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이색 도전자들

4월 9일 있을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유명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특히 젊은 스타급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출범과 맞물려 펼쳐지는 총선은 어느 때보다 폭넓은 공천물갈이가 예상된다. ‘대표 스타급 인사’들의 격전지인 서울 동작구 갑·용인시 을지구 등을 중심으로 후보들 면면과 활동상을 들여다봤다.
스타급들이 줄줄이 나서는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동작 갑지구. 이곳엔 서장은 현 당원협의회위원장, 권기균 부대변인과 유정현 전 SBS 아나운서,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고 공천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 전 아나운서는 유명 방송인 출신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TV인터뷰를 통해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며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 성악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을 나왔다. 지난 대선 때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 제안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도우면서 이 의원과 친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배우 남궁원씨 아들이자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발행인인 홍 대표의 공천신청은 유 전 아나운서와 뚜렷이 부각되는 대립구도로 흥미롭다.
2006년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한 그는 예전부터 정치권에 나겠다는 꿈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내 손정희씨는 맥슨전자 손명원 사장의 둘째딸이자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외손녀다. 서울예원여고를 졸업, 미국 뉴욕 바나드칼리지(Barnard College)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뉴욕 화랑가에서 아트딜러로 활동했다.
손씨 증조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장(국회의장)을 지낸 손종도 옹이고, 조부는 초대 해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이다. 부친인 맥슨전자 손명원 사장 (전 상용자동차 사장)은 손원일 제독의 장남. 가계도가 손종도→손원일→손명원→손정희로 이어진다.
손씨 외가 역시 명문가로 통한다. 어머니 김영숙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2남 4녀 중 차녀이고 이모인 김영자씨는 허광수 전 화승그룹 회장 부인이다. 또 막내이모 김영명씨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6남이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부인이다. 홍 대표는 정 위원의 처조카 사위가 된다.
따라서 홍 전 대표는 당내 세력화가 절실한 정 위원에겐 우군을 만들 거점이 될 수 있어 공천결과가 궁금해진다.
‘친이-친박’ 대표 접전지
또 다른 스타급들의 도전지역은 용인시 을지구. MBC아나운서 출신인 한선교 의원텃밭이다. 이곳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수행단장을 맡았던 한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참모 역을 한 윤건영 의원이 맞붙는다. 현역 의원끼리 공천경쟁이 펼쳐지는 ‘친이-친박’의 최대 접전지다.
지역구 수성에 나서는 한 의원은 대표적 ‘친박’인사로 꼽힌다.
비례대표인 윤 의원은 경선 때 이 대통령의 정책본부장을 지낸 점을 내세워 지역구 탈환에 힘쓰고 있다.
한 의원은 초선 때 용인시뿐 아니라 경기도의 현안해결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인지도나 적합도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라야 ‘수지 성공시대’ ‘용인 성공시대’로 이끌 수 있다는 윤 의원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입안 경험 등을 살려 수지를 가장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윤 의원 측은 “새 정부의 747경제공약을 입안한 당사자로서 국민들의 경제 살리기 염원을 받들어야할 의무감이 있다”고 말하며 “당과 주민들이 ‘친박’ ‘친이’를 떠나 경쟁력과 콘텐츠를 본다면 제대로 선택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 을지구에선 대학생 때 고시 3관왕의 주인공이며 TV단골명사로 얼굴을 알린 고승덕 변호사가 관심을 끈다. 이곳은 대표적인 ‘친이’들이 경쟁을 벌이는 특이한 구도다.
고 변호사는 대선 때 ‘BBK소방수’로서 한몫했다. 5선인 김덕룡 의원은 MB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상원종 한국입법연구원장도 나서 대결을 벌인다.
유명 변호사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 다시 정치 쪽에 방향을 튼 고 변호사는 “정치에 뛰어든다는 게 1년에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는 모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총선에서 실패하면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 사회복지사업에 힘쓸 예정이다.
스타 공천신청자 중 안타깝게도 미끄러진 후보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여동생 박근령 육영재단이사장의 약혼자인 신동욱씨(백석문화대 교수)다. ‘박의 남자’라 불리며 정치권에서 급부상한 그는 한나라당 서울 중랑구 을지구 예비후보로 공천신청을 했으나 지난 18일 심사에서 떨어진 것이다.
‘박의 남자’ 공천갈등
그는 “재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밀실공천의혹이 있는 후보들 실명을 공개하겠다”며 공심위를 압박, 공천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그는 지난 1월 22일 서울 망우동 용마프라자 5층 옥탑 컨테이너에서 30원짜리 선거사무소현판식을 가져 화제가 됐다. 이날 현판식엔 박근령 이사장, 호남향우회, 충청향우회, 강원향우회 등의 대표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는 30원짜리 현판식과 1만 원짜리 후보현수막을 내걸고 캠프를 조직, 정책, 홍보, 인재영입 등 4개 분과로 나눠 표심 확보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조직분과는 지역의 정치지망생과 원로정치인의 융합을 꾀해왔다.
부산 사하 갑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46) 교수(동아대학교 스포츠문화학부 무도경찰학전공)도 이색 도전자로 꼽힌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 체육계 대표 엘리트 선수 출신의 의원당선자로 꼽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이동 중 차안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매일 3000명씩을 만난다는 그는 지난 대선 때 선진국민연대 사하 갑 지부장을 맡아 MB쪽 선거운동을 도왔다. 또 새 정부 개편 때 ‘문화관광부’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부처이름을 고치도록 힘쓰기도 했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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