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선거범죄 도시별·지역별 브로커활동 천차만별
18대 총선 선거범죄 도시별·지역별 브로커활동 천차만별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3-05 10:06
  • 승인 2008.03.05 10:06
  • 호수 723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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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뺨치는 정치브로커 세계

4월 9일 있을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정치브로커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돈 선거’ 근절이란 슬로건 아래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법선거활동 감시를 강화하는 것도 그런 흐름에서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정치브로커들의 실상과 문제점을 한 전직 선거브로커 진술을 통해 알아봤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설 연휴 때부터 특별단속활동을 펼쳤다. 결과 지금까지 고발 6건, 수사의뢰 2건, 경고 25건 등 33건의 위법사례를 적발·조치했다.

선관위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을 받거나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불법행위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선거법안내와 예방활동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또 적발되는 위법행위에 대해 빠르고 철저히 조사,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선관위가 고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부정과 관련, 지난 1월 24일 청도군수가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정한태 군수는 2006년 12월 재선거 때 표를 얻기위해 유권자 5700여명에게 돈을 건넸다. 이는 정 씨가 득표한 1만14표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정 씨는 선거브로커를 통해 700여명의 불법사조직을 만든 뒤 6억3000만 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돈은 정 군수가 운영하는 모 온천호텔 전무를 통해서 전해졌다. 한 표에 5만 원을 기준으로 읍·면·동책을 거쳐 유권자들에게 뿌려진 것이다. 이중 읍·면책은 1백만 원, 동책은 20만 원씩 활동비조로 주어졌다.

청도 금품살포사건으로 지금까지 주민 2명이 목숨을 끊었고 18명이 구속됐다. 또 주민 150여 명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일은 청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경북 영천지역에서도 있었다. 선거브로커들의 움직임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
은 지난 2월 2일 선거법위반으로 정모(58)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 외에도 다수의 영천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불법선거에 얽힌 정황을 잡고 수사망을 넓혀가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은 선거브로커들이 개입한 전형적인 범죄로 단정하고 단서가 드러난 2억 원에 대한 돈의 전달과정을 쫓고 있다.

경찰은 영천지역 정·관계 유력인사 여러 명이 이 사건에 개입됐다는 정 씨 등의 진술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해당자들에 대해 참고인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관계자는 “돈의 이동규모가 크다. 얽힌 사람들도 파악되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지도층들과 브로커가 개입, 수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불법선거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거론되는 인사들의 혐의가 인정되면 선거법을 적용, 재선거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일부에선 정 씨 구속이 오는 4월 9일 총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커들은 과연 어떤 짓을 하기에 선거에 영향력을 발휘할 인물들의 연류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선거 때마다 브로커들이 금품·향응제공에 깊이 관여하고 선거 뒤에도 줄서기와 이권개입 등을 한 불법·부정선거행태를 유지하는데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들 움직임과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만난 전직 선거브로커 강지석(51·가명)씨 얘기를 들어보면 기각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영역과 주고받는 돈의 액수, 수법, 활동범위에 대해 놀라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씨는 언론에 ‘정치브로커’란 단어가 오를 때마다 “지방선거지역에서 움직임은 오히려 눈에 띄기 쉽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 움직임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커들 움직임에 대해 “활동모습은 007첩보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같다. 잡히지 않기 위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 마련은 기본이다. 또 깔끔한 뒤처리를 위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수표와 세탁되지 않은 돈은 절대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브로커는 선거관련 기간 중에만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한두 가지 직책을 기본으로 달고 다닌다. 평소 정·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을 다지기 위해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이를 위해 지식사업, 컨설팅, 홍보대행사와 협회 등의 회장, 대표, 이사로 불리며 접근하기에 편한 직분을 쓴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맥을 통해 관련인사가 출마할 지역의 주요 인사들 사는 곳과 인맥을 파악, 후보자에게 접근한다. 선거에 유리한 홍보방안과 표를 몰아올 수 있는 인맥구조나 필요한 사람들의 인적사항 등을 줄줄 꿴다. 당선을 간절히 원하는 출마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다.

“브로커들은 평소 정·경제계 인사는 물론 지역주주 또는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과 두터운 친분을 다진다. 또 자신과 친분을 나눈 사람들이 아니어도 필요인물의 주변을 알아내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이렇듯 자신의 영향력과 온갖 감언이설로 출마자를 현혹, 그들만의 계약을 마친다. 또 돈을 받거나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일부 브로커들은 세탁된 만원권 지폐만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주위를 의식하되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기위해 공용주차장, 전철역 유료사물함, 카페, 식당 등을 활용한다. 심지어는 초상집, 결혼식장 등 경조사 장소까지 찾는다. 이 가운데 공용주차장과 전철역 사물함 등이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의 경우 선거출마자가 자동차를 빌려 트렁크에 돈을 실고 공용주차장에 주차한다. 이와 함께 브로커 쪽 역시 빌린 차를 타고 나타나 서로 자동차 키를 받고 자리를 뜬다.

이후 브로커는 돈을 안전하게 목적지에 옮기고 정해진 시간에 원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자동차 키를 바꾼 뒤 모든 일을 마무리 한다.

지하철역 사물함의 경우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선거출마자 측 대표인사가 사물함에 브로커 에 줄 돈을 가방이나 상자를 넣어둔다. 그
뒤 약속장소에서 브로커 쪽에 열쇠를 건넨 뒤 바로 사라진다.

브로커는 사물함에서 돈을 꺼낸 뒤 장소를 뜨면 모든 일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런 경우 특징이 있다. 전철역주변 폐쇄회로카메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쓴다.

이런 방법을 쓸 경우 돈 액수가 보통 억원대를 넘지 않는다. 약속한 금액을 한꺼번에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씨는 “한 번에 큰 액수를 옮긴다면 돈 흐름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1000만원부터 1억원쯤이 적당하다. 또 한 번 돈을 받은 자리에선 절대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알렸다.

연락 때도 그들은 틈을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치지 않는 범위에서 출마자에게 연락할 뿐이다. 브로커활동에 있어선 자신의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 사무실전화는 물론 주변지역에서도 연락하지 않는다. 추후 수사 때 흠이 될 만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다. 핸드폰을 쓸 땐 ‘대포 폰’ 또는 ‘다른 사람이름’의 핸드폰을 쓴다.

그렇다고 모든 선거브로커들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줄서기를 잘해야 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선거출마자들 역시 돈을 브로커에게 활동기간동안만 주지만 처음 이야기한 모든 자금을 한 번에 몰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선이 확정된 뒤 약속한 금액에서 먼저 준 돈을 뺀 나머지를 준다. 하지만 선거에 떨어지면 모든 계약은 백지가 된다. 선거에서 떨어진 뒤 브로커에게 잔금을 줄 후보는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면 브로커들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자신이 밀은 후보가 당선되면 더욱 바빠진다. 당선인 쪽 관할지역 안의 ‘정치적 입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 윗분에게 얘기해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챙긴다. 정경유착의 단면으로 자리 잡는다.”

브로커들의 움직임이 날로 치밀하고 기발해지는 가운데 선관위는 ‘돈 선거’ 근절을 중점사항으로 정했다. 선거부정감시단 8243명을 운영하고 신고전화(1588-3939)를 통해 선거법 위반 행위를 신고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돈 선거’근절에 중점을 두고 있다. 50배 과태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금품선거에 취약한 노년층 등을 대상으로 경로당, 장터 등을 찾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리 선관위가 경찰과 합동수사를 펼쳐도 한계가 있다. 선거법 위반사항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언제든 신고해주길 바란다.

올바른 선거만이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면서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했다.

창과 방패로 맞설 선관위와 브로커들은 어떻게 맞설지 이번 총선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명선거 해남·진도 군민연대 창립

정치판 브로커 활동 더 이상은 못 참아

제18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올바른 선거문화를 뿌리 내리기위해 ‘공명선거 해남·진도 군민연대’가 지난 2월 1일 오후 해남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창립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지방 군단위의 선거관련 시민단체가 발족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군민연대는 선거기간 중 금품·향응제공 감시는 물론 일반인들 제보를 받아 부정행위자를 사법기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다.

연대 창립준비위원회는 “선거 때마다 브로커들이 금품과 향응제공에 관여하고 선거 뒤에도 줄서기와 이권개입 등을 해왔다. 불법·부정선거행태를 끝내기 위해 해남·진도 국민연대를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길록 해남·진도 연대 상임대표는 모임 출범에 대해 “해남의 선거풍토는 상당히 혼탁하다. 불법선거활동을 근절하기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 때마다 브로커들이 일부 후보자들을 부추기고 괴롭혀 금품·향응제공 등 불법·부정선거활동을 해왔다”면서 “이런 풍토를 없애 이번 총선부터 깨끗하게 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해남·진도 국민연대는 군민들에게 금품·향응사례를 신고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 당선자의 귀책사유로 그 직을 잃고도 다시 같은 선거에 나서면 들어간 비용에 대해 구상권도 청구할 방침이다.

※공명선거 해남·진도 군민연대 전화 (061)537-1226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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