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입문 꿈꾸는 동교동계 ‘어둠의 인사들’

한국정치사에서 동교동계는 상도동계와 쌍두마차를 이룬다. ‘동교동계’는 김대중(DJ) 대통령이 살고 있는 지역이름을 딴 정가사람들 별칭이다. 동교동계 인사들이 언론의 시선을 모으는 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돌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지지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DJ맨’들이 ‘창’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서울 여의도정가에선 이윤수·안동선 전 의원 및 민주당계 인사가 4·9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나돈다. 정가관계자는 “17대 총선에 낙마한 ‘DJ사람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재기를 꿈꾸고 있다”면서 “정치가도의 선택지로 이 총재를 결정한 것이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에서 ‘동교동계’는 DJ의 최측근들을 일컫는다. DJ가 살고 있는 서울마포구 동교동 178번지 1의 주소지 동 이름을 따 만든 것이다.
동교동계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양대 맥을 이루는 측근들을 가리킨다.
권노갑 전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 전 의원 등이 동교동계 1세대다.
이번에 ‘창’쪽에 몸을 담근 이윤수 전 의원(69) 등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동교동계 2세대로 분류된 사람들다.
그 때 이 전 의원은 박정훈 전 의원, 김태랑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전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등과 함께 DJ캠프에 합류, DJ가신이 됐다.
동교동계는 1966년 DJ가 세운 개인연구소 내외문제연구소의 전신인 셈이다.
이윤수, 비례대표 도전설
이런 동교동계 인사가 왜 자유선진당의 ‘창’을 선택했을까.
정가관계자는 “총선을 통해 (DJ맨들이) 다시 정치권에 입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쪽에 몸을 실어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다면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고 ‘창’쪽과 행보를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 전 의원이 자유선진당 쪽 비례대표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혜연 대변인은 “이렇다 할 결정이나 논의가 이뤄진 건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당 역할론 대두
이 전 의원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3선(14·15·16대)을 한 관록의 소유자다. 그는 그 때 국회예결위원장, 건설위원회위원장,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등을 거치며 ‘DJ맨’으로 확고한 활동영역을 굳혔다.
지난해 가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 1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밤낮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지역민주당 재건에 나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민주당경선 때 조순형 의원 캠프에 합류, ‘조순형 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뒤 조 의원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 이 총재를 지지선언 했다.
그의 주변 측근은 “이 전 의원은 저력 있고 뚝심 있는 분이다. 지난해엔 민주당이 다시 일어나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발 벗고 밤낮으로 민주당 진영을 도왔다”면서 “정치무대 일선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는 총선에 나갈 결심을 굳혔다. ‘창’을 지지한 건 새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면서 “비례대표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도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당 역할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민주당계 인사 안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유선진당의 인재풀 가동여부다.
지난 12일 자유선진당은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서울 여의도로 둥지를 틀었다.
이튿날 기자가 당을 찾았을 때 당 관계자들은 인터넷설치 및 집기운반 등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 전 의원 등 민주당계 인사들의 모습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욱 대변인은 민주당계 인사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본인도 아직 동교동계 인사들과는 안면이 없다”고 했다.
‘창’겨냥한 인물들 한배에 타
또 다른 ‘DJ사람’은 민주당 4선의 안동선 전 의원이다. 그는 부천시 원미구 갑지구 출신이다. 17대 대통령 선거 즈음 당내 분란의 중심에 섰지만 지역정가에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군립 한다.
2004년 총선연대는 안 전 의원을 공천부적격자 1차 대상에 올렸다. 철새정치형태(2002년 8월 민주당 탈당, 국민통합21에 참여)를 보이고 2001년 8월엔 이 총재를 향해 ‘놈'이란 표현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총재를 겨냥, 과감한 쓴 소리를 날렸던 그가 7년 만에 이 총재와 한 배를 타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이 전 의원과 안 전 의원은 2002년 총선을 전후로 사양길에 접어든 인사들이다.
하지만 지역텃밭을 일군 ‘DJ맨’들이 ‘창’을 택한 건 총선출마를 통해 정계입문을 노리는 전략이란 얘기가 여전히 나돈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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