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시민운동으로 대운하 제동 가능성
격동의 5년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했다.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에서 ‘평범한 국민’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청와대를 나온 노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전망이다.
예전 같지 않은 정치력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60대 초반의 퇴임대통령이란 점에서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인 1999년에 만든 개인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www.knowhow.or.kr)도 다시 세상과 소통 하는 창으로 부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을 통해 걸어온 길과 주요 발언, 각종 문서 등을 비롯해 근황을 알릴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재단이나 연구소설립, 출판활동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퇴임 뒤에도 정치와 언론만큼은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해체한 데다 민주당과 통합한 터라 명분도 약해졌다.
‘친노’인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당 경선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인 뒤 탈당한 것도 정치열기를 식게 만든 요인으로 보
인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직접 도와주는 건 무리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구여권에선 4월 총선 뒤에야 노 전 대통령이 자기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민주당 사람들조차도 “안 나서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영역확장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나서봤자 도움은 커녕 오히려 피해만 안겨준다는 분석에서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친노그룹을 ‘폐족’에 비유했듯 친노그룹이 총선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그리 많지 않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쪽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이 정치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이념과 분명히 다르다고 공언한 노 전 대통령이 여생을 조용히 보내겠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시민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농촌생태계, 공동체복원 등에도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초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만나서도 “민주주의발전을 위해선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나도 이제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환경이나 생태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와 한나라당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면 돌파에 나설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아직 이 대통령에 필적할 만큼 정치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이유로 지적된다.
정가 일각에선 이번 총선에서 친노그룹 일부가 국회입성에 성공할 경우 재기를 꾀할 것이란 시각도 없잖다. 구여권의 친노성향 인사는 “우리는 세대나 지역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지만 이념과 가치차원에서 결집력이 강하다”고 전하며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친노그룹 핵심인사였던 이해찬 전 총리, 염동연 의원은 모두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천호선 전 대변인 등은 당분간 쉰 뒤 활동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 이광재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 장관, 이강철 전 정무특보,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도 노 전 대통령의 호출신호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노무현 사람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
아진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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