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대형 건설사 커넥션 의혹
이명박 정부-대형 건설사 커넥션 의혹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2-28 14:32
  • 승인 2008.02.28 14:32
  • 호수 72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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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구상 ‘밀약설’ 전모

‘민의를 수렴해 1년 뒤 추진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사업 구상은 이명박(MB) 정부의 최대 대선공약이었다.하지만 정작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입조심을 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듭되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기존 찬성여론마저 싸늘하게 식어가는 분위기다.최근 발간된 <신동아> 3월호는 “이런 행태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다”면서 새 정부와 대형건설사 간의 비밀구상을 보도했다.

조용하지만 메아리는 계속되고 있다. 잠시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최근 “대운하건설은 버릴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주장하며 ‘운하 포기론’을 일축했다.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한 핵심인사들 중엔 ‘운하건설론’자들이 적잖다. 운하의 이론을 만든 유우익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근거를 제시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국정기획수석으로 등용됐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된 추부길 안양대 교수 역시 한반도대운하사업 추진 핵심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제사보다 젯밥 관심’(?)

<신동아> 3월호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작전상 후퇴’ 카드를 택했을 뿐 결코 대운하구상을 포기한 게 아니다.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테스크 포스)팀도 대외홍보활동에만 소극적이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비밀리에 만든 대운하추진 로드맵이 이를 잘 말해준다. 2월말~3월 중 국내 ‘빅5’ 민자건설사(현대건설 컨소시엄)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것.

현대건설 컨소시엄엔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이 참여하고 있다.

<신동아>는 인수위 밑에 있던 대운하TF팀이 청와대 직속 경쟁력강화위원회 ‘한반도대운하본부’로 바뀌고 이곳에서 관련 사업을 총지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건설교통부 후신인 국토해양부에도 운하관련 팀이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핵심기능은 청와대가 쥐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4월 총선 이후 일정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고 했다. 선거가 끝나는 대로 현행 민간투자법에 따라 여러 개의 민자건설사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제3자 제안공고를 내고 사업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대상 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도 SK건설이 주도하는 제2컨소시엄 등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5월 중 우선협상대상 컨소시엄을 정하면 한나라당이 이를 바탕으로 6월 국회에서 ‘한반도대운하특별법’을 상정, 통과시킬 것이라는 게 로드맵의 주 내용이다.

이 대통령 쪽 운하관련인사들이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면 국민의 검증을 받은 것으로 이해하고 찬반 국민투표는 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도 여론과 상관없이 밀어붙일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신동아>는 대운하 추진론자들이 ‘운하특별법’을 △운하주변 투기 억제 △반대여론 제압 △임기 내 공사완료 토대마련 등 다양한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특별법이 통과되면 7~8월 협상 시작·시행사 확정→9~12월 운하 실시설계→2009년 1월 운하공사 착공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위헌 소송·국민적 저항 가능성

<신동아>는 또 대운하구상의 공이 청와대에서 민자건설사 컨소시엄으로 넘어간 것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대운하TF팀이 “모든 것은 민자컨소시엄이 알아서 할 것”이란 태도로 변한 것은 대운하사업 수지를 맞추는 몫을 민자건설사들에게 넘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건설비용을 보상받기 위해선 민자건설사들이 그 방법을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양쪽의 교감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동아>는 한 건설사의 경우 운하주변에 ‘기업형 도시’를 개발하고, 그 개발권을 보장받기로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형 도시’가 과거 정부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한 만큼 대규모 목적형타운이나 소규모도시 등 주변지역 개발 사업이 수익창출카드로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대선 때 한반도운하연구회도 운하주변 목적형 소도시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운하사업 참여를 고려하는 건설기업들이 운하주변을 지역별·테마별로 분류해 첨단산업단지, 리조트, 수상비행장 개발 등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하지만 보도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이 대통령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수두룩하다. 산 넘어 산이다. ‘대운하특별법’ 통과는 한나라당의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도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할 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은 반 정권차원의 반대목소리를 낼 게 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사업처럼 ‘위헌소송’이 제기되거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정부와 건설사간 주고받기 식의 사업추진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운하사업이 본질적인 목적을 도외시한 채 주변개발에만 열을 올린 채 실패할 경우 ‘역사적 죄인’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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