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위에서 언질 있었다” 소문

이명박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73·5선 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 지역)의 공천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여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한나라당 공천분란’의 뇌관이 되면서 잡음이 꼬리를 문다. 대통합민주신당(약칭 통합민주당) ‘박재승발(發) 공천혁명’이 이뤄낸 형평성은 한나라당 쪽엔 되레 압박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에선 ‘형님 공천’ ‘불공평 공천’ 이란 볼멘소리가 나도는 것도 그런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가에선 ‘청와대 공천 압력설’이 파다하다. 청와대에서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천을 주라’고 주문했다는 것. 하지만 이 부의장 쪽은 펄쩍 뛴다. “말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얘기다”면서 “지금 왈가왈부할 건 못 된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나라당에선 ‘친박’(박근혜 지지세력) 의원들의 표적공천 논란이 뜨겁다. 공천후유증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당 공천형평성을 문제 삼는 탈락자들의 반발이 매우 심하다. 이런 가운데 이 부의장 공천이 확정되면서 잡음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쪽에서 ‘공천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다.
고령자 혼자만 ‘특혜’
이 부의장 공천문제가 한창 불거지던 지난달 말 한나라당은 떠들썩했다. 그에 대한 공천권 기준적용 때문이었다. 그는 5선의 70대 고령자다. 당이 공천잣대로 삼는 ‘다선·고령자’기준은 정가에 나돌던 ‘살생부'와도 무관치 않다. 이 부의장이 공천논란에 휩싸인 건 바로 ‘나이’때문이었다.
정가관계자는 “전화를 받은 이 총장은 곧바로 공천심사위원회에 청와대 뜻을 전했고 그게 공천에 먹혀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얼마 뒤 이 부의장공천이 확정됐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도 이어 공천명단을 발표했다. 청와대 개입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총장실 김성규 보좌관은 말이 안 되는 소리란 시각이다. 그는 “그런 얘기는 금시초문이다”면서 “우리 보좌관들은 그런 얘기와 관련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총장과 여러 번 확인전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친 김문수계’ 공천배제 주장
3월초 이뤄진 이 부의장 공천은 상징성이 크다. 그의 공천에 크게 반발한 사람은 ‘친박’ 쪽보다 같은 계보인 ‘친이’ 멤버들이었다. 특히 ‘친 김문수(경기도지사)계’ 쪽이 그랬다. 공천배제를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가관계자는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와 김 지사의 복심인 임해규 의원 등이 (이 부의장) 공천배제를 요구했다”면서 “공천확정은 의미가 있다. 이는 당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지는 권력쟁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개혁·소장파의원들도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부의장이) 물러날 때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동생이 대통령이면 깨끗하게 물러나 후배정치인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청와대 쪽에서 이 부의장 공천에 관여했다면 그 불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권 초기인데다 권력핵심부에서의 힘겨루기가 치열한 가운데 나이 많은 대통령 친형이 공천됐다는 점에서다. 같은 70대인 다른 몇몇 현역의원들과의 공천형평성에 시비가 걸릴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부의장 쪽 박재수 보좌관은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공천은 이미 끝났다. 역발상론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목소릴 높였다. 그는 또 “(이 부의장은) 지역에서 인지도가 90%다. 포항에서의 여론조사결과 과반수이상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공정한 공천이었음을 주장했다.
당 안 견제·균형 역할
이 부의장의 공천확정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당 안에서 ‘이재오(전 최고위원) 세력’과 견제·균형을 유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 부의장을 포함한 영남권 중진·보수의원들은 ‘이재오 라인’과 대립관계에 놓여있다.
‘이재오의 안티’ 세력들인 셈이다. 특히 TK(대구), PK(부산)지역 중진의원들이 그렇다. 이 전 위원을 향해 “과거 좌파적(?) 사람에게 당권을 줘선 안 된다”는 말까지 쏟아낸다.
당권장악을 노리는 ‘이재오’라인도 이 부의장을 못마땅해 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또 다른 한쪽에선 이 부의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나이가 많긴 하나 흔들리는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회오리 바람을 막아줄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란 것.
4월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있는 이 부의장 공천은 당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5월 전당대회설
당 사령탑을 뽑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오는 7월에서 5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얘기가 나와 정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는 전당대회 때 당 대표가 선출되는 등 당권의 향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조기 개최 얘기는 ‘친 이재오’ 라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진수희 의원이 한 방송에서 ‘이재오 대표론’을 거론하면서다.
한나라당 당헌·당규 상 전당대회는 7월에 열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당 안에선 총선탄력을 받아 전당대회를 빨리 치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가관계자는 “안정적인 당 조율을 위해 적절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당 갈등을 총선 뒤 빨리 수습하는 차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고 전했다. 공천후폭풍을 차단할 전략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그런 얘기는 못 들어봤다”면서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냐”며 되레 반문했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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