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탈락자 “정말 억울 합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당마다 공천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공천탈락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탈락자들은 불만 표시의 하나로 단식투쟁, 분신, 퍼포먼스 형태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조용히 투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4·9총선 공천탈락자들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들여다본다.
공천심사는 정당을 대표해 당선가능성 높은 인재를 가려내는 선거일정 중의 과정이다. 올해처럼 ‘공천=당선’이라 불릴 정도로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한나라당 으로선 인재발탁은 매우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각 당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공천 대학살’ ‘공천 파동’이란 얘기가 들리는 것도 그런 흐름이다.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당을 떠나는 등 불만표시의 행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공천심사에서 떨어진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과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도 전했다. 한 의원은 “이것은 나에 대한 표적공천”이라며 “박근혜 캠프 대변인·수행단장으로서 박 전 대표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 왔다는 게 이유라고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기자회견과 홈페이지를 통해 ‘조용히 반발’할 뿐 자극적인 행동은 피하고 있다.
반면 강한 불만의 표시로 자신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도 적잖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경남권 탈락자들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을 꾀하는가 하면 재심을 요구해놓고 지역에 가서 해명 및 반발 기자회견을 갖기도 한다. 이어 중앙당 관계자들과 다시 접촉을 시도하는 등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김해시 갑 선거구 공천에서 미끄러진 허점도 예비후보가 좋은 예다. 공천 예심 탈락사실이 알려진 지난 2월 23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혀갔다. 훈방된 뒤 당사로 와서도 서울과 김해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거듭하고 있다.
뉴라이트 김해지부 상임대표로 지난 대선 때 활발히 뛰었던 허 씨는 “뉴라이트 출신은 공천예심을 거의 통과하지 못했다. 우린 이용당했다”며 공천심사위원장의 해명이 없으면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이다.
탈락에 대한 강한 불만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언론의 초점을 받고 거부감 없는 항의표시로 정가사람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기도 한다.
지난 7일 공천심사에서 떨어진 신동욱(서울 중랑구 을지역) 백석문화대 교수가 그랬다. 신 교수를 비롯한 공천후보자연대 회원들이 퍼포먼스 형식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사 앞에서 ‘공심위는 붕어빵, 당대표는 핫바지’ 라고 적힌 팻말과 핫바지를 들고 계파공천과 관련, 공천심사위와 강재섭 대표를 맹비난한 것이다.
신씨는 지난 2월 28일에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공천심사채점표 공개를 요구하며 공심위를 빗댄 살아있는 금붕어를 전시했다. 공심위를 ‘입만 뻥긋 뻥긋하는 어항속의 금붕어’를 빗댄 것이다.
통합민주당 사람들 역시 공천칼바람 희생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공천탈락을 ‘대학살’에 비유되고 있다. 비중 있는 거물급들이 공천심사에서 대거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측근인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 한화갑 전 당 대표, 설훈 전 의원, 이용희 국회 부의장 등이 그들이다. DJ실세들이 몰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최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수습에 나섰다. 당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탈당 등 이들이 취할 후속조처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 것이다.
공천결과에 타격을 받은 DJ실세 중 박 전 실장과 김 의원, 이용희 부의장 등은 “총선에서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 받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탈당 및 무소속 출마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천심사에서 배제된 김민석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박재승 위원장에게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인들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쥔 공심위원들이 문제가 된 당사자들을 심판할 철학과 근거가 있는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입장에서 공심위원들에 대한 청문회와 박 위원장과의 토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계륜 사무총장은 “개인적 억울함과 아픔에도 당이 나아가야 하겠기에 제 능력과 소신을 바쳐 노력하는 게 현재 당면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공심위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공천탈락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천 받기위해 3년여 한나라당에 충성해왔다. 하지만 이게 뭐냐. 내가 삽질한 것이냐”며 흥분된 어조로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또 “소식을 접할 때 당에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나주지 않아 과격하게 투쟁하고 싶었다”고 아픈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입장을 바꿨다”면서 “정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자중하기로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않겠느냐. 연락이 닿는 몇몇 군소정당들이 있어 협의 중이다. 당을 옮기든 무소속으로 나가든 둘 중 하나를 선택, 바보로 만든 당을 꼭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붙어도 오는 4월 9일 본선에서의 대결을 앞둔 긴장의 연속이요, 떨어지면 안타까움의 연속인 정당 공천심사. 또 다른 공천탈락자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아픔을 달랠지 궁금해진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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