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길 따라 걷다보면 가을이 보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금연휴다. 이번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휴의 특성상 일주일을 통째로 쉬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에 직장인들은 해외로 산으로 휴양지로 떠날 계획을 세우느라 밤잠을 설친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알짜 연휴기간 동안 원거리 여행을 자제하고 몸 편히 마음 편히 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샐러리맨들도 생각보다 많다. 차로 꽉 막힌 길 위에서 시간 죽이는 여행길도, 무턱대고 떠나는 영양가 없는 패키지 해외여행도, 휴가철 끝나 썰렁해진 철지난 휴가지도 가기 싫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서 TV 리모컨만 꾹꾹 눌러대기에는 너무 아까운 휴가다.
그저 마음 편해지는 어딘가로 가고는 싶은데 딱히 갈 곳도 모르겠다면 알면서도 발길이 쉽게 옮겨지지 않았던 서울 속 명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도 마음 편한 서울 명소들은 여행지 못지 않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중 삼청동은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을정취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전통 공방과 한옥이 모여 있는 화개1길 쪽으로 들어서면 벌써 그 길목이 주는 느낌부터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하다. 미술관과 레스토랑, 카페, 와인 바가 한옥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울 속에서 전통미를 이어오는 ‘북촌 한옥마을’은 밀집된 한옥마을로 전통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 며 ‘관광명소’로도 거듭나고 있다.
21세기 속 과거를 만나다
북촌 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비원 사이의 북악산 기슭에 있는 서울 시내의 대표적인 한옥 밀집 지역이다. 이곳은 가회동, 계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팔판동 일대 107만 여㎡을 아우른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으로 북촌으로 불린다.
이 곳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마치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만나는 이색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 역시 조선시대 말에 세워진 전통한옥부터 최근에 지어진 현대한옥까지 시대별 한옥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로 맞댄 한옥의 처마선이 끝나는 큰 길에 다다르면 현대식 상가가 즐비한 서울의 낯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옥 골목과 번화가가 어우러져 있는 셈이다.
북촌의 고즈넉한 골목 곳곳에는 한옥이 즐비하다. 낮은 담벼락과 우아한 곡선의 처마, 기와지붕은 마치 세월의 흐름을 비껴간 느낌을 준다. 대대손손 가옥을 물려받은 양반집과 오랜 세월 북촌에서 생활하는 토박이 주민들, 전통문화를 이끄는 장인들이 북촌의 한옥마을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북촌은 나뭇가지처럼 뻗은 길을 따라 눈앞에 멋진 한옥풍경이 펼쳐져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북촌 8경의 정취가 압권이다. 북경 8경을 걷다보면 마치 과거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림 같은 한옥의 모습에 과거로 회귀한 느낌을 받다가도 길을 거니는 외국인의 모습에 21세기 한국임을 문득 깨닫게 된다.
또 계동길과 창덕궁 길에는 정겨운 손글씨 간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문화당 서점 등 아주 오래된 토박이 가게들이 반겨 7080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통가옥의 美를 한눈에
대한민국 제 2대 부통령 인촌 김성수 선생이 거주하던 고택인 ‘김성수 옛집’은 2·8 독립선언을 위해 항일 독립투사들이 모인 밀회의 장소다. 민주화운동을 위해 지식인들이 모의 결의를 다진 장소이기도 하다. 선생은 1918년에 중앙학교(중앙고등학교의 전신)를 인수해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1919년에 경성방직회사를 설립해 민족자본 육성에 힘썼다. 이 집에는 팔각정이 있어 팔각정에 올라 주변의 푸르름을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여러 가지 전통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적지 않다.
2007년 10월에 개관한 봉산재는 나성숙 선생의 옻칠, 황칠 개인 작업실이자 교육장이다. 선생은 전통기법에 현대적인 조형미를 살린 옻칠 황칠 작업을 통해 현대 가구와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함과 소반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작업실에서는 칠을 체험할 수 있으며, 전시실에는 잠시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 돼 있다.
한국 전통 한옥의 멋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종가의 예절을 배우고 전통 음식을 맛보는 문화체험공간도 있다. 이가 문화체험원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한국 문화체험의 명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국 전통 차를 음미하는 것은 물론 전통 김치를 직접 담그거나 가정식을 맛볼 수도 있는 곳이다.
술에 관심 있다면 전통주공방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막걸리, 약주, 소주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는 정통주연구가 김택상 선생의 공방이다. 전통주 중에서도 음력 정월의 해일(돼지날)에 밑술을 만들고, 석 달간 해일마다 세 번에 걸쳐 발효한 ‘삼해주’를 빚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삼해주는 주로 궁에서 행사 때 사용했던 소주로 멥쌀과 찹쌀, 누룩을 주재료로 36~100일간 숙성시킨 후 증류해 만든다. 여러번 저온을 숙성시키기 때문에 맛과 향이 깊고 빛깔이 투명하며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물론 이 맛있는 술의 맛도 볼 수 있다.
토이키노박물관도 삼청동 명물로 꼽힌다. 이 재미있는 박물관은 3만점 이상의 장난감으로 가득해 아이들과 함께 가면 최고다. 30대 후반의 이 박물관 운영자는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장난감으로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곳에 전시된 장난감은 3만 원에서부터 40만 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도 다양하다.
아름다운 카페여행
전통한옥과 더불어 삼청동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삼청동 카페골목이다. 삼청동 카페나 레스토랑은 커피 음식 맛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분위기가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적시는 특징이 있다.
삼청동 카페와 레스토랑이 갖는 공통점은 고즈넉한 분위기다. 거리를 걷다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위해 아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그 여유와 편안함에 매료된다. 삼청동 카페 레스토랑은 가격이 좀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도 않다. 커피 아이스크림 스파게티 등은 오히려 서울시내 보다 저렴한 곳도 있다.
카페들 중에는 한옥을 카페로 바꾼 것도 있고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주택을 레스토랑으로 바꾼 곳도 있다. 특히 카페는 밤에 가기를 권한다. 밤이면 거리 전체의 야경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 멋진 조명까지 곁들여져 그 분위기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서울 도심 속 자연을 만나다
올 추석 성큼 다가온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가까운 북한산으로 찾아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조용한 숲길을 걷다 보면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도보 여행길이 각광 받고 있는 제주의 올레길처럼 서울 도심에도 도보여행을 선사할 길이 또 하나 생겨난 것.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자연 산책로인 북한산 둘레길을 지난 7일 개통했다. 둘레길은 도시생활에 지친 서울 시민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선사해줘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바쁜 업무와 생활로 산을 찾지 못했다면 이번 연휴를 이용해 둘레길을 자연과 벗 삼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둘레길은 서울 우이동에서 경기도 고양시를 지나 다시 우이동으로 돌아오는 44km 모두 14구간으로 북한산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가족 혹은 친척들과 간편한 차림으로 둘레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의 근심과 시름을 잊을 수 있다. 더불어 청명한 공기와 계곡과 숲 자연의 정치도 한껏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숲길과 아담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산의 풍광에 눈과 마음을 뺏기게 된다. 곳곳에 전망대 9곳과 쉼터 35곳을 마련돼 있어 쉬엄쉬엄 등반하라는 배려를 마련해 뒀다.
둘레길 중에서도 수유지구 빨래골 구간의 구름전망대와 은평구 구기터널 상단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60m 길이의 나무다리 ‘스카이 워크’는 서울 시내의 모습을 한 눈에 담아 볼 수 있어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이른바 경치가 일품인 명품구간인 셈이다.
완만한 둘레길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가파른 곳인 사색의 길 구간과 성너머길 구간, 하늘길 구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사회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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