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 파문 ‘물갈이’로 피해가기(?)
…“수뇌부가 책임져야” 여론 확산
잇단 비리 파문 ‘물갈이’로 피해가기(?)
…“수뇌부가 책임져야” 여론 확산
  • 김대현 
  • 입력 2006-06-14 09:00
  • 승인 2006.06.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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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면서 또 다시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당시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불법대출을 해줘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5월에는 K 전보좌관이 로비 청탁 대가로 수억원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여기서도 산은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돼 세간의 ‘눈총’을 샀다.

국책은행이 비리 사건에 연관된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국회 안팎에선 ‘산은 폐지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은 김창록 총재는 이에 따라 지난 5월 초, 그동안 미뤄왔던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정보팀장도 새로 임명했다. 5년여간 근무한 베테랑 팀장이 교체된 것. 이를 두고 경제계 일각에선 산은이 잇따라 사건·사고에 연루되자, 정보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산은측은 “정기인사일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 나선 산은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지난 5월 뒤늦은 정기인사를 단행한 것과 관련, 다양한 해석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산은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부총재, 부점장급, 팀장 등의 순으로 단계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산은측은 ‘연초 인사이동을 미루고 5월에 인사를 마무리 지은 것은 지난해 11월 새로 부임한 김창록 총재가 조직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산은이 잇따라 대형 사건·사고에 연루됨에 따라 조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잇단 비리연루의혹에 ‘휘청’

국회 재경위 김애실 의원측은 “산은이 향후 진로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인사이동에 이어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한 혁신작업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민영화, 상업성 축소·공익성 강화, 국책은행 통합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체성 논란을 넘어 ‘산은 폐지론’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산은이 올해 들어 다시 고비(?)를 맞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탓이다. 국책은행이 또 다시 비리 사건에 연루돼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을 맞은 것.현대차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지난 2일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 하재욱 주무팀장 등 3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부채 탕감을 위해 로비역할을 맡은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35억원을 금융권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16억2,000만원을 이들 산은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아주금속공업과 (주)위아의 채무 탕감을 위해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41억원 중 성공사례금 등으로 챙긴 것은 6억원에 불과하다”며 “받은 돈 중 당시 산은 부총재였던 박상배씨와 투자본부장 이성근씨, 주무팀장 하재욱씨에게 16억2,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 전부총재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당시에도 거론됐던 인사다.

특검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바 있는 그는 당시 산은 영업1본부장으로 현대상선 등에 대한 대출을 전결 처리했다.국책은행인 산은이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쫓다보니, 사업이 방만해지고 각종 비리사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산은은 또, 정치권 외압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K씨를 통해 산은 소유 주식매입 청탁이 들어올 정도다. 한국은행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총재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산은은 시중은행과 달리 인사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어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정치권 ‘입김’서 자유롭지 못해

실제로 지난 5월 정 모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K씨가 주식매입과 관련 6억3,500만원의 로비자금을 받아 구속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K씨는 2004년 12월 카펫 수입업자에게서 “한국산업은행 등에서 보유 중인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1,000만주 가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 등에 힘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차례에 걸쳐 6억3,5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K씨가 소액의 자금수수 사실만 인정한 채 전반적인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대부분의 자금을 은닉했거나 실제 로비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용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송금 당시 산은이 현대에 대출해준 부분도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산은은 대북송금 특검서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과 1,500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나와 결정타를 입었다. 산은은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참여정부 들어 두 번째로 ‘산은 진로와 발전방향’에 대한 외부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에는 ‘지주회사 성격’으로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국회에서 ‘몸집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받아 실행되지 못했다.산은 한 관계자는 “오는 7월경 금융연구원에 맡긴 용역결과가 나오게 되면 향후 진로와 발전방향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부의 입김’이 강해지자, 산은 내부에서도 각종 정보수집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5월 실시한 인사에서 ‘베테랑’ 정보팀장이 교체된 대목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비서실장을 포함해 일부 비서실 인사들도 이번 인사에 포함되는 등 김 총재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됐다.산은은 5월 초, 경영정보팀 소속 송문선 정보팀장을 컨설팅사업실 팀장으로 발령하고 신임 정보팀장에 양기호씨를 불러왔다. 양 팀장은 산은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정보통으로 알려진 인물로 이번 인사이동에서 수뇌부가 전격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송 팀장은 팀원과 팀장을 거쳐 5년여간 산은 정보팀을 이끌어온 베테랑으로 통한다. 산은 홍보 관계자는 “금융권은 기본적으로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며 “정보팀장도 이러한 원칙에 따른 정기인사”라고 말했다.또한, “송 팀장이 옮겨간 컨설팅사업실은 산은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중요 보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보직 일환으로 교체”

그러나 산은 안팎에선 ‘문책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양 팀장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정확하지 않다”며 “내부에선 이번 인사가 잘됐다는 평가가 주류”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K 전보좌관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우리측에서 주식을 한 주도 판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관련이 없다”고 했다. 산은 정보팀은 양 팀장을 비롯, 2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산은은 지난 9일 북한 진출기업을 위한 자금지원을 확대키로 하고 6월 중 분양예정인 개성공단 2차 분양단지 입주기업부터 재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산업은행 LG카드 매각일정 연기한 이유는?인수가격 놓고 산은-인수업체‘물밑 신경전’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이자, 매각 주간사인 한국산업은행이 매각일정을 연기한 것을 두고 매각 참여 후보업체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 8일 금융계에 따르면 LG카드인수 유력 후보로는 신한금융지주, 농협, 하나금융지주 등이 손꼽힌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경제 전반에 파급될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예비실사 일정이 연기됐지만, ‘대세론’을 타고 있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신한은 최근 국민연금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제출받는 등 자금 동원력에서 앞선다고 보고 있다. 농협과 하나금융지주도 7월 초로 예상되는 제안서 접수에 앞서 내부적으로 자금조달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명분 쌓기’다. 은행과 달리 카드는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경기 변화에 민감해 부실 우려가 상존한다.

이에 가격 경쟁보다는 경제여건과 결부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 또, 가격경쟁 약화로 ‘하향 지원’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 조흥은행과 합병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세론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은 인수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토종자본론’을, 하나는 LG카드 인수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표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수 후보간 경쟁이 가격경쟁이 아닌 ‘명분 쌓기’로 진행되고 있어 산은측이 시간을 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이에 대해 산은측은 “인수 참여업체들은 어떻게든 싸게 사들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이번에 예비실사 일정을 2주 정도 연기한 것은 확인할 사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산은에 따르면 LG카드 후보들은 향후 2주 정도 제안서 접수기간을 거쳐 8월을 전후한 시점에 인수 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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