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필두, 진보신당 창당

진통을 겪었던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권영길·노회찬’ 의원을 중심으로 갈라섰다. 그 중 한쪽은 노 의원을 필두로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민노당이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차·포 떼인 꼴’이라며 수군거리고 있다. 표면에 드러난 옛 동지간의 격돌현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2일 백범기념관에선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보신당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평등·생태·평화·연대’ 등을 핵심가치로 내걸고 이명박 정권에 맞설 대안 야당으로서 선명한 정책대결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1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통해 법적인 정당조직을 갖췄다. 총선을 치른 뒤 재창당을 통해 진보적 가치를 폭넓게 담아내는 2단계 창당일정과 18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방침도 마련했다.
진보신당은 노회찬·심상정 의원, 김석준 부산대 교수 등 5명이 공동대표로 뛴다.
노 대표는 창당에 대해 “민중들 요구를 받아 새로운 진보정당이 가져야할 진보적 가치의 재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 역시 “낡은 틀에서 안주하고 타협하는 실천은 악”이라며 “실천적 진보정당으로 첫걸음을 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기인으론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김기수·심재옥 전 민노당 최고위원, 김형탁 전 민노당 대변인 등 지역인사 167명과 직능부문 169명 등 336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탈당파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참여의 폭이 그렇게 넓지 못한 약점을 안고 있어서다.
또 한국사회당, 초록정치세력과의 결합도 총선 뒤로 미뤘다. 금속노조, 공공노조의 대거 이탈이 예상됐던 노동계 합류도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돈 사정도 빼놓을 수 없다. 신당이 잡고 있는 중앙당 창당대회 및 경선비용은 약 23억원. 최소한 2~3% 이상의 정당지지율로 정당유지, 비례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진보신당으로선 빨리 풀어야할 숙제다.
지지 세력이 민노당과 겹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최단시간 지지표를 모아야 한다. 민노당 역시 진보진영의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진보신당 발기인대회가 한창이 시간에 맞춰 국회본청 앞에서 권영길 의원들이 17대 국회의원을 마무리 하며 국민들에게 석고대죄 했다.
또 지난 4일엔 양당이 같은 날 일부 지역구후보들을 발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날 진보신당은 19명의 수도권 후보를, 민노당은 73명의 지역구후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소모전을 피하자는 의견에 양쪽이 뜻을 같이 하는 분위기다.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되도록 겹치지 않는 지역 안에서 후보자를 공천하자는 것이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총선 양당의 대결구도가 볼거리를 안겨주며 치열한 접전을 보일지, 미지근한 대결구도로 흐를지는 알 수 없다.
#진보신당 소속 최현숙 후보
한국 최초 커밍아웃 4·9총선 출마
18대 총선을 맞아 전례 없는 후보가 등장했다.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노리고 있다.
그들 중 대표로 총선에 나서는 사람은 진보신당 소속 최현숙(51) 후보. 그는 최초의 레즈비언 총선출마자로서 대한민국을 커밍아웃 시키겠다는 포부다.
그가 출사표를 던진 곳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지역. 하지만 정치적 욕심을 위해 택한 게 아니라며 “이념이 아닌 성 소수자들의 집결장소이기에 희망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난하고, 이혼한, 한 레즈비언으로서 나 같은 사람이 행복하고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라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의 위선과 거짓을 커밍아웃 시켜 대한민국 국민의 1%를 위한 정치가 아닌 100%를 위한 정치활동을 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정치 ▲연대 정치 ▲치유 정치 ▲자치 정치 ▲공유 정치 등을 정치이념으로 내놨다.
그는 2004년 남편과 이혼하고 커밍아웃해 최근까지 민노당 성 소수자위원회위원장을 지냈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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