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격전지, 열전 현장 서울편
4·9총선 격전지, 열전 현장 서울편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3-19 11:33
  • 승인 2008.03.19 11:33
  • 호수 72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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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서울의 봄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일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 의미를 ‘견제론’(57.3%)에 두는 민심이 새 정부를 밀어줘야 한다는 ‘안정론’(38.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떨어지는 서울지역은 승부를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통합민주당은 대표얼굴인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을 서울 종로구와 동작구 을지역에 전략 공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나라당도 대응책 마련에 바쁘다. 서울 48개 지역구 중 경쟁이 가장 뜨거울 곳으로 점쳐지는 7개 선거구를 집중 취재했다.

서울 종로구
박진의원-손학규대표 결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손쉬운 당선이 예견됐지만 무서운 복병이 나타났다.

민주당 손 대표의 출마로 ‘정치 1번지’다운 열기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한 석이라도 아쉬울 때다. 가장 앞에서 이명박 정부와 싸우겠다”고 결전의지를 밝혔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기지사를 지낸 손 대표의 종로구 출마는 모험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종로를 발판으로 국회에 다시 들어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는 한층 탄탄해지게 된다.

윤보선·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이곳에서 금배지를 달았다는 점도 매력이다.

17대 총선에서 김홍신 전 의원을 가까스로 이긴 박 의원 쪽은 “이번에도 쉬운 승부는 아닐 것”이라며 구두끈을 다시 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외교통다운 전문성, 강력한 지역 기반이 장점이다.

손 대표와 박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이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 출신 정치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두 사람의 정치권 입문을 이끌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종로선거구 결과는 서울 강북지역 선거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동작 을
이군현의원-정동영전 장관치열

민주당은 손 대표와 함께 정 전 장관을 서울 동작구 을지역에 내보내 강남·북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정 전 장관은 “당이 권유한대로 서울 남부지역에 출마, 의미 있는 의석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시 덕진구에서 전국 최다득표율을 기록했던 정 전 장관이지만 개인연고가 없는 이곳에서의 선전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나마 이곳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정서가 강했고 확실
한 정치인이 없다는 게 위안거리다.

대선패배 뒤 백의종군 차원에서 당의 권유를 받아들인 정 전 장관은 “서울 동북지역과 마찬가지로 서남부지역 의원들도 서울 여의도에 살아 돌아와야 의미 있는 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상대로는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 손꼽힌다.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였던 이 의원은 동작지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자신할 만큼 지역적 기반이 탄탄하다. 이 지역에 있는 중앙대를 나왔고, 같은 학교 교수를 지내 당선에 유리하다는 견해다.


서울 도봉 갑
김근태의원-신지호대표격돌

‘재야운동의 대부’와 ‘우파 386’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4선을 노리는 김근태 민주당 의원이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찮다. 2006년 지방선거 후 지역민심도 상당 부분 한나라당 쪽으로 옮겨갔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저격수로 내세운 인사는 뉴라이트 세력의 선봉장인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다. 민주화운동의 대표 인사인 김 의원 쪽은 신 대표 도전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위기감이 적지 않다.

한 때 ‘건강이상설’이 나돌았던 김 의원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역 곳곳을 돌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인지도에선 훨씬 앞서지만 낮은 당 지지율이 마음에 걸린다.

김 의원 쪽은 “새 정부와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이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4선은 무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 대표는 “김 의원이 12년간 지역구를 맡았지만 지역발전은 여전히 제 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공약전쟁을 선포했다.


서울 은평 을
이재오의원-문국현대표대결
허경영총재 옥중출마 움직임

이 대통령 그룹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 텃밭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나섰다.

이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터라 이를 둘러싼 설전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대운하를 막고 이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 의원을 쓰러뜨리기 위해 은평구 을지역에 나섰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총선을 위해 서울 불광동으로 이사하는 등 온힘
을 쏟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각종 말과 기행으로 화제를 모았던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도 ‘옥중 출마’하겠다는 각오다. 허 총재는 공직선거법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구속 기소돼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대선주자 2명의 도전을 받는 이 의원이지만 총선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시간만 나면 자전거로 지역구를 도는 등 지역구관리를 워낙 잘해 ‘이변’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문 대표와 민주당 후보가 표를 나눠먹는다면 한결 여유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민주당 후보는 손 대표 쪽의 민병오씨 등 6명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 대표를 고려,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서울 양천 갑
강삼재-원희룡의원겨눠

자유선진당 탄생의 산파역을 한 5선 출신의 강삼재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소장파 대표 격인 원희룡 의원을 겨눴다.

강 위원은 선진당의 수도권 발판 마련을 위해 20여년 다져온 경남 마산을 뒤로하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서울·수도권에서 선진당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나섰다”면서 “나와 원 의원이 맞붙는 것을 보는 분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원 의원도 3선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양천구에 뼈를 묻겠다”고 강조하며 “보수의 차별화를 통해 진정한 주인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손 대표의 정무특보를 지낸 이제학 후보가 나선다.


서울 강서 갑
신기남의원-구상찬위원장맞장

신기남 통합민주당 의원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공보특보를 지낸 구상찬 당협위원장이 맞붙는다.

열린우리당 시절 ‘탈레반’으로 불리며 당 개혁을 이끌었던 신 의원은 탄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4선 도전에 나섰다. 당 의장을 지내는 등 정치력도 뒤지지 않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 중 서울에서 공천이 확정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구 후보는 지역현안 해결을 집중 파고들 계획이다.

그는 “지역사회에 공헌하지 않고 중앙정치무대를 중심으로 뛴 사람을 더 이상 뽑아선 안 된다”며 신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동대문 을
민병두의원-홍준표의원빅 매치

‘저격수’와 ‘기획통’의 맞대결이다. 민병두 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공천이 확정됨으로써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의 빅 매치가 펼쳐진다.

터줏대감을 자임하는 홍 의원은 구여권 관련의혹을 연이어 터뜨리며 공격수로 이름이 높았다. 반면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였던 민 의원은 기자출신다운 아이디어와 분석력으로 4년 만에 당 대표 ‘기획통’이 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BBK사건 연루 의혹을 놓고 대결했다. 민 의원은 ‘공격수’로 활약했고, 홍 의원은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수비에 열을 올렸다.

홍 의원 쪽은 “4년 전 탄핵역풍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며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민 의원 쪽 관계자는 “최근 오르고 있는 당 지지율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나경원 맞상대는 누구?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서울지역 총선의 ‘해결사’로 나섰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전략공천에 놀란 한나라당은 나 대변인을 서울 중구지역에 긴급 투입했다. 한나라당은 나 대변인의 중구 출마를 통해 종로에서 시작되는 민주당 바람을 막겠다는 의도다.

나 대변인은 송파 병지역에 공천신청을 했지만 복잡한 경쟁구도와 당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중구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나 대변인의 ‘무혈입성’을 기대하기란 아직 이르다. 현역인 박성범 의원이 당 공천 결과에 강력 반발, 무소속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대표후보로 방향을 바꾼 강금실 최고위원의 대타 감을 찾고 있다.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단수후보로 올라있지만 인지도 차이가 커 고민이다.

종로구에 출마한 손 대표와 함께 ‘강북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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