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 계파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손학규-정동영 계파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2-04 17:36
  • 승인 2008.02.04 17:36
  • 호수 71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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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 공멸 위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박재승 민주신당 공천심사위원장(왼쪽).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성과물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유재건·박상돈 의원이 당을 떠난 뒤 이회창 대표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에 가세하며 당의 사기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졌다. ‘친노’그룹을 대표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정동영 전 장관 그룹도 들썩이며 손 대표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제1당으로 등극했던 열린우리당의 후신이지만 4년 만에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최악의 경우 자유선진당에도 밀리며 제3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당은 공멸위기에 놓였지만 ‘밥그릇 싸움’은 한창이다.

민주신당의 양대 기둥으로 불리는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기 싸움도 예사롭지 않다. 공천 갈등이 심한 한나라당을 앞지를 만큼 불꽃을 튀기고 있다.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론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지도부들 사이에서만 “바꿔야 한다”는 발언이 주문처럼 되뇌어질 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 전 장관 그룹은 이른바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 “손 대표의 호남권 장악 의도”라며 신당창당까지 들먹이고 있다. 자신들의 몫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호남 ‘정·한 연대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호남 물갈이’ 발언은 수도권과 초선 쇄신그룹의 옹호를 받으며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강성 소장파 사이에선 손 대표가 수도권 출마의사를 밝혀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호남지역 의원들도 “많이 참았다”며 조직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원칙과 기준이 없는 마녀사냥식 물갈이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호남권을 대표하는 정 전 장관도 당내 계보인사들과 만남 횟수를 늘리며 정치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계룡산 등산 뒤 열린 워크숍에선 “지금 정체성과 방향으론 안 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손 대표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의원들은 “신당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찾자”는 ‘제3지대 신당론’도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 창당론을 언급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비슷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등이 연대대상으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그래도 대선후보인데…”

정 전 장관 관계자는 “손 대표 체제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하며 “대선패배의 당사자로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 설 민심을 타진한 뒤 다시 모여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권과 정 전 장관그룹이 연일 당 지도부를 향해 날선 모습을 보이는 데는 공천탈락 위기감이 기폭제가 됐다. 이들은 손 대표 등 지도부의 ‘호남 물갈이론’을 ‘정동영 죽이기’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경선 때부터 쌓인 앙금도 여전히 깊기만 하다.

손 대표의 ‘물갈이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호남권의 반발이 나온 뒤에도 “우리끼리 원만하자고, 당내 분란이 없도록 하자고 국민들에게 버림받는 길을
갈 수는 없다”며 쇄신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총선에서의 공멸위기감이 워낙 큰 터라 정 전 장관에게 손을 내밀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손 대표 쪽 관계자는 “그래도 당 대선 후보였던 분 아니냐. 함께 가지 않으면 총선을 일치감치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수도권 징발론’ 확산

민주신당 운명을 가를 또 다른 분수령은 총선공천을 결정할 공천심사위원회(약칭 공심위)로 모아진다.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은 “욕을 얻어먹기 위한 자리”라고 각오를 다지며 “지금 계파를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니다. 현역의원이라도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출마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살신성인’을 강조했다.

손 대표도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죽음을 가져올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힘을 보탰다. 또 수도권 초선의원들도 외부 인사만으로 공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현실정치경험이 없는 박 위원장이 ‘친노’ 배제론, 대선패배 책임론, 호남 물갈이론 등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정 전 장관 그룹의 제3지대 신당창당론이 힘을 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대철 민주신당 고문 등의 공천여부가 공심위 능력과 의중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과거처럼 국민참여 경선과 당원경선도 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공심위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3정당으로의 전락위기에 따라 다양한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손 대표와 정 전 장관, 강금실 최고위원 등 당의 대표적 인물들이 수도권에 출마, 바람몰이를 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시베리아 벌판에 선 민주신당이 야당으로서의 생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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