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MB 쿠데타’ 총선 뒤 또 터진다

한나라당 총선 공천갈등으로 불거진 ‘친이명박’계의 권력 투쟁이 잠시 잠복기를 맞았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 정가에선 ‘권력 2인자들’끼리의 권력암투가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 시기는 4·9총선 이후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초 예상한 의석수 170석 확보는커녕 150석 확보마저 어려울 지경에 놓여 있다”면서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비상 사태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이 예단한 170석 이상 의석수 확보가 물 건너간다면 이에 따른 책임론 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당 안은 총선결과와 맞물려 7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권 싸움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친이’들이 사분오열되면서 권력구도 재편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4.9 총선 이후 현 여권 실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한차례 회오리가 불어 닥칠 조짐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한나라당 권력투쟁으로 비화된 ‘형님공천’ 당사자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의 동반불출마사태는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부의장은 출마강행 쪽으로, 이 의원은 출마 도전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들 ‘권력 2인자’들의 당 안 입지가 엇갈리고 있다.
입지 좁아진 이재오, 총선 최대고비
이 부의장의 출마는 ‘이심(李心·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의 의중이란 점에서 그의 당 안 입지는 한층 굳건해진 셈이다. 반면 불출마를 강행하려했던 이 의원 입장에선 입지가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이 의원을 포함한 ‘친이재오파’ 대부분이 반드시 국회입성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당 안 ‘조직력’ 확장이 곧 세력 확장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은 총선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은 현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송미화 통합민주당 후보 간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3선’인 이 의원은 각종 언론사 지지율 조사에서
도 문 후보에 비해 밀리는 형국이다.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이 의원이 패한다면 그의 당 장악력은 한층 좁아질 것이다”면서 “친이들 간의 권력 다툼에서도 (이 의원은) 밀리는 처지에 놓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총선이 최대고비인 셈이다.
또 이 부의장과 이 의원 간엔 보이지 않은 알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실상 이번 한나라당 공천이 ‘보이지 않은 3인’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게 중론이다. 그 보이지 않은 3인은 누구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3인 가운데 이 의원이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건 알 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면서 “영남권에서 물갈이 됐던 보수·중진의원들 대부분은 이 의원을 견지하던 세력들 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부의장을 포함한 영남권 중진 세력들은 이 의원이 7
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는 소리다.
친이명박계 권력분화 예고
한나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여권의 두 실세(이상득 국회부의장-이재오 의원)사이엔 서로를 견지하려는 미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총선 이후 당권 경쟁을 둘러싼 이들 간의 싸움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고 점쳤다. ‘친이명박계’의 권력분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최근 이 부의장이 언급한 발언만 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첫날 “이 의원과의 권력투쟁 운운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재연될 이유가 없다”면서도 “목표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갈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며 권력투쟁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 부의장이 주장한 ‘목표’라는 발언은 즉,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는 것을 뜻한다. 7월 전대를 앞
두고 이 부의장은 적어도 이 의원을 견제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세력 약해진 정두언, 압박카드는?
한나라당 영남권 한 의원은 “이 부의장은 이 의원의 당권 차단을 위해 ‘친박계’와 연대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는 이 부의장이 ‘친박’연대와 관련한 발언만 봐도 그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친박계가) 복당을 못한다고 (당 안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돼 입당하려는 사람을 다 받아줬는데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친박계의 복당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당 의원들과는 달리 이 부의장의 이 같은 긍정 발언은 앞으로 ‘친박계’와의 연
대가능성을 예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관건은 총선에서 무소속 친박계의 표심 여부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 170석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아 보인다. 영남권 표심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천파동으로 인해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봐선 의석수 150석 확보도 어려울 지경이다”면서 “무소속 친박계의 표심이 당 표심을 갉아먹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당 지지율 추락은 당 완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따라서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론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친이 대 친박’ 간의 권력쟁탈은 예고된 수순인 셈이다. 공천결과 비록 반토막이 난 ‘박근혜파’이지만 당 장악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또 ‘친이 대 친이 간’에도 당권 경쟁을 둘러싸고 갈등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친이명박’계 55인의 난은 여러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친이계의 정두언 의원은 최근 이 부의장의 출마 강행과 관련, “우리의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총선 후에 평가 받을 것이다”고 했다. 이는 총선 이후 정 의원을 포함한 소장파 세력들이 다시 문제제기를 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그렇게 되면 총선결과와 맞물려 ‘친MB쿠데타’가 재연될 것이고, 결국 ‘친이명박계’ 간에 권력 다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 못지않게 정 의원도 당내 입지가 주춤한 형국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 의원은 호남권 세력이 강세였다. 하지만 이번에 정 의원 최측근들이 대부분 공천에서 탈락했다”면서 “이로 인해 그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정 의원이 세력 확장을 꾀하고자 이 부의장을 향해 재차 ‘압박’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총선 이후 ‘친이명박계’ 간의 미묘한 권력쟁탈은 권력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자유선진당, 무소속 친박계와 연대하나?
제3당 야문 꿈 친박의원에 러브콜
4·9총선이후 무소속 친박계와 자유선진당이 연대할까.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최근 총선 이후 무소속 친박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며 무소속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무소속 친박계 한 의원은 “지금은 서로 경쟁을 하며 총선에 뛰어야할 때이다”면서 “하지만 총선 이후 (연대 여부에 대해선)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이 총재는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 50석 확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럴 경우, 자유선진당은 제3당으로써 깃발을 꽂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재는 총선 이후 무소속 친박계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연대추진을 가능토록 할 것이다”면서 “이들 친박계 의원들 일부 중 충청권 의원들은 자유선진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재 김무성 의원 등을 포함한 무소속 친박계 의원들이 총선 이후 한나라당으로 복당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자유선진당 행을 택할 소지는 충분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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