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삼성 떡값’ 열린다'
판도라 상자, ‘삼성 떡값’ 열린다'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3-13 09:29
  • 승인 2008.03.13 09:29
  • 호수 72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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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후폭풍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수락산 성당에서 삼성의 로비 대상 명단 일부를 공개 하고 있다.

‘삼성 특검’의 발단이 된 ‘삼성 떡값’ 의혹이 청와대를 정조준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지난 5일 로비대상자 명단을 추가 폭로하면서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전 서울고검장)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를 정면으로 들먹였다.

사제단의 추가명단 폭로로 삼성 특검팀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한동안 마음을 놓고 있었던 정치권과 관가, 재계에도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비리핵심을 캐는 데 적합하지 않은 분들이 정부핵심에 있으면 안 된다.”

사제단이 추가로 밝힌 명단엔 ‘이명박 정부’의 사정라인 핵심인 이 민정수석과 김 국정원장 내정자가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로비사실이 확인되면 새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김 내정자에 대해선 김 변호사가 직접 돈을 전했다고 주장해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법정비화’ 조짐도

‘삼성 떡값’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삼성 특검팀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1차 수사기한을 마치고 30일 동안의 연장수사에 들어갔다.

‘삼성 떡값’ 의혹의 핵심증인인 김 변호사도 불러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진술 받았다.

이에 반해 당사자의 한명으로 지목된 이 민정수석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법정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수석은 “무분별한 폭로에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며 “변호사를 선임, 모든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삼성특검의 불똥이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새 정부의 이어지는 실정(失政)에 또 하나의 ‘좋은 거리’가 생겼다며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내정자를 인사청문회 때 집중 추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다.

최인기 정책위 의장은 “영남권에 편중된 사정라인 빅5 중에서 빅2가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건 사실여부를 떠나 거론 자체만으로도 사정기관책임자 자격을 잃은 것이다”며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했다.

김 내정자를 낙마시킬 경우 이전 물러난 내정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수확’이 될 수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에선 김 변호사 주장의 신빙성을 입증할 근거가 드러났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내정자가 국정원장으로 내정되기 전인 지난 1월 중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도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검찰이 수사를 잘 하고 있는데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특검을) 했다”면서 “삼성은 국가경제에 기여가 큰 기업이므로 지나치게 지장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계, 특검 불똥 튈까 긴장

삼성 특검의 활동에 대해 주목하긴 재계도 마찬가지다.

특검팀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분식회계의혹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두 상자 분량의 회계감사조서를 받는 등 추적조사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밝혀진 차명의심계좌와 비자금조성 등도 그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경련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재계가 삼성 특검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 해준다. 삼성 특검 불똥이 튈 경우 있을 대혼란을 막자는 것이다.

삼성 특검의 또 다른 핵심인 경영권 승계의혹에 대해선 이건희 회장 소환이 최대 관심사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대규모 재산의 사회 환원을 준비 중이란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됐던 ‘특정기업 손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미리 모든 것 알고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떡값을 받은 인사들의 추가명단을 발표한 건 지난 5일 오후 4시였다. 사제단은 이날 서울 상계동 수락산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종찬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 삼성으로부터 금품수수의혹을 받은 인물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브리핑한 시각은 이보다 1시간 전인 오후 3시.

그 때 이 대변인은 “오후 4시 사제단발표가 있은 직후 보도해 달라”며 보도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현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관련당사자들이 스스로 고백한 것인지 다른 경로로 파악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가 일각에선 삼성로비대상 명단의 공개를 막으려는 시도가 적잖았다는 것을 주목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기관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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