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 피바람 분다
여의도 정가 피바람 분다
  • 김현 기자
  • 입력 2008-02-28 09:06
  • 승인 2008.02.28 09:06
  • 호수 72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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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공천 후폭풍 회오리’ 임박
한나라당 공천신청자 면접장

서울 여의도 정가에 공천후폭풍이 곧 불어 닥칠 조짐이다. 공천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한나라당을 비롯해 대통합민주신당(약칭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약칭 선진당) 등 각 당마다 사정은 비슷하다. 공천심사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물밑 암투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그렇다. 1차 공천심사결과 ‘친이명박(MB)’ ‘친박근혜’ 계열의 나눠먹기식 공천을 놓고서다. 정치권에선 ‘짜고 치는 공천결과’였다는 비판적 시각마저 쏟아지고 있다. 공천에서 제외된 일부 후보들은 당을 떠나 다른 당 후보로 한판 대결을 벌일 움직임이다. 때문에 정가엔 전운이 감돈다. 현역의원들 중 공천대상에서 배제된 의원들 명단이 나돌면서 당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친이’ ‘친박’계 일부 위태로운 현역의원들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 신세다.

“3월은 공천 대소용돌이가 불 것이다.”

총선을 얼마 앞둔 요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18대 국회의원선거 공천후유증이 심상찮을 것이란 소리다. 여의도정가는 봄이 왔는데도 ‘얼음판’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1차 심사가 끝나면서다. 가뜩이나 ‘낙하산 공천’ ‘밀실공천’ 가능성 얘기들이 나돌면서 더욱 그런 분위기다. 최종 공천심사와 발표가 있을 3월 중 공천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심사결과에 불만을 품은 낙천후보들의 ‘폭로전’ ‘융단폭격’ 등이 예견되고 있다. 정가가 살벌하게 돌아갈 게 뻔하다. 선후배나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돌아서고 영원한 친구나 동반자도 없다.

정가 소식통은 “공천심사결과가 마무리되면 국회엔 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공천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후보들의 폭로전이 이어질 것이다”고 점쳤다. 심지어 ‘전략공천’ ‘낙하산공천’ ‘밀실공천’ 등에 반발하는 후보들은 당을 떠날 가능성마저 높다.


65세 고령의원들 공천 불안

정치권 안팎에선 한나라당 공천심사결과와 관련, 벌써부터 “각본에 짜인 공천전략이 아니었느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2~4배로 압축된 ‘친이’ ‘친박’계 사람들의 1차 관문 통과를 두고서 잡음이 많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新) 살생부’까지 나돌아 뒷말들이 증폭되고 있다. 거론되는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 징계나 부정부패에 연루돼 처벌 받은 사람, 돈 · 사생활 문제 등으로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 주로 해당되고 있다.

요즘 공천을 둘러싸고 다선에다 나이 많은 의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젊은 피’ 수혈을 강조해온데다 정계흐름이 자꾸 젊어지고 있어서다. 한나라당은 만 65세 이상 의원을 ‘고령’으로 보고 있다. 해당자는 21명. 그 중 김용갑(72)·김광원(69) 의원만이 불출마선언을 했다. 나머지(19명)는 공천신청을 했다. 자연히 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부분 지난 대선 때 이명박·박근혜 캠프에서 뛴 사람들로 고령임에도 그 공을 인정받아 배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 밀려 공천에서 떨어질 경우 반기를 들 확률이 높다.

나이든 다선 의원들은 영남권이 대부분이다. 단독후보로 압축된 포항시 남구·울릉군 지역구 이상득 국회부의장(72)이 6선에 도전한다.

경남 남해군 하동군 지역구인 박희태 의원(69) 역시 6선 출마에 나섰다. 4선 도전장을 낸 대구 북구 을 안택수 의원(64)과 경기 파주시 지역구 이재창 의원(71) 역시 고령이다. 3배수로 압축된 부산시 북·강서구 갑 정형근 의원(62)도 ‘색깔론’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의원이다.

4선에 출사표를 던진 대구시 달서구 갑 박종근 의원(71)과 경기도 이천·여주 이규택 의원(65), 비례대표 황진하 의원(62)도 나이가 든 편에 속한다. 자연히 이들은 젊은이들과의 공천경쟁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친이·친박계도 ‘좌불안석’

당 계파별 의원들 간에도 자신의 위상이 위협받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친MB계로 분류되는 지역구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 송파지역의 P의원은 과거 여자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런 까닭에 정가에선 공천배제 대상자로 지목하는 실정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TK(대구)지역의 초선인 K의원과 PK(부산)지역 K의원 등도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친박근혜계 지역구인 TK지역의 L의원, 경기지역구 P의원 등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당내 ‘왕따(?)’ 인물로 거론됐던 수도권지역 중도개혁성향의 K의원 등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란 소리다. 이밖에 비례대표 M의원, K의원도 ‘나이’와 ‘정치경험’ 부재로 불안한 형국에 빠져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며 살생부에 자신의 이름이 나도는 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천결과가 최종 발표되면 그냥 있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이의신청은 물론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자연히 여의도 정가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동영계·호남권 DJ계도 시끌

통합민주당도 공천후유증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동영계’와 ‘친김대중(DJ)계’가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까닭에서다. 때문에 당사자들은 공천심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거물급 후보인 정동영 전 대선후보를 포함해 손학규 대표, 강금실 최고위원 등은 전략공천대상에 올라있다. ‘정동영’계 사람들 입지가 당에서 어느 정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쏠린다. 정가관계자는 지역공천과 비례대표공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인성을 거론하며 “그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잖다. 통합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후보의 당내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황이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손 대표와 전략적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정동영 계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동영파’ 일부가 ‘공천배제설’에 휩싸여 있는 이유에서다. 비례대표 P의원, M의원, K의원과 호남권 H의원, C의원 등이 바로 배제대상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또 당내에선 ‘친DJ’계의 공천 교통정리가 절실한 때란 얘기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의원은 “호남권의 공천경쟁이 매우 살벌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계와의 물밑공천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고 귀띔했다. 당내 탈락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란 소리다.


선진당, 국중당 ‘심대평’측근 어수선

선진당 역시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못잖은 공천잡음이 예상된다.

‘부정·부패연루자’와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자’ 등은 공천대상에서 배제시킨다는 게 지상욱 대변인의 설명이다.

선진당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공천대상에 올릴 것으로 본다”면서 “일반적인 공천심사기준이나 계파별 안배 등과 관련해선 신중히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당에선 배제대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선진당 관계자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측근들 중 공천심사기준 대상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있다”면서 “그들은 주로 충청권에 텃밭을 두고 있는 사람들로 안다. 일부가 공천심사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로 L모 전 부지사 등이 배제대상일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 이를 종합해볼 때 당 공천작업이 본격화 돼 탈락자이름이 흘러나올 경우 친박계열의 탈당 및 집단반발이 예상되는 등 공천후유증이 것 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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