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타고 부는 당권쟁탈 바람 박-이-정-강 4강전
‘춘풍’타고 부는 당권쟁탈 바람 박-이-정-강 4강전
  • 김현 기자
  • 입력 2008-02-12 15:52
  • 승인 2008.02.12 15:52
  • 호수 72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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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권 내 손안에 있소이다!”
박근혜 · 이재오 · 정몽준 · 강재섭

‘이명박(MB)시대’가 개막된다. MB시대가 본격 열리면 누가 ‘1인자’로 등장할까. ‘포스트 이명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3각 구도였다. 당권장악에 올인 할 박근혜 전 대표, MB당선의 일등공신 이재오 의원(전 최고위원), 막강한 돈줄의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들이다. 그러나 설을 기점으로 한나라당 안팎의 기류는 180도 바뀌었다. ‘공천권 분쟁’으로 강재섭 대표의 당내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치키워드는 4·9총선 뒤 7월 전당대회(약칭 전대)서 부는 당권바람이다. ‘박근혜-이재오-정몽준-강재섭’ 4인의 권력파고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올봄 총선은 당내 계파별 의석수확보를 담보로 당내 1인자를 가리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당권을 노리는 ‘정치 9단’들의 파워게임이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인의 당권경쟁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 “아직은 세 싸움이다. 본격 각축전은 총선 뒤 전대에서 벌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춘풍을 타고 올 이들 4인방의 힘겨루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설 연휴가 끝난 한나라당 안은 여전히 공천권 지분싸움의 잔재가 남아있다. 겉으론 봉합된 양 계파 간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친이’ ‘친박’ 계파 사이엔 아직도 공천지분을 둘러싼 물밑혈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살얼음판 분위기다.

지분싸움 연장선상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 ‘빅4’(박근혜-이재오-정몽준-강재섭)의 정치행보가 정가의 큰 관심거리다.

‘빅4’는 우선 저마다 지역구 총선경쟁에 들어갔다. 대중성을 지닌 주연급 ‘정치스타’란 점에서 총선엔 무사히 통과할 것이라는 게 정가사람들의 시각이다.


‘내 식구 누가 더 많아’

7월 전대 전까지 당권장악을 둘러싼 미묘한 힘 대결이 계속될 것이란 시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내 ‘1인자’ 자리를 거머쥐기 위해서다. 여기엔 ‘돈’ ‘조직’ ‘인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빅4’간의 세력경쟁은 곧 당 안에 자신을 지지하는 현역의원들과 자금줄이 누가 더 많고 든든한가 하는 점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이 점에서 ‘MB정부’를 탄생시킨 공신들이 많은 쪽이 대세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와 이 전최고위원의 불꽃경쟁이 벌써부터 튀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대선기간 중 MB캠프에서 맹활약한 현역의원 수로 따지면 ‘MB’계열보다 이 전 최고위원 계파 의원들이 더 많다.

그는 이를 입증하듯 상당한 인맥라인을 선보였다. 지난 1월 5월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3관문에서 열린 이 전 최고위원의 산상기념출판회가 단적인 예다.

그 날 행사장엔 정·관·법조계와 문화·예술계 인사 3천여 명이 참석했을 정도다. 참석한 이 최고위원 인맥은 김영수 나라사랑국민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이 최고위원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6·3동지회 회원, 서울경제포럼, 일월문화포럼, 남산회, 청계포럼 사람 등이다. ‘이재오 세력 라인’이 총출동한 것이다. 또 공성진·김영숙·고경화· 박승환 의원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이재오 파워’를 알리는 첫 신호탄이기도 했다. 일단 인맥에서 경쟁자들을 제압한 셈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 전 최고위원은 총선 전까지는 공천권 지분분쟁 등과 관련한 현안들에 전면 대응 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 “총선이 끝난 뒤에나 인맥들을 네트워크화하면서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MB의 2인자’로 불리는 이 전 최고위원의 최대 맞수는 역시 박 전 대표다. 두 사람 사이는 늘 팽팽한 관계다. 둘의 힘겨루기는 수년전부터 이뤄져왔다.

올 들어 더욱 노골적이다.


‘공천지분권’ 최후 데드라인

박 전 대표가 당권프로젝트에 돌입할까. 아니면 신당창당 전략루트에 들어갈까. 최근 당내 공천기준문제를 둘러싼 ‘친이’ 대 ‘친박’간 분쟁으로 전운이 감도는 듯 했으나 일단 봉합된 분위기다. 그러나 최종 공천심사절차가 남아있다. 또 총선결과에 따라서도 판세가 달라진다.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아우러져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권장악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는 죽기 살기식으로 ‘친박 사람들’의 공천지분확보를 위해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들 확률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정가 사람은 “그는 뚜렷한 명분 없이는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면서 “이를 아는 MB는 최대한 박 전 대표에게 명분을 주지 않은 채 총선 전까지 같이 갈 것이다”고 분석했다.

최근 새 변수로 등장한 강재섭 대표와의 관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는 ‘친박 사람들’과의 긴급회동에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월 1일엔 ‘박근혜파’ 원내·외 인사 70여명의 모임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가 한 소식통은 “1월 31일, 2월1일 회동취지는 다르다”면서 “첫날 만남 땐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구하려는 ‘친박 사람들’ 모임이었다면 이튿날엔 ‘강재섭-이방호’간의 기 싸움에 박 전 대표가 굳이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고 말했다. 차기대권 반열에 오르려는 강대표식 ‘힘겨루기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는 견해다.

관건은 ‘빅4’간의 당권장악력이다. ‘빅4’들은 총선 때 당내 ‘자기편 사람들’의 의석수확보가 관건이다. 박 전 대표 또한 ‘포스트 이명박’ 반열에 섰지만 총선 뒤 당내 현역의원의 ‘세’가 없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의미다.

당내 한 관계자는 “공천싸움은 호숫가에서 백조가 수영하는 것과 같다”면서 “막상 물밑은 ‘혈투극’을 연상할 만큼 경쟁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흑색선거전에 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자기사람을 살리기 위해 막판까지 결투를 벌일 것이다”고 귀띔했다.

당내 최고위원 자리에 안착한 정몽준 의원 또한 만만찮다.


부시대통령 면담 첫 관문 통과

그는 ‘빅4’ 중 당내 경쟁에선 가장 약세다. 당내 ‘정몽준 사람’은 소수다. 하지만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포스트 이명박’대열에 올라있는 주자다. 돈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현실에서다.

당내 일각에선 “그의 행보엔 단계적으로 세력화를 꾀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면서 “최근 미국특사로 파견돼 부시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된 것은 당내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인정하는 첫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셈이다”고 평가했다.

정 최고위원이 부시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지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여러 뒷얘기들이 있다.

그가 한인사회 <우리들 그룹>멤버들과 사전접촉을 가졌다는 게 미국한인사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우리들 그룹>은 2년 전 미국한인사회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 그룹은 MB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로 미국 한인타운을 네트워크화할 만큼 조직책을 갖추고 있다.

<우리들 그룹>의 핵심멤버는 5명. 그 중 미국 공화당 기업가인맥을 관리하는 김재욱 박사, 공화당 전문정책위원회 한반도전문가로 통하는 임청근 박사, 재미교포 손충무 칼럼리스트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했다는 것.

한 미국 소식통은 “원래 정 최고위원이 체니 부통령을 만나 MB친서를 전하도록 돼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들 그룹의 주선으로 부시대통령과 20여분 면담하고 MB뜻을 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당내 ‘자기편’ 만들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 때문인지 정 최고위원도 측근은 물론 당 안팎 관계자들과 잦은 만남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 쪽도 시나브로 대권단계를 밟는 전략세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 최고위원 쪽의 김대규 비서관은 “구체적으로 뭐라 얘기할 때가 아니다”면서 “최고위원으로 당내활동이 우선이다. 앞으로 행보는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오는 7월 전대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도 세력 있다’

‘박근혜, 이재오, 정몽준’에 이어 새롭게 떠오른 강재섭 대표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가 됐다. 당 안에서의 입김이 세어지고 있다는 게 정가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당내 계파 간 공천기준문제로 풍향계 역할을 자임했던 그는 ‘MB사람’ 이방호 사무총장과 맞서면서 ‘빅4’대열에 합류했다. 설 연휴가 지나고 난 뒤 당내에서 단번에 그 힘이 9부 능선까지 오른 경우가 강 대표다. 5선 의원인 그는 총선 때 고향인 대구시 서구에서 다시 도전한다.

그는 일찍이 ‘박근혜파’에 속했으나 당 대표직에 안착한 뒤부터 당내 계파싸움에선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 그러나 다음 대권주자로 오르면서 박 전 대표와는 묶일 수 없는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당 안팎에선 ‘포스트 이명박’대열인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한 강 대표만의 전략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또 공천권 지분싸움으로 불거진 ‘친이’ 대 ‘친박’ 갈등이 일단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의 ‘입지확대’를 노리는 최적기가 바로 지금이란 얘기다.

당내 한 관계자는 “7월 전대엔 도전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처럼 ‘친박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운 만큼 내 사람 만들기에 본격 나설 것이다”면서 “최근 강대표가 MB의 핵심인 이 사무총장 사퇴를 들고 나선 건 당내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속내일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총선 전까지 세력 확장에 나서는 ‘박근혜-이재오-정몽준-강재섭’ 4인방의 파워게임은 총선이후 7월 전대과정에서 그 바닥까지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김현 기자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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