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대규모 승진 동결, 인원감축 임박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정책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직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수사·정보기관에 대한 조직개편이다. 민생과 맞닿아 있는 단속감시기관이므로 이들 조직 장악은 정권 장악의 밑받침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검찰조직을 제대로 잡지 못해 대통령이 일선 검찰과의 대화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정권확립에 있어 이들 조직이 갖는 중대성과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정대로라면 검찰인사는 지난 2월 중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선 말들이 많다. 이 당선인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위해 일단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적당한 때가 되면 이 당선인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숙청이 본격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뿐 아니라 경찰과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수술대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경찰과 국정원은 노 정권의 코드인사를 거론할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대표적 권력기관이다.
이 당선인은 두 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비대해진 조직을 실용적이면서도 가벼운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이 당선자가 검찰을 크게 손보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이 BBK주가 조작관련 검찰수사로 곤혹을 치르긴 했지만 수사 때 검찰이 이 당선인 눈치를 보며 ‘배려’를 많이 해줬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늦어지는 인사의 의미
검찰 안에선 2월에 있어야할 인사가 뒤로 미뤄진 것을 두고 내심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이 검찰을 손보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연구 중이란 얘기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체질개선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없다. 하지만 앞서 단행된 경찰인사에 비춰 검찰 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추측은 가능하다.
경찰조직은 대대적인 군살빼기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경우 각 부서인력을 줄여 일선 시·군과 지구대 등으로 재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인사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인사는 정부조직개편안 및 조각 작업과 맞물려 정기인사엔 변수가 따를 전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위간부인사는 이르면 새 정부 출범 직후 또는 4월 총선 뒤로 늦춰질 것으로 본다”면서 “외부에선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내부적으론 총선직전 검찰수뇌부 인사는 적절치 않아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법원인사가 예정대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이 관계자의 전언대로공천이 검찰인사의 지연이유가 될 수도 있다.
법원은 지난 5일과 14일 예정대로 정기인사를 했다. 올해부터 재정신청제도가 크게 확대되면서 이를 맡아 처리할 고등법원 재판부도 늘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가 올해 20명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설재판부 규모는 3~6개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사시 12기 검찰 주도권 쥐나
검찰 내 이른바 ‘빅4’라 불리는 서울검사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감찰국장 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대검 중수부장엔 차동민 대검 기조부장(12기), 박한철 울산지검장(13기)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대검 공안부장엔 김수민 서울서부지검장(12기), 안창호 광주고검 차장(13기) 중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법무부 검찰국장엔 이준보 대검 공안부장(12기), 천성관 서울남부지검장(12기)이 후보에 올라 있다. 이들이 빅 4자리를 앉을 경우 사법시험 12기가 사실상 법조계를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검사장에 대해선 의견들이 분분하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명동성 현 검사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서다. 검찰 안에선 명 검사장이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 받게 될 경우 김준규 대전지검장, 문성우 법무부 검찰국장, 신상규 광주지검장 등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또 이번 검찰인사 역시 경찰과 마찬가지로 이 당선자의 인력 현장배치원칙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부장 및 부부장검사 승진이 동결될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이 당선인의 인사원칙이 경찰인사에서 드러난 만큼 검찰인사도 부장검사를 줄이는 대신 실제 수사를 맡는 일선검사를 늘리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술대 오른 경찰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직 내 부적격자를 과감히 가려내겠다”고 인사개편의지를 밝혔다.
어 청장은 이 자리에서 “경찰이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인력도 재배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어 청장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부서를 정예화하고 내근인력의 10%는 현장에 재배치한다는 것. 또 현장인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본청이 솔선해서 군살빼기를 하고 지방청과 경찰서도 내근요원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경찰관들은 개편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 정권의 인력전문화 방안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인원을 전면 재배치했는데 현장배치방안에 따라 이번에 다시 전문 인력들을 다른 부서로 보낸다면 다시 이를 바꾼다면 조직의 혼란을 부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대전지방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및 산하 경찰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대전경찰청은 인수위의 현장치안 강화정책에 따라 지방청과 일선경찰서의 내근인력 을 10% 줄였다.
이어 이들을 일선경찰서 수사과와 형사과, 지구대 등 외근부서에 배치하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대전청은 지난해 관할구역 조정 작업 때 조직진단을 거쳐 효율적인 내근과 외근비율을 산정해 외근인력을 크게 늘린 상태다.
경찰 내 인사불만 고조
문제는 이번 인사가 일방적인 지시에 따른 전보조치로 지원자가 없을 경우 강제 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전 내근직원들은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찰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인사라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일고 있다. 지방청의 경우 광역수사대나 강력계 등 외근부서도 인원을 빼야한다. 그렇게 되면 수사관들의 사기는 물론 수사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경과 등 경찰의 전문성에 맞지 않는 인사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전문경관이 풍속계로 가거나 강력계 베테랑이 교통계로 가는 등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조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하부조직 인사개편을 둘러싼 잡음이 일면서 수뇌부개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고위직인사의 향후 일정에 대해 “경감 이하는 인수위하고 협의해서 마무리했고, 인사이동은 2월중 한다. 경정이상은 총경TO에 따르는데, 고위직 인사는 새 정부 출범 뒤 바로 하려 한다”고 말한 뒤 수뇌부인사에 대해 “2월 중엔 인사가 힘들고, 서장배치 등은 총선일정을 감안, 3월 20일 전후까지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경찰수뇌부 인사에 대해 ‘과거 친 이택순 계였던 인사들을 모조리 바꿀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호남출신인사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안보컨트롤타워엔 누가
한편 김만복 국정원장 퇴임 등 각종 사건으로 어수선한 국정원의 인사도 관심사다.
이 당선자는 현재 초대 국가정보원장으로 김종빈(60) 전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당선인의 한 측근은 김 전 총장이 새 정부 초대 국정원장의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여천 출신인 김 전 총장은 사시 15회로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 등 검찰 핵심요직을 거친 뒤 검찰총장을 지냈다.
김 전 총장은 앞서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김경한 전 법무부 차관을 장관으로 내정하는 대신 김 전 총장에겐 국정원을 맡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국정원장으로는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유력후보로 검토됐지만 검증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제기돼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지역안배 차원에서 호남출신인 김 전 총장이 국정원장으로 임명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인수위의 대세였다는 후문이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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