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이곳에서 결판 난다”
4월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판도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거대정당은 ‘공천 물갈이’ 속에 내부갈등이 심상찮다. 대다수 예선탈락자들은 ‘무소속’ 깃발을 걸고서라도 출마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당초 수도권에서 압승을 점쳤던 한나라당에도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역색채가 엷은 수도권은 이번 총선의 승부를 가르는 최대 요충지다. 경기·인천지역구 63곳 중 가장 뜨거운 경쟁을 펼칠 7개 선거구를 집중 취재했다.
▲ 경기 광명을
전재희 의원-양기대 후보 재대결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과 양기대 통합민주당 후보가 17대 총선에 이어 재대결을 펼친다. 전 의원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청와대행도 얘기 됐지만 당 지도부가 “전 의원이 빠지면 경기 전체 판세가 휘청 거린다”며 만류했던 핵심인사다.
양 후보는 4년 전 3천여표 차로 아쉽게 진 것을 되갚아주겠다는 의지지만 전 의원 입지가 만만찮다.
전 의원은 광명시에서 관선·민선시장을 거친 재선의원이다.
이곳은 또 통합민주당의 수장인 손학규 대표가 14대부터 16대까지 내리 활약한 곳이어서 ‘손학규 효과’ 또한 관심을 모은다.
여성 최초 행정고시합격, 여성 최초 관선·민선시장 등 ‘여성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지역기반이 장점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양 후보는 정동영 전 장관 쪽 핵심이다. 지난 4년 동안 휴일에도 지역구를 누비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 경기 여주·이천
이규택 의원-이범관 후보 결전
현역인 이규택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뒤 ‘친박연대’로 몸을 옮기면서 관심지역이 됐다. 이 의원을 누르고 공천된 한나라당 이범관 후보와의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두 사람의 악연도 화제 거리다. 2000년 대검 공안부 수장이었던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선거법위반을 수사한 바 있다.
그 때 이 의원은 이 공안부장의 탄핵을 주장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만큼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것”이라고 비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맞서는 이 후보는 “여당후보가 당선돼야 획기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며 지역발전론을 내세웠다.
이 의원과 이 후보는 모두 여주출신이다. 여기에 이천 출신인 민주당 김문환, 자유선진당 이희규, 무소속 유승우 후보 등도 나서 표 싸움을 벌인다.
▲ 경기 고양 일산 서구
김영선 의원-김현미 의원 맞장
현역의원이자 여성전사들끼리 맞붙는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의 아성에 김현미 통합민주당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3선인 김영선 의원이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우위를 보이지만 민주당 내 단골대변인인 김현미 의원 인지도도 만만찮다는 평이다.
정 전 장관 쪽 핵심인 김현미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지만 2005년부터 활발한 지역 활동을 펼쳤다”면서 “분위기가 올라가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 쪽도 “이젠 여당의원이란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며 승리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경기 고양 일산 갑
한명숙 전 국무총리-백성운 후보 ‘격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백성운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이 한명숙 통합민주당 의원과 일전을 벌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 의원은 오랜 경륜과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내세우며 3선을 자신하고 있다. 백 후보는 이 대통령 쪽 그룹의 핵심이란 점과 지역 토박이론을 내세웠다.
연초까지 박빙승부로 예상됐지만 새 정부의 연이은 실정과 한나라당 내분으로 한 의원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이었다가 공천에서 떨어진 김형진 후보가 ‘친박연대’ 간판으로 출마하는 게 핵심변수다.
▲ 경기 수원 영통
김진표 의원-박찬숙 의원 혈투
신·구정권의 핵심멤버들이 만났다. 경제관료 수장에서 정치인으로 돌아선 김진표 통합민주당 의원이 아나운서 출신인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과 정면대결을 벌인다.
참여정부 ‘경제부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맞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모두 수원 출신으로 중앙 정치에서 성공한 뒤 ‘금의환향’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박 의원은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강한 여당론’을 내세울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수원지역 정서가 총선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이다. 이 지역이 삼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코닝 등 전체면적 52만평이 이곳에 있다.
박 의원 쪽은 김 의원이 삼성특검을 통과시킨 참여정부 핵심인사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김 의원은 ‘일 잘하는 김진표’를 기치로 내세웠다.
▲ 경기 부천 원미 을
배기선 의원-이사철 전 의원 빅 매치
‘숙명의 라이벌’이 4번째로 맞대결을 벌인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지역구가 생긴 뒤 배기선 통합민주당 의원과 이사철 한나라당 전 의원은 줄곧 맞붙었다.
15대 총선에선 이 전 의원이, 16·17대에선 배 의원이 이겼다.
운동권 출신의 배 의원과 공안검사를 지낸 이 전 의원의 맞장이란 점에서도 관심지역이다.
여기에 노동운동가출신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배 의원 쪽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전 의원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부동층이 40%대에 달해 결과를 예측하기엔 이르다.
배 의원은 지역구 현역의원이란 점을, 이 전 의원은 지역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와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배 의원 상황도 변수다.
배 의원은 공천에서 통과한 만큼 ‘정치적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인천 계양을
송영길 의원-이상권 후보 ‘박빙’
3선 도전에 나선 송영길 통합민주당 의원의 사수여부가 관심사다.
이상권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강한 여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후보(전 민주노총 인천본부 여성위원장)와 자유선진당 박희룡 후보(전 계양구청장) 등도 지역에서 만만찮은 저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송 의원 쪽이 높은 인지도에도 당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도시와 농촌이 뒤섞인 계양을 선거구엔 서울로 출·퇴근하는 30~40대 맞벌이부부와 농업지역 거주민들이 함께 생활한다.
젊은 층은 중앙정치이슈에 민감하지만 농업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투표성향을 보였다.
선거구 확정 뒤 지금까지 치러진 3차례 총선에선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 소속의원이 당선되는 등 구여권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45.5%)가 정동영 후보(27%)를 압도했던 곳이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인천총괄본부장을 지냈으며 20년 넘는 법조경력과 청렴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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