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은 물러가고 ‘여사’만 남았더라
‘영부인’은 물러가고 ‘여사’만 남았더라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3-20 16:22
  • 승인 2008.03.20 16:22
  • 호수 725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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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청와대 안주인’들의 요즘

대통령의 곁에서 늘 함께 해왔던 청와대 안주인들. ‘영부인’으로 불렸던 그들은 대통령 재임때 퍼스트레이디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관념을 깨고 청와대 안주인의 호칭을 ‘영부인’에서 ‘여사’로 바꿨다. 김윤옥 여사는 최근 이 대통령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참석 등 외부활동에 바쁘면서도 잡지구독신청을 직접 할 만큼 소탈한 모습을 보여 화제다. ‘청와대 안주인’들은 이처럼 대통령과 함께 하면서도 독립적으로 봉사와 복지에 힘썼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장 최근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 부인은 지난 2월 25일 ‘청와대 안주인’자리를 내준 권양숙 여사. 그는 서민으로 살겠다며 김해 봉하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권양숙 여사
봉화마을 새집 가꾸며 서민속으로

노 전 대통령과 새 집 가꾸기는 물론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서민 속으로 돌아왔다. 지난 6일엔 김해시가 매달 1~2차례 여는 자연정화활동에 동참했다. 정계인사와 적십자사 회원,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지역사회봉사단체 회원 200여명과 쓰레기를 치웠다.

이어 8일엔 부산민주공원을 참배했다. 12일 오전엔 봉하마을 종합복지회관 개관행사에 참석, 마을사람들과 첫 상견례를 가졌다. 권 여사 부부는 전날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친정아버지 선영을 참배하고 환영 나온 주민들께도 인사를 올렸다.


이희호 여사
여성·문화분야 활발한 모습

김대중 대통령(DJ) 부인 이희호 여사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DJ의 ‘그림자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엔 부부가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이 여사는 특히 여성·문화 분야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11월 ‘2008 봄·여름 스파 서울컬렉션’에 참석,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올 들어 2월 15일엔 여성의 날을 맞아 류마티스 관절염 관련 ‘여류사랑 캠페인 및 사진전 개막행사에 참가, 여성운동에 애착을 보였다. 또 모처럼
DJ와 사흘 일정으로 전남 영암으로 휴가를 떠나 눈길을 끌었다.


손명순 여사
YS 건강챙기며 뒷동산 산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조용히 보내고 있다.

김 전 대통령 건강 챙기기 등 에 충실하고 있다. YS의 아침·점심식사를 챙기고 상도동 집 뒤에 있는 고구동산에 비서진들과 오르기도 한다. 김 여사는 부부금슬이 좋아 두 사람이 서로 아껴주며 내조에 힘쓴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때 그녀의 건강악화설이 나돌았으나 상도동 쪽은 ‘사실 무근’이란 반응이다.


김옥숙 여사
노 전 대통령 간병에 전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 입원 중인 노 전 대통령 병간호에 매달리다 시피하고 있다. 건강문제로 외부활동을 자제해온 노 전 대통령은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노 전 대통령이 2월 들어 두 번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전립선암수술에 이어 희귀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고 신체평형감각을 맡는 소뇌가 줄어드는 병세로 고생 중이다. 더욱이 증세가 악화돼 어지럼증을 느끼며 팔·다리 움직임 외엔 거동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 여사는 요즘 병원과 서울 연희동 집을 오가며 병간호에 여념이 없다.

또 최근 여 교수를 상대로 179억원을 돌려달라는 송사에 나선 박철언 전 장관의 비자금 중 ‘김 여사의 숨겨진 돈’에 대한 발언이 나와 곤혹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한 측근은 “청와대에 일하면서 박 전 장관으로부터 76억원을 받아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했다”면서 “박 전 장관이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돈도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순자 여사
전 전 대통령과 배드맨턴 치며 건강관리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역시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식이다. 배드민턴으로 건강을 다지는 그는 요즘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씨가 사기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고부터 더욱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게 연희동 측근들의 귀띔이다.

이씨는 이 여사의 삼촌이자 국내 최대 규모 어음사기사건인 ‘이철희·장영자 사건’의 주인공 장씨의 형부다.

이 여사는 또 지난 2월 29일 전 전 대통령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평화적 정권 이양 20주년 기념’ 만찬행사에 참석했다.

전 전 대통령은 “5공화국은 안보와 치안확립을 통한 민생안정에 가장 큰 역점을 뒀다”면서 “역대정권 중 처음 평화적 정권이양을 통해 민주주의가 자랄 토양을 마련했다”고 자평해 네티즌들 불만을 샀다.

이런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함께 갔던 이 여사의 심기가 크게 불편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안방마님’들 중 가장 존경받은 사람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어머니인 육 여사는 전형적인 ‘한국의 여인상’으로 꼽혔다. 소리 없는 내조와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에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육 여사에 대한 뒷말은 거의 없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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