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호, 박근혜계 유승민 의원과 접촉 있었다”

한나라당이 ‘공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공천결과는 우려한 대로 보이지 않는 ‘3강’ 손에 의해 좌지우지된 결과로 드러났다.
문제는 최근 한 언론이 보도한 <이(李)-박(朴) ‘영남빅딜’ 비밀 합의> 기사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는 점이다. 기사엔 이명박 대통령(MB)과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개혁공천의 상징지역인 영남권 ‘현역 국회의원 50% 물갈이’에 이면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천심사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강재섭 대표, 이재오 의원(전 최고위원),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 등이 청와대에서 MB와 회동한 사실만 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영남권 물갈이’ 빅딜설 내막을 들여다본다.
MB와 회동 직전까지 관여
한나라당 공천심사가 거의 끝났음에도 정가엔 ‘빅딜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쪽 핵심인사의 ‘영남권 밀약설’ ‘청와대 접촉설’ 등의 얘기들이 수그러들지 않은 까닭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방호 당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영남권 물갈이 50% 합의설을 부인했지만 의혹은 꼬리를 문다. 진실게임을 하는 분위기다. 공천심사과정에서 ‘친이’ 쪽과 ‘친박’ 쪽간의 뜨거운 물밑싸움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친박’계 한 핵심측근은 “공천심사위원회(약칭 공심위)가 활동하기 직전까지 박 전 대표는 공천시기, 심사기준, 심사위원 등에 대해 공정한 요구를 했다”면서 “지난 1월 23일 박 전 대표는 MB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MB얘기를 듣고 두 사람이 ‘신뢰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MB와 만난 뒤론 모든 것을 믿고 공천과 관련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이 총장이 (친박계 핵심측근) 누구와 접촉했든 박 전 대표에겐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던 만큼 전혀 모르는 사안이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공천탈락 예고된 수순
빅딜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총장과 친박 쪽 핵심인사와의 접촉 여부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박 전 대표 쪽) 핵심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유정복 의원과는 여러 번 통화한 적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이는 공천심사과정에서 양쪽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걸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정가에선 이 총장이 박근혜계 핵심측근과 물밑합의가 이뤄진 게 사실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가엔 ‘청와대가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유승민·이혜훈 세 사람 중 누구누구는 공천을 주지말자는 얘기가 나돌았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영남권 물갈이 대상에 김무성 의원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이 총장이 만난 친박계 핵심인사는 누구일까. 유 의원은 이전부터 박 전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하지만 그는 공천 등 중요 정보선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만큼 ‘힘’을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선 때 친박계 핵심측근은 김무성· 유승민· 유정복· 이혜훈· 최경환 의원 등이다. 정가에선 그 가운데 ‘유승민 의원’과의 접촉설이 파다하다.
“양쪽 핵심인사 발언이다”
하지만 ‘빅딜설’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이(李)-박(朴)’간 빅딜설을 첫 보도한 CBS노컷뉴스 기자는 “양쪽 핵심인사 말을 듣고 보도했다. 단순한 실무진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쪽의 이면합의가 이뤄진 게 사실이란 설명이다.
‘반론보도 청구’를 하겠다던 이 총장 쪽은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노컷뉴스는 “정정보도는 있을 수 없고, 확실한 관련인사를 통해 들은 사안인 만큼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컷뉴스> “MB계-친박계 다 접촉했다”
<이(李)-박(朴) ‘영남 빅딜’ 비밀합의>를 첫 보도한 최승진 기자는 공천관련 취재 중 ‘영남권 빅딜’에 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보도 전날(11일) 마지막으로 친박계 핵심측근을 만나 영남물갈이 50%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실무적 사항을 듣고 기사를 쓸 수는 없다”면서 “MB쪽 최측근도 만났고, 친박계 핵심인사도 만나는 등 여러 명과 접촉한 끝에 얻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친박계에서도 핵심측근하면 다 아는 인물이다”면서 “실명은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장이 여러 번 통화했다던 유정복 의원은 아니라고 했다.
이 총장 쪽에서 기사를 쓴 ‘노컷뉴스’쪽에 ‘정정보도’를 요구한 이상 곧 ‘한나라당과 언론사’간의 공방전이 펼쳐질 조짐이다.
‘공천파동’의 여파는 청와대 개입설 여부를 둘러싼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입성한 인수위 멤버들 핸드폰 바꾼 까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최근 휴대전화번호를 바꿨다. 청와대로 입성하면서다.
왜 그랬을까. 청와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최대한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핵심멤버들은 이명박 대통령(MB)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 때 중추적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상당수다.
때문에 일선기자들과 접촉을 자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와대로 들어간 핵심들 대부분이 전화번호를 바꿔 연결이 어려운 상태다. 일선기자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국회출입기자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인수위원들과도 전화가 안 된다”면서 “연락해보니 전화가 불통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가관계자는 “MB의 국정운영스타일을 보면 청와대 관련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면서 “사소한 기사도 용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정보는 철통같은 보안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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