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출신들 총선출마 ‘열풍’
보좌관 출신들 총선출마 ‘열풍’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3-12 09:28
  • 승인 2008.03.12 09:28
  • 호수 72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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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땐 고양이 커 보니 호랑이
한 : 한나라당, 통 : 통합민주당

정치에 뜻을 품고 자신이 모시던 의원들 옆에서 수족처럼 따르던 젊은 보좌관들이 18대 4.9총선을 맞아 공식적인 정치참여의 뜻을 비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17대 총선 때보다 보좌관들의 정치참여가 더 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소 의정활동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배웠던 보좌관들이 본격 출마에 앞서 어떤 마음자세로 임할까.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 출마한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은 6명이다. 입법 등 의정활동을 돕는 4급 보좌관 2명, 일반행정직 5급 사무관급에 해당하는 5급 비서관 1명, 6·7·9급 비서 각 1명씩이 그들이다. 이들은 국회 별정직공무원으로 임금 등이 해당 직급의 행정공무원에 준한다.

현역의원들 중 보좌관 출신들이 많다. 유시민 의원, 이광재 의원 등이 주로 꼽힌다.

유 의원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국회의원으로 뛰었던 13대 국회 때 보좌관을 지냈다. 그 때 유 의원은 이 의원을 스타급 청문회인물로 만드는데 힘썼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노 대통령의 13대 의원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 뒤 노 전 대통령 탄생에 힘썼다.

그 뒤를 이을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보좌관과 대선 때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 공보특보직을 맡아 공보업무를 총괄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기남 부소장이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광주시 남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보좌관 중엔 경남 밀양·창녕지역구에서 격돌을 벌인다. ‘보수원조’ 김용갑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좌관 출신인 김형진씨가 이곳에 도전한다. 이어서 이 대통령 쪽의 부대변인이었던 조해진씨가 강력한 라이벌이다.

김 보좌관과 조씨의 강력한 경쟁의 뒤엔 ‘친이’ 대 ‘친박’ 구조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대선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 캠프특보로 뛰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대립구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공천에서도 김용갑 의원과 조씨가 맞붙은 적 있다.

이어서 왕 보좌관으로 잘 알려진 박영준 보좌관의 출마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또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 네트워크팀장과 이 대통령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지냈다. 그는 국회의장 표창 우수보좌관에 뽑힐 정도로 우수인물로 꼽힌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민 보좌관출신 후보들도 있다. 강동훈 예비후보자가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국회의원 보좌관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조직 상황팀장을 지냈다.

강 후보는 공천갈등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을 떠나 부산진구 갑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탈당하면서 선거전에 뛰어든 데는 속 쓰린 사연이 있다. ‘친박’진영에서 뛴 그는 지난 한나라당 경선 때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질 때 자신에게 힘이 없었던 것을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때 생각난 게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이다. ‘세상에 인재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내가 인재 되지 못함을 한탄하라.’ 인재가 되기 위해 결심했다.”

이와 반대로 ‘호랑이’에서 ‘고양이’로 돌아간 이례적 사연도 있다. 주인공은 이화영 통합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시 중랑구 갑지역에 불출마선언했다. 대신 해당 지역에서 승부수를 던진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을 돕기로 했다. 이런 일은 이 의원과 이 전 장관의 지난 시절을 되짚어보면 의문은 사라진다. 이 전 장관이 13·15·16대 국회의원
으로 뛸 때 이 의원이 그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정치스승인 이 전 장관에게 ‘호랑이’자리를 내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모양새를 모두가 좋게 보는 건 아니다. 17대 총선을 앞뒀던 2004년 이 전 장관이 대선자금 불법모금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어서다. 따라서 이상수 의원의 텃밭이었던 중랑구 갑지역 유권자들이 그를 다시 받아 줄지는 의문이다.

이렇듯 전 총선과 비교해 보좌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과연 몇 명이 정치참여에 꿈을 이루며 ‘여의도 호랑이’로 등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달 여 남은 총선 결과가 궁금해진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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