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요령부터 외교 에티켓까지”
“스피치 요령부터 외교 에티켓까지”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2-21 09:52
  • 승인 2008.02.21 09:52
  • 호수 721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옥 여사, 청와대 ‘영부인’ 준비 분주

대통령 취임식이 임박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영부인 수업’도 막바지다. 김 여사는 새로운 영부인상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아래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보육 및 복지분야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의 안방마님’이 되기 위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여사의 근황을 집중 취재했다.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제1참모일 수밖에 없는 ‘퍼스트레이디’는 그 만큼 준비가 많이 필요한 자리다. '청와대 내 야당‘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문화가 우리보다 발달한 미국은 인터넷상에서 역대 영부인들만을 위한 사이트(www.firstladies.org)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5년 전 청와대로 들어 가기 앞서 ‘영부인 역할’에 대해 노 대통령과 합의를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 때 권여사는 “대통령 심신의 보살핌, 친인척 비리 관리, 소외계층에 관심 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고 전하며 “여성계 일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는 것도 영부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4번째 이대 출신’ 영부인

오는 25일 청와대 안방마님으로 들어가는 김 여사는 대기업 회장과 서울시장 부인 등을 거치며 공식행사엔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는 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나온 김 여사는 이순자, 손명숙, 이희호 여사에 이어 이 학교가 배출한 4번째 영부인이 될 전망이다. ‘퍼스트레이디’를 도울 청와대 제2부속실장에도 이대 약학과를 나온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가 내정됐다.

대구여중, 대구여고를 나온 김 여사는 이대 출신 사이에서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최근 유명 MC인 이금희씨에게 화법, 발음, 제스처 등 전반적인 스피치요령을 교육받은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았다. 본격적인 영부인수업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이씨는 이에 대해 “한두 번 만나 차를 마셨을 뿐인데 언론에 부풀려졌다”고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이씨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숙대출신의 대표적인 방송인이다.

김 여사는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영부인 과외수업을 받아왔다. 전문가들로부터 역대 영부인들의 역할과 자신에 활동에 대한 자문을 들었다.

전공이었던 보육과 복지문제 뿐 아니라 양성평등분야, 외교문제에 대해 당선인과 가까운 교수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외교사절단 접대, 해외출장을 대비한 에티켓 등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때 김 여사를 수행했던 김금래 당선인비서실 여성팀장과 한국여성학회장을 지낸 김태현 양성평등본부장, 조은희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평소 밝은 빛깔의 스커트 정장을 즐겨 입는 김 여사는 ‘한복차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조형’ 영부인 예상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대외활동시간은 그만큼 줄었다. 봉사활동모임이나 동창회에도 당분간은 어렵다는 양해의 말을 전했다.

경호상의 문제로 소망교회에 나가는 일도 부쩍 줄어들었다.

대체로 김 여사의 스타일을 잘 아는 이들은 앞에 잘 나서지 않는 겸손한 성격을 들어 ‘내조형’에 가까울 것으로 점친다.

한편에선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위기의 순간 정치적 조언을 잘 해 ‘비판자’로서의 임무를 잘 할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선 직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놓고 당 내분이 있을 때 김 여사가 “주변의 여성 유권자들이 이 최고위원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전해 ‘사퇴’쪽으로 기우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문여대 출신으로 ‘준비된 영부인’이라는 게 측근들의 말이지만 기대감만큼 부담도 없지 않다.

자녀들의 위장전입문제는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남편은 일밖에 몰라 자녀들 일은 내가 다 챙겼다. 그 때 생각이 짧아 잘못 생각했다”고 사과했지만 뒤탈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당선인의 재산관리인 의혹을 받고 있는 처남인 김재정씨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명박 특검팀은 국세청을 압수수색해 김 씨의 재산변동내역과 다스의 지분변동내역 등을 조사 중이다. 특검조사결과에 따라 김 여사로선 취임 전부터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해엔 김 여사의 1천만원대 명품 에르메스가방이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이 ‘경제살리기’와 ‘민생정치’를 전면에 앞세운 만큼 취임 뒤엔 더욱 조신해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1998년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조 전 비서관은 저서 ‘한국의 퍼스트레이디’에서 “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은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퍼스트레이디”라고 전하며 “그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한국현대정치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정치인을 뒷수발하는 아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안방살림과 대통령의 뒷수발을 할 김 여사가 청와대 입성 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