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 ‘진실 혹은 거짓’
태반주사,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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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2-17 10:47
  • 승인 2009.02.17 10:47
  • 호수 96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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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정력주사 100% 믿음은 금물!
연예인·스포츠 선수에겐 힘이 나게 하는 ‘보신주사’, 여성에겐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미용주사’, 수험생에겐 집중력을 높여주는 ‘수능주사’로 통하는 신통한(?) 약이 있다면? 귀가 번쩍 뜨일 만큼 혹한 태반주사의 유혹이 소비자들을 홀리고 있다. 세간의 인기를 끌고 있는 ‘만병통치약’의 존재.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태반주사의 효능은 100%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태반주사는 태반에서 혈액·호르몬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이다. 그러나 태반주사에 대한 무분별한 믿음이 판을 치며 일부 의사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중 유통 태반약은 사람의 것 아냐

일반적으로 태반약과 자하거(紫何車)는 동의어처럼 쓰인다. 자하거는 한방에서 사람의 태반을 가리킨다. 그러나 시판 중인 태반약은 100% 사람의 태반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자하거를 사람의 태반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안전성·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자하거는 2005년 7월 생약기준집에서 삭제된 약재다. 고압증기로 멸균한 제품만 처방·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반약은 두 종류의 주사약(추출물·가수분해물)과 한 종류의 물약으로 구분된다. 이 중 추출물(한국멜스몬 ‘멜스몬’ 등 27개 제품)은 갱년기 장애 개선제 등으로 판매된다. 또 가수분해물(광동제약 ‘휴마센’등 9개 제품)은 만성 간 질환 개선제로 유통되며, 물약(일양약품 ‘프로엑스피’등 6개 제품)으로 된 것은 자양강장·허약체질 개선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다.

태반약을 판매하는 사람이 이들 용도 이외의 효능을 내세운다면 분명히 과대·허위 광고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갱년기 장애, 만성 간 질환 개선 등 정부가 인정한 태반약의 효능도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태반약 효과 인정했다고?

식약청 관계자에 따르면 태반약은 일본에서 실시한 임상연구 자료만을 근거로 허가를 내줬을 뿐이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약효 성분이 없어 제약사에 약효·안전성 재평가를 지시했고 그나마 내년에야 관련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즉 내년 결과 발표에 따라 효능이 없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장에서 퇴출되는 제품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아토피 치료엔 효과 없어

아토피 치료에 태반약이 효과가 뛰어나다는 소문 역시 억측으로 드러났다. 대한피부과학회 는 “태반약은 아토피와는 무관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아미노산이 주성분인 태반주사가 피부 노화 방지와 피부 미백·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태반 시술이 미용실·찜질방 등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감염이나 쇼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태반약은 일부 개인병원에서 다이어트 클리닉 과정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지방 제거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태반약의 진짜 효능

태반약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들어왔다. 미국에선 처방이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일부 개인병원과 한의원에서 처방되고 있다. 한의원에선 약침요법의 재료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대학병원이나 잘 알려진 대형병원은 대부분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약회사가 납품을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수용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태반주사 바로 알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태반주사 불법 유통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태반주사가 노화 방지·피부 미용 등 만병통치약으로 과대 광고되고, 미용실·찜질방 등에서 불법 유통된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다.

식약청 특별점검조는 1차로 도매상·미용실·피부관리실 등 모두 248곳, 2차로 태반주사 제조(수입) 업소 48곳을 특별점검했다.

이들 단속반에 따르면 태반 관련 약품은 대부분 일본산과 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에선 허가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에선 허가된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태반 약품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며 1회 주사에 3~5만원의 고가에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태반주사가 유효한 약효가 전혀 없다고 꼬집고 있다. 특히 생약으로 판매하고 있는 약 중엔 유효 성분이 없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 태반주사는 사람 조직에서 유래한 아미노산 제제로 쇼크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 의사·한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태반주사를 취급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심각하다. 태반 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전문약이다. 주사를 놓을 때 소독된 솜, 멸균된 주사기 등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무자격자가 주사제를 다루면 심각한 감염 등의 위험이 있다.


##7~10월에 태어나면 통뼈에 늘씬한 롱다리~!

한여름에 만삭이 되어 아기를 낳으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산모가 고생한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뼈가 단단해서 성장 이후에도 키가 크고 건강한 체격을 갖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 존 토비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1992년부터 18년간 1만 4000여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뱃속에 태아를 임신해 있는 여름 동안 햇볕을 충분히 쪼이면 비타민 D가 충분히 만들어져 태아의 뼈 성장을 돕는다는 얘기다. 비타민 D는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칼슘 성분의 체내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늦여름과 초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은 겨울이나 봄에 태어난 아이에 비해 키가 평균 5㎜가 컸고 뼈의 굵기도 12.7㎠나 넓었다. 펴가 굵으면 커서도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낮다.

연구팀은 임신 7개월 때 햇빛에 노출된 정도와 체내 비타민 D 수치를 측정했다. 10년 후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뼈 의 발육 상태를 엑스레이로 측정했다. 측정 결과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태어난 아기의 키가 겨울이나 봄에 태어난 아기에 비해 키도 더 크고 뼈가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겨울에 임신해 11월부터 5월 사이에 태어나는 아기는 뼈가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산모가 비타민 D 보충을 위해 비타민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임신부는 하루 10~20분 정도 바깥에서 햇볕을 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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