속 인사들이 줄줄이 고위직으로 안착한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앤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뭣 때문일까. 김앤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개입한 ‘론스타’사건,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변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변호 등 굵직한 사건만 도맡아 한 초대형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이 구설수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재벌과 대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는 법률사무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진 김앤장과 권력유착, 그 연결고리를 들여다봤다.
김앤장은 현재 300여명 변호사가 모인 두뇌집단이다. 각종 금융·조세 법률자문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하다. 김앤장이 시선을 끄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굵직한 사건 뒤엔 김앤장을 거쳐 가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덕수-한승수 전현직 총리 배출
김앤장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고,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CB저가 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도 변호를 맡았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2006년 구속 수감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도 담당했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사건을 둘러싼 재판과정에서도 김앤장의 손을 거쳐 갔다.
참여정부 시절 대북송금 사건 현대그룹 측 변호는 물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변호도 했다.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두산그룹 비자금 수사사건에서도 김앤장이 관여하긴 마찬가지다. 이 사건 때엔 변호인으로 전 대법관과 김앤장 소속 변호사 12명(전직 검사장 2명, 전직부장판사와 부장검사 4명, 전판 검사 6명)이 나섰다. 김앤장은 이처럼 ‘살아있는 재벌’만 맡는 법률사무소로 알려진 곳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이란 책을 집필한 무소속 임종인 의원 관계자는 “김앤장 법률 사무소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친 대형경제사범, 혹은 기업인수·합병, 해외매각 사건, 구조조정 사건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은 한 때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펀드의 법률 대리인으로 일했다. 2003년 외환은행 인수협상 때부터 론스타의 법률고문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이 그만큼 론스타 이익에 큰 도움을 줬던 것이다. 또 론스타 경영진의 체포기각에도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김앤장의 로비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앤장이 론스타펀드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김앤장의 파워가 작용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베일에 싸여있는 김앤장 매출수준
임종인 의원은 “영리사업을 하더라도 합당한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리는 실천해야한다”면서 “부정한 돈을 버는 일은 중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앤장의 실질적인 매출액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출이 숫자적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게 임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임 의원은 “기업이 된 법률회사들이 수임료 장부를 작성하지 않고 재무구조나 영업상황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추측만 난무하고 한쪽에선 탈세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다방면에서 추적해 알려진 사실은 2006년 기준으로 김앤장은 연 3500~3700억 원을 벌여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서도 막강인맥 배출
김앤장 변호사들의 개인별 소득 현황도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2005년 9월 국회 자료를 살펴보면, 연간소득 6억 960만원(월 소득 5080만원)이상인 150명 변호사 가운데 114명(76%해당)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통합민주신당 강기정 의원(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의원)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근거로 김앤장 변호사들의 개인 소득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 때 김앤장 소속 김영무 변호사는 월 47억 5000만원의 수입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단적인 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게 있다. 김앤장의 막강한 인맥이다.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김앤장 출신이 총리 및 장관직에 속속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김앤장 고문 출신인 한승수 현 국무총리를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그들이다.
임 의원은 이것을 일명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쉽게 말해 임 의원은 퇴직한 공직자가 김앤장 고문이 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총리 및 장관직으로 다시 영전하는 게 관행처럼 된 경우를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김앤장 출신은 다수다.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박인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김앤장에서 변호사생활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제2차장인 김회선 변호사도 김앤장 출신이고,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박흥찬 금감원 팀장도 김앤장에 있다가 입사했다.
또 정남성 재경부 증권제도과 과장도 김앤장 전문위원 출신이다.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조윤선 변호사도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일각에선 곳곳에 주요 요직을 김앤장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앤장 쪽에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는 후문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시장 개방을 앞두고 보다 전문화된 전문가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경륜이나 사회적인 지식·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고문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김앤장 출신들이 관료직으로 다시 영전되는 것과 관련, “현업에 가서 업무를 보는 분들에 대해선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친기업적 국정운영을 펼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김앤장 출신들이 과연 어떤 활약상을 보일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엔 이런 내용이…
우리시대 법률의 역할은 무엇인가?
‘법률 사무소 김앤장’은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장화식 전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이 동시 집필한 책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2004년 이후 김앤장과 맞서온 인물들이다. 변호사 출신인 임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주된 언급을 한 장본인이다.
김앤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김대중(DJ) 정부-참여정부로 들어서면서 ‘황금기’를 맞은 게 바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로펌’이 아니라 ‘법률 사무소’로 돼 있다.
이 책엔 ‘김앤장’이 재벌 총수 등 굵직한 사건만을 도맡아 활동한 상황을 기록했다. 이 책의 핵심은 우리사회에서 법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한 중요성을 논했다. 또 권력자와 법률 기술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혔다.
이 책 중 5장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연대한다>라는 제목으로 ‘관료-투기자본-법률 전문가’의 삼각동맹을 주장했다. 그 가운데
‘연수원 동기 7기생 중 8인회와 권력과의 함수관계’를 거론한 뒤 조재현 헌법재판소(약칭 헌재)재판관, 김종대 헌재 재판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서상홍 전 헌재 사무처장 등이 참여정부 때 요직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앤장이 소송 수임을 맡았던 내용을 기초로 ‘진로와 골드만삭스’, ‘소버린’,‘한미은행과 칼라일펀드’,‘삼성에버랜드’ 등에 관해서도 자세히
수록했다.
##퇴직 판검사들 싹쓸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 해당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퇴직 판·검사들의 영입 상황도 관심거리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이 집필한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 (2001년 7월~2006년 8월)16개 로펌에서 161명의 전직 판·검사를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김앤장이 32명을 영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앤장은 법관출신을 주로 영입했고, 판사급 13명, 지법부장급 15명, 검사출신 14명을 영입했다. 그러나 유독 눈길이 쏠리는 건 고법부장급 이상 고위법관은 없었다는 점이다. 소속된 판·검사 숫자도 79명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김앤장 전체 변호사 수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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