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에 이명박 정부 운명 갈린다”
“4·9 총선에 이명박 정부 운명 갈린다”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2-04 18:01
  • 승인 2008.02.04 18:01
  • 호수 719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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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특집 18 대 총선 판세 분석

4월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둔 설 연휴가 시작됐다. 민족대이동과 ‘설 연휴 여론몰이’를 겨냥한 정치권의 민심잡기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오는 25일 출범할 이명박 정부는 대부분의 임기를 함께 할 18대 국회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소한 과반수이상의 의석은 확보해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도 이번 총선 때 당의 사활을 걸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신당을 떠난 유시민 의원은 “큰 변수가 없다면 한나라당이 2백석을 넘을 수 있다”며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4월 9일 18대 총선에서 뽑힐 국회의원 수는 299명. 이 중 56명은 비례대표 의원이며 243명은 지역구 의원이다.

국회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일부 지역구는 통·폐합되거나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독자적 힘으로 개헌이 가능한 200석 이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당세가 약화된 통합신당은 개헌 저지선인 최소 100석 이상을 넘겨야 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1강 다약 구도’

특히 이번 총선은 정치성격상 1988년 13대 총선과 비교되고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과 5년에 한 번 치러지는 대선은 20년을 주기로 ‘특별한 정치 환경’을 만드는 데 바로 지금이 그렇다.

20년 전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87년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이듬해인 1988년 총선에서 그 때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참패함에 따라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과반수의석에도 25석이나 못 미쳤던 민정당은 절치부심 끝에 1990년 초 ‘3당 합당’을 통해 가까스로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1988년 역사가 거듭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여권이나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의 200석 이상 독식을 언급하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의회권력 접수’가 마지막 목표란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을 잇는 3연승이 허황된 꿈이 아니란 얘기다.


“그래도 변수는 있다”

정치권의 이런 분위기는 대선을 앞뒤로 50%대를 유지해온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이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호남권을 뺀 전국 다른 곳에선 다른 정당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과거 선거판을 주름잡았던 양강구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정당지지율 2위와도 오차범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지난 달 중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47.3%.

2위 민주신당(6.2%), 3위 자유선진당(5.4%), 민주노동당(3.1%), 창조한국당(2.2%), 민주당(1.9%)을 다 합쳐도 한나라당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여권의 더 큰 고민은 과거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동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뒤 연이어 ‘삽질’을 하며 민심을 잃거나 한나라당이 총선공천과정에서 쪼개지는 일이 생기면 민심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신당이 손학규 체제를 안착시킨 뒤 민주당과 무난하게 합치는 시나리오도 선거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례대표도 ‘물갈이 쓰나미’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각 당들이 대대적인 물갈이 의지를 보임에 따라 비례대표의원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56명에 이르는 이들 의원들은 더 이상 ‘안전판’은 없다는 판단아래 적잖은 수가 지역구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공천’과정에서부터 현역의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박계동 의원(서울 송파 을)을, 전여옥 의원은 고진화 의원(서울 영등포 을)을 겨냥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의 황진하
의원과 서상기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 쪽의 이재창(경기 파주), 이명규(대구 북갑)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민주신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재홍(전북 익산 갑), 박명광(서울 동대문 갑) 의원 등이 같은 당 현역의원과의 경쟁을 무릅쓰고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른 당 의원들이 현역의원으로 있는 곳에 출사표를 던진 비례대표 의원들도 많다. 민주신당 김현미(경기 고양 일산 을, 김영선), 민병두(서울 동대문 을, 홍준표), 유승희(서울 종로, 박진), 박영선(서울 서대문 을, 정두언) 의원 등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 그룹이
적극적이다.

한나라당에선 박찬숙(경기 수원 영통, 김진표), 송영선(경기 안양 동안 갑, 이석현), 진수희(서울 성동 갑, 최재천) 의원 등이 민주신당 의원들을 상대로 도전한다.

당세가 이전보다 약화된 민주노동당도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 위원장(경기 고양 덕양 갑)을 비롯, 강기갑(경남 사천, 한 이방호), 노회찬(서울 노원병, 신 임채정), 단병호(경북 포항 남·울릉, 한 이상득), 이영순(울산 남 갑, 한 최병국), 천영세(대전 대덕, 신 김원웅), 현애자(제주 서귀포·남제주, 신 김재윤)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56명의 비례대표 의원 중 지역구 출마 작업에 나섰거나 고려하고 있는 의원들은 40여명에 이른다. 한나라당 박재완·이주호 의원은 청와대행이 점쳐지고 있다.

이들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전쟁도 한창이다. 민주신당에선 손학규 대표그룹이, 한나라당에선 이 당선인 쪽 사람들이 대거 늘 것으로 보인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이 유력시 된다. 민노당도 비례대표 대폭 교체를 통해 ‘쇄신 바람’을 준비 중이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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