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신 생존전략’

한국정치사를 수십 년 간 지배했던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대통령이 공멸위기에 놓였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공천과정에서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 인사들 상당수가 떨어지는 수모를 맛봤기 때문이다. 이들 탈락자들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통해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다.
정치권에선 YS와 DJ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결과에 따라 총선에 임하는 영·호남 민심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18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크게 흔들렸다. 상도동계는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동교동계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에서 상당수가 쓴맛을 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40여 년 한국정치를 좌지우지 했던 두 계파가 무너지게 되면 그 수장인 YS와 DJ의 정치 영향력도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상도동계는 이규택(경기 여주·이천), 김무성(부산 남구 을), 이경재(인천 서·강화 을) 의원이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했다. 대변인격인 박종웅 전 의원과 YS차남 김현철씨도 중도 탈락했다.
동교동계 역시 DJ차남인 김홍업 의원(전남 무안·신안)을 비롯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균환·설훈 전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동교동계의 두 축이었던 권노갑·한화갑 전 의원은 그나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 계보의 주인들인 두 전직 대통령은 공천결과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스타일처럼 대응하는 방식도 달랐다.
YS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나라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그는 최근 정치고향인 부산을 방문, “공천이 잘못됐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치 못한 만큼 서울에서 절대과반을 못 넘을 것”이란 극단도 덧붙였다.
“버르장머리 고칠 것”
한나라당 공천자 중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 쪽 인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YS는 ‘친박 연대’에 가세한 이규택 의원과 영남 무소속연대를 이끄는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암묵적 승인과 함께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반해 DJ는 직접적인 의견표출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YS와 달리 목포 등 호남지역 방문일정도 아직까지는 예정돼 있는 게 없다.
그러나 박 전 비서실장이 “김 전 대통령이 잘해보라고 격려하셨다”고 밝힌 만큼 내심 묵인한 것 아니냐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DJ는 김홍업 의원 공천탈락에 대해선 좀 더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DJ는 최경환 비서관 이름의 논평을 통해 “당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민주당 공천심사위를 압박했다.
새 ‘지역 정당’ 출현(?)
지역정가에선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YS의 영향력과 호남 터줏대감 DJ의 파워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살아있다고 분석한다.
무소속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과 박 전 실장 등이 총선에서 살아남을 경우 두 계보는 몇 년간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거대정당인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기반자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판세가 ‘다당 구도’로 흐르는 것도 새로운 지역정당의 출현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YS와 DJ는 최근 정치발언을 통해 정치개입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시도되는 새로운 생존전략이 직계세력의 부활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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