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4.15 총선 패배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쇄신이 절실하다는 압박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4연패의 원인을 극복하자는 것인데, 통합당의 허은아 의원은 7월 1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보수정당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딩-비호감, 그 참을 수 없는 프레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보수야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와 낮은 호감도로 보수의 이미지 쇄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연이은 패배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바로 ‘아이덴티티와 리더십의 부재’다. 일요서울이 통합당에 필요한 ‘아이덴티티’와 ‘브랜딩’ 전략은 무엇인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알아봤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싸이월드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10.[뉴시스]](/news/photo/202007/407667_323990_3539.jpg)
-허은아 “진실과 진심보다 강한 브랜딩 없어”
‘브랜딩’이란 특정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런 감정들을 통해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수용자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과정이다. 따라서 ‘브랜딩’이란 진정성과 진실함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과 관계의 구축을 통해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정치 영역에서의 브랜드란 정당, 인물, 정책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미래통합당이 겪는 위기는 정당 브랜드의 위기를 말한다. 위기를 반영하듯 통합당은 4년간 2번이나 정당명칭과 상징색을 바꿔 변화를 모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연이은 선거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수정당으로 대표되는 통합당은 입지가 축소됐다.
최근 통합당은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내홍을 겪고 있다. 유권자에게 지지를 얻으려면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한 보수라는 가치를 버리고 이념에 관계 없이 진보진영의 의제를 선점하거나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대한민국 보수정당으로 대표되는 통합당이 보수적 신념을 지키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달 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이 취임 후 열린 첫 비대위 회에서부터 ‘정체성 논의’가 시작됐다. 그는 통합당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위해 진보 의제인 ‘기본소득제’를 화두로 던졌다. 지난달 8일 저출산 문제와 교육 불평등 해결 방안으로 ‘전일보육제’도 주장했다. 그는 ‘보수’, ‘자유우파’라는 말도 더는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질문에 요식업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씨를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은 골수 보수, 꼴통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며 “백종원씨 같이 모두가 좋아하는 대중 친화적인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진보진영의 의제를 선점하고 대중 친화적인 인물을 대권 후보로 거론하여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중도층에 대한 외연 확장을 꾀하는 모양새다.
반면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한 반발도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장제원 의원도 지난달 10일 SNS를 통해 “남들이 추구하는 노선을 따라가지 말고,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통합당이 되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당내 갈등 속에 이미지 전략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아이덴티티’와 ‘브랜딩’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정당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딩-비호감, 그 참을 수 없는 프레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미래통합당이 17일 당의 색과 로고를 공개했다. 미래통합당에 따르면 색상은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의미의 '해피 핑크'이며, 로고는 자유대한민국의 DNA가 국민의 가슴에 모여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미래통합당 제공) 2020.02.17.[뉴시스]](/news/photo/202007/407667_323987_3437.jpg)
전문가 “정체성 세우고 브랜딩 해야”
간담회는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수석부사장의 ‘브랜딩으로 보수합시다’라는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통합당은 친일, 기득권, 꼰대 이미지로 인해 빠져나오기 힘든 부정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목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도 “통합당은 친일, 수구, 기득권, 무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권 부사장과 입장을 같이했다.
앞서 민주당은 2003년 집권 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구성, 친일반민족행위, 반민주·반인권적 사건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친일과 독재를 옹호한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 결과 진보진영은 국민들에게 역사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비춰졌다. 통합당이 일명 ‘프레임 전쟁’에서 민주당에 밀린 것으로 인식됐다.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지난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부패 기득권 청산’을 명분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적폐청산에 착수했다. 야권은 “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워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는 곧 개혁·민주 대 수구·기득권으로 비춰졌고, 통합당은 부정적인 프레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수구·기득권 프레임을 혁파하기 위해선 먼저 아이덴티티를 세우고 브랜딩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이덴티티 정립의 3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통합당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둘째로 경쟁자인 민주당과 차별화된 것이 어떤 것인지 찾고, 마지막으로 통합당의 강점과 차별화된 능력을 국민들이 원하고 지지하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성토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에서 열린 JTBC와 히스토리채널 '양식의 양식'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식의 양식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 방송한다. 2019.11.29.[뉴시스]](/news/photo/202007/407667_323993_374.jpg)
“핵심은 ‘인물’ 결국은 ‘인재 양성’”
김우석 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선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 브랜딩을 해야 한다. 정치에서의 상품은 곧 인물”이라며 “그런데 통합당은 인재를 키우는 리더십이 없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된 메신저가 없는데 어떻게 승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즉,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덴티티도 인물을 통해서 세워지기 때문에 리더십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논지다.
‘인재 양성’ 의제에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윤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메시지가 잘 전달되기 위해선 유능하고 인기 있는 스타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며 인물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비호감 프레임에 사로잡힌 통합당을 지적하며 우선 인물과 정책으로 아이덴티티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후 브랜딩 작업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한다면 통합당도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결국 핵심은 ‘인물’이다. ‘인재양성’을 통한 당 브랜드 쇄신으로 모아진다.
한편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진실과 진심보다 강한 ‘브랜딩’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우리 당이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