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4·9총선 ‘빨간불’물밑라인 극비가동
한나라당 4·9총선 ‘빨간불’물밑라인 극비가동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3-31 11:30
  • 승인 2008.03.31 11:30
  • 호수 72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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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긴급 통화 중”

총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 200석 이상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던 기대는 이미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새정부의 연이은 실정과 당내 공천 후폭풍 등으로 과반 의석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게 당내 우려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고 당을 나간 친 박근혜 전 대표 인사들은 ‘친박연대’ 등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에도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내 최측근들을 불러 머리를 맞댔지만 틀어진 박 전 대표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편에선 청와대와 친박계가 물밑 논의를 통해 ‘윈-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상황 1.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2월 25일.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을 박 전 대표에게 보냈다. 류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정치적 동반자로서 늘 미덥게 생각하신다”고 덕담을 전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새정부 출범을 전후로 잠시 ‘휴지기’를 갖던 시기였다.


상황 2.

한나라당 공천 내홍이 절정을 달리던 지난 3월 중순.

이 대통령 측의 이방호 사무총장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의원이 한 달 전부터 수차례 전화 요청을 해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CBS는 이 총장이 박 전 대표 측 핵심인사와 만나 ‘영남권 물갈이’ 사항을 논의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는 지난해 경선 때부터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양쪽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믿음의 정치’와 ‘동반자’를 얘기하며 다시 손을 맞잡곤 했다.

‘영남권 공천’을 앞두고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던 시기에도 물밑 라인 가동설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친박 인사들의 명단이 여의도에서 회자되며 밀약설이 나돌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어마어마한 음모”라며 발끈했지만 소문의 진원지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청와대는 당 공천 과정에서 정무 기능이 미약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이 물밑에서 움직였지만 친이계조차도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출마 여부를 놓고 불협화음이 발생할 만큼 한계에 부딪혔다.


청와대 ‘정무라인’ 재점검

청와대와 당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 대통령의 입장만을 전하는 메신저로 전락함으로써 ‘조정 기능’을 제대로 못해냈다는 얘기다.

4월 총선을 불과 일주일 여 앞두고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근심은 깊기만 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수도권과 영남 곳곳에서 선전하고 있는데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의 대반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경남 사천의 이 총장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한자릿수대 추격을 허용했다. 친박 유권자들이 친이계 핵심인 이 총장을 떨어뜨리기 위해 강 의원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친박계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영남권 ‘무소속연대’와 이규택 의원의 ‘친박연대’가 전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무섭게 압박하고 있다. 현 상태대로라면 과반수 의석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내 우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이계 내부에서도 친박계를 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총장 등 강경파들은 “탈당파 친박계의 독자 출마는 해당 행위로 절대 복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들어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상득 부의장은 이와 관련 “이전에도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된 사람을 다 받아줬다”며 “복당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박 전 대표 쪽에 힘을 실어줬다. 강재섭 대표가 “일단 총선 후에 당헌·당규대로 논의하자”고 연기한 것도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복당 문제될 것 없다”

일부 친이계 인사들의 ‘복당 가능’ 발언은 과반수 의석 확보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연초부터 ‘총선 압승’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 상황이 계속 된다면 박 전 대표 측의 도움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힘들 수밖에 없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이 공천을 잘못한 결과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정권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며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할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것도 이런 이유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박 정무수석과 이 부의장 등 물밑 라인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구조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전국 유세 지원 등을 부탁하고 대신 요구 조건을 들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이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박 전 대표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많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도권 출마자 중에서 상당수가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SOS 보낼 것”

이들은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박 전 대표 측 입장과 요즘 분위기를 알아보며 고심 중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말이다.

박 전 대표 측도 친박계 탈당파의 ‘복당’ 여부와 7월 전대에서의 ‘당권’ 등이 약속된다면 또 다른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한 것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총선 뿐 아니라 올 여름 전당대회와 차기 대선까지 장기적인 청사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 측 관계자는 “총선 이후 급해지는 것은 저쪽(친이계)일 것”이라며 “피와 땀으로 일군 당을 우리가 왜 떠나야하느냐”고 말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청와대의 구조 신호에 박 전 대표가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나라당 원조는 누구냐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무소속 의원이 ‘한나라당 원조론’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공천 탈락 이유는 오직 박근혜 전 대표를 밀었다는 것뿐”이라며 “민의를 통해 심판받고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친박 무소속 연대의 정체성은 한나라당과 같다”면서 “우리가 한나라당의 주인이고 원조였는데 뒤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밀려난 것”이라고 ‘원조론’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대통령이 잘할 수 있도록 가장 앞장서야 할 실세들이 권력다툼에 눈이 멀어 당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친이계 핵심을 겨냥했다.

엄호성 의원 등 또 다른 탈당파 의원들은 당 복귀가 아닌 총선 이후 ‘당대당’ 통합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규택 의원은 “우리는 5년 후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사람들"이라며 ”총선 후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가 연합해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과 부산 남구을에서 맞붙는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는 “강재섭 대표와 부산시당이 복당 불가 원칙을 이미 밝혔다”면서 “복당 운운은 염치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이방호 사무총장 등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사람은 중대한 해당행위를 한 사람으로 어떤 경우에도 입당할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등 패배할 경우 이들과의 빅딜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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