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철저히 배신당했다”
“MB에 철저히 배신당했다”
  • 김현 기자
  • 입력 2008-03-19 09:12
  • 승인 2008.03.19 09:12
  • 호수 72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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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친박’계 의원 대결집 긴급특명 총선 뒤 신당 시나리오
한나라당 ‘공천 광풍’이 거세지고 있다. 최대관심은 4월 9일 18대 국회의원선거 뒤 ‘친박’계 공천탈락자들 행보다. 이들이 총선의 변수이자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무더기로 공천에 떨어지자 가칭 ‘미래한국당’이라 고친 당 이름으로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일부 탈락자들은 무소속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더러 ‘자유선진당’에 합류할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공천탈락자들은 총선 뒤 ‘박근혜 깃발’을 꽂고 신당 만들기를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요즘 4·9총선 때 안정적 의석확보가 가능할지 걱정하고 있다. 공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까닭이다.

공천심사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공천대학살’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친박’계 현역의원들이 무더기로 공천에서 떨어졌다. 일찌감치 공천에서 떨어진 이규택 의원 등은 ‘참주인연합’ 당명을 고친 (가칭)‘미래한국당’으로 총선에 나설 예정이다. 또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 공천탈락자들은 서둘러 △무소속 출마 △가칭 ‘미래한국당’ 합류 △자유선진당 입당 등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총선 뒤 ‘친박’계 움직임이 심상찮을 것이란 게 정가사람들의 분석이다.


‘각자 생존’ 뒤 ‘친박’계에 합류

공천에서 밀린 ‘친박’계의 일부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MB)이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 화합과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당을 떠나 다시 뭉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MB쪽을 향한 ‘경고성’ 발언이다.

박 전 대표도 ‘친박’계 사람들이 공천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데 대해 “사적 공천”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쪽 핵심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MB가 믿음을 깨뜨리면 총선은 실패할 것이다”면서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확보도 어려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직후 ‘친박’계의 무더기 탈당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가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은 총선 전까지 ‘각자 생존’하다가 총선 후 박 전 대표가 명령만 내리면 곧바로 신당을 꾸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감독’이 움직이면 ‘선수’는 언제든 감독을 따라 행동한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직을 맡는 동안 상당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현역의원을 비롯, 원외위원장 등 5~10년 그를 믿고 따른 사람만도 상당수다.

따라서 신당을 만들어도 ‘구멍가게’ 정도가 아닌 ‘대형 마트’규모로 창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쪽의 다른 핵심측근도 “MB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 전 대표는) 탈당여부 등을 고심할 것이다”면서 “언제든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가 이대로 박 전 대표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면 기사회생한 ‘친박’계 의원들과 무소속 출마의원들이 편대를 이뤄 ‘박근혜당’을 만드는 전략을 세울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과도 통합 가능성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총선 뒤가 관전 포인트다. ‘친박’계 일부에선 “친박계 위력이 약할 경우 5월쯤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과도 손잡을 수 있고, 또 다른 제3당과도 뭉칠 수 있다. 여러 각도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충청지역에 강한 자유선진당과 결집하면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이다”면서 “그 때 한나라당은 되레 ‘영남당’이란 지역색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에겐 ‘콘크리트표’(변동 없는 고정 표심)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총선 뒤엔 ‘박근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가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표심을 등에 업고 당을 만들면 그 효과는 배 이상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공천탈락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탈당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남지역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일부 탈락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을 서둘러야한다며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총선 뒤를 관망, 여러 변수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MB의 행보에 따라 ‘변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한 언론사가 보도한 <‘MB 박 전 대표’간 영남권 물갈이 50% 밀약설> 기사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오면서 박 전 대표가 이방호 당 사무총장과 공방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 총장을 향해 “(물갈이 50%에) 합
의하는 데 만난 ‘친박’ 쪽 핵심인사가 누구인지를 밝혀야한다”며 MB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박 전 대표가 이 총장을 향해 강한 발언을 쏟아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즉 △MB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는 점 △공천이 잘못됐다는 점 △ 잘못된 인사시스템으로 정치발전을 후퇴시킨 점 △총선 뒤 화합이 어려울 땐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MB한테 당했다며 마지막으로 던지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총선은 ‘바람선거’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는 최대위기다. 지금 시점에선 ‘박근혜 사람들’이 구석에 몰린 처지다. 더 이상의 퇴로도 없다.

이럴 때 ‘바람선거’를 잘 이용하자는 게 ‘친박’계 일부 의원들의 생각이다. 박 전 대표가 총선 이후 결단만 내리면 당 밖에서 ‘박근혜 당’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기 때 탈당은 지지율 반등 효과

‘친박’계 쪽은 총선 뒤에 당을 만들면 △돈 △조직력 △시간적으로도 부족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 때 당을 떠나면 뉴스를 선점할 수 있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란 견해다. 정가 일각에선 총선 전보다 ‘박근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전문가는 “이번 공천심사결과를 보면 ‘공천’이 아니다. ‘MB계’가 나눠먹기를 했다. 말 그대로 ‘사천’이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면서 “MB가 박 전 대표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보지 않는다면 MB에 대한 국민들 불신은 커질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표도) 탈당결심
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수도권 한 의원 쪽도 “선거 뒤에 MB가 계속 신뢰를 저버리면 박 전 대표는 탈당결심을 굳힐 것이다”고 말했다. ‘친박’계 영남권의 한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당을 떠날 명분은 충분하다”면서 “보이는 현역의원들의 시체도 상당한데 공천에서 떨어진 원외위원장들의 주
검이 둥둥 떠다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그들이 보일 것이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한편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일부 공천탈락의원실 문이 잠긴 곳도 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친박’계 의원들끼리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이다.

총선 뒤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떤 시나리오로 어떻게 행동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3·13공천대학살(?)’ 그 이후

한나라당 공천파동이후 당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를 향해 비판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각 부처 장관급 인사 단행부터 공천심사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초반부터 삐걱댄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당 안은 벌써부터 혼란스럽다. ‘공천 광풍’이 불어 닥쳐 어수선하기만 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동·서간 대결이나 이념별·지역별 갈등이 해소된 점은 높이 평가해야한다”면서 다만 “인사시스템을 보면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또 정부가 야당·국민을 설득해 (혼란스러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통합민주당 관계자도 “당 안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 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다 있다”고 비꼬았다.

관계자는 또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청와대 쪽에선 낙관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과반수 의석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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