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4시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이 시작됐다. 국가로서도 엄청난 변화지만 개인적으로도 상상을 앞지른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는 않느냐”고 물어봤다. 노 대통령은 “나가려면 나갈 수 있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가기 어려워 못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주일 내내 청와대에 있지 않겠다”면서 “주말엔 청와대 밖에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주5일제를 선언한 바 있다. ‘구중궁궐’로 불릴 만큼 국내 최고대우를 받는 대통령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의식주’만 보면 대통령은 국내 최고대우를 받는 사람이다. 서울시 세종로 1번지에 있는 청와대는 경내 대지만 7만6600여평으로 미국 백악관보다 3배나 크다. 집무실과 대회의실, 대식당과 소식당, 침실 등 그야말로 부족한 게 없다.
먹는 것 또한 분야별 전담요리사들이 책임진다. 조리팀은 1주일에 한 번씩 식단을 짠다. 주치의의 조언을 듣는 건 기본이다. 대통령 부인의 협조와 도움말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평소 사골 우거지탕 전문인 서울 ‘황우촌’과 설렁탕집인 ‘이남장’을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쁜 일정에 식사시간이 부족해 주로 급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청와대조리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는 국내 요리사들의 ‘최고 영예’ 중 하나로 꼽힌다.
‘전직 청와대 요리사’ 타이틀만으로도 음식점 내기엔 부족함이 없다는 게 전직 청와대 요리사들의 증언이다.
‘최첨단 장치’로 무장
대통령 권위를 상징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은 ‘교통수단’이다. 대통령 전용차량만 벤츠, 캐딜락 리무진, 링컨 컨티넨털, BMW 등 여러 대다. 대통령이 움직일 땐 ‘007작전’을 방불할 만큼 여러 대의 닮음 꼴 차가 동시에 가동된다.
폭발물에도 견디는 방탄기능을 탑재했으며 이동 땐 경찰의 신호통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새로 들여온 대통령전용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의 자랑이다. 미사일추적 기만장치, 적외선 방해 장치 등 각종 첨단장치를 달았다. 이 역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3대가 움직인다.
한나라당이 새 헬기 도입에 반대해 수년 동안 미뤄오다 지난해 말에야 들여왔으니 실질적인 첫 주인은 이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군 1호기’인 대통령전용기와 전용열차도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서울시내 근거리는 전용차량을, 강원도와 충청도지역은 전용헬기를 주로 탄다. 이보다 먼 거리의 몫은 ‘공군 1호기’ 몫이다.
하지만 다른 수단보다 대통령전용기의 현실은 ‘초라한’ 편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기간 중 지구를 약 13바퀴나 돈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통령전용기는 들여온 지 20년이 넘은 ‘노후기’다. 꽤 낡은 비행기란 얘기다.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도입,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탑승인원이 40명 안팎으로 적은 데다 항속거리가 짧아 아시아지역을 다녀올 때만 탄다.
미국, 유럽 등지를 방문할 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를 전세로 내 탄다. 한 번 빌리는 비용은 1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청와대가 ‘교체 필요성이 있다’며 국회에 요청했지만 그 때 야당인 한나라당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2주마다 ‘건강 체크’
‘특별한 몸’을 챙기는 만큼 주치의들도 최고멤버들로 짜여진다. 수석비서관급 주치의가 2주에 한번꼴로 대통령의 건강을 살핀다.
국·공립병원의 최고의료진이 이를 돕는다.
대통령직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고독감이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수시체크도 주치의들이 맡는 역할이다.
역대대통령들의 주치의는 모두 ‘양방’의사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양방 외에 한방주치의도 따로 두고 있었다. 대통령주치의는 청와대에 상근하지 않는다. 2주에 한 번씩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과 가족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돌아간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긴 전 주치의선임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돈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교수와 박영배 서울대병원 내과과장, 오병희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등이 후보였다.
평상시엔 청와대에 머물며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는 청와대의무실장이 ‘응급’사태에 대비한다.
주치의와 함께 대통령을 가까이서 챙기는 사람은 이발사다. 보통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데려간다.
이 대통령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헬스클럽 이발소에서 29년째 일해 온 박종구씨를 청와대로 불렀다.
그러면 대통령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한해로 따져 2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은 2억354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 밖에도 50억원 안팎의 업무추진비와 비공개인 특수활동비를 쓸 수 있다. 대통령은 퇴임한 뒤에도 현직대통령이 받는 연봉의 95%를 받는다.
대통령들의 ‘건강 비법’
대통령의 업무시간에 대한 별도규정은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 기체조와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후 비서관들의 브리핑을 받거나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각종 회의를 주재했다. 하루해가 너무나 짧았다고 한다. 근무시간도 밤낮이 따로 없다. 특별한 일이 생길 때마다 비상연락망이 가동된다.
외부공식행사는 매주 평균 1~2건이다. 해외순방은 2~3개월 마다 한 번씩 나간다. 5년 임기를 끝마치면 보통 50여개국 안팎을 방문하게 된다.
이처럼 빡빡한 생활이지만 가끔씩 ‘자유 시간’도 허락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단골 음식점이나 술집을 찾아가 모처럼 만의 해방감을 만끽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드라이브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손녀와의 만남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선호했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조깅을 즐겼고, 노 전 대통령은 기체조로 건강을 관리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가 인정하는 테니스 애호가다. 그리고 아침에 산책과 조깅도 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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