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비례대표 후보 특별당비 논란

‘공천 파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비례대표후보들을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선 당에 특별헌금을 내고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는 이른바 ‘현대판 매관매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거대 정당들은 “이번엔 공천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하는 만큼 그런 악습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떠도는 ‘특별헌금’ 논란을 추적했다.
“10억원을 내면 가만히 있어도 금배지를 단다.”
지난해 대선에서 ‘인터넷스타’로 불렸던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는 특별당비 발언으로 공천장사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공직선거법위반·명예훼손 등으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특별당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까놓고 얘기해 저희가 창당하면서 돈을 쌓아두고 시작한 게 아니다”면서 “특별당비를 내는 분들한테는 받을 것이고, 비례대표는 비례대표 대로 그런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는 건 위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강삼재 최고위원이 서둘러 불을 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당원이라면 당비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자발적 참여는 적극 권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는 환영”
과거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공천헌금’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장공천과 관련, ‘5당3락’(5억원 공천, 3억원 탈락)이란 말이 나돌았다. ‘공천이 곧 당선’을 뜻하는 특정지역에선 ‘10억원설’까지 나왔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이 금액을 훨씬 웃돈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관련사건 당사자들 증언에 따르면 최소한 수억원에서 20억원쯤이 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 전 의원은 “1992년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원에게 합법적 정치헌금 16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정훈 전 의원도 1988년 총선을 앞두고 20여억원의 전국구헌금을 냈다고 말했다.
정치권인사는 “요즘에도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현역의원들이 당에 내는 특별당비가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에 이른다”면서 “기성정당의 경우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몽준, 10억원 납부해 화제
재력가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입당하면서 10억원을 특별당비로 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공천헌금’과 같은 과거의 악습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비례대표후보 검증이 이뤄질 뿐 ‘공천헌금’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총재나 허 총재 말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란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10~11일까지 비례대표후보 공천신청을 받았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만큼 600여명이 몰려드는 치열한 경쟁이었다.
당은 지역구 공천신청자들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당 6개월분 특별당비 180만원과 서류심사비 30만원을 합쳐 210만원씩을 거뒀다. 13억여원에 이르는 알찬 수입이었다.
통합민주당도 곧 비례대표후보 공천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지역구 공천신청자들은 1인당 심사비 100만원, 특별당비 150만원을 냈다.
자유선진당은 공천심사비를 50만원으로 정했지만 비당원일 경우 특별당비 100만원을 더 내도록 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은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뒷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돈을 주고 금배지를 샀다’는 과거의 악습이 이번엔 사라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누가 신청 했나
한나라당이 접수 받은 비례대표 공천신청자 수는 597명(남자 403명, 여자 194명)이 다. 이 중 60명이 비공개로 신청했다.
당이 공개한 비례대표명단엔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대표,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태익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 최병윤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 정책단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선 차동세 전 KDI 원장, 하윤희 당 부국장, 이정현 전 공보특보가 신청했다.
이 밖에도 김달웅 전 경북대 총장, 이상철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김영한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전도봉 전 해병사령관도 신청서를 냈다.
현역 비례대표인 정화원 의원도 다시 신청했다. 황산성 전 환경처 장관, 이만재 전 의원도 서류를 접수시켰다. 비례대표 공천심사는 지역구 공천심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 배정된 비례대표 의석수는 전체의석(299석) 중 54석이다. 한나라당은 그 절반인 27석 정도를 당선 가능권으로 보고 있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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