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역사의 물길 휘도는 ‘영주 무섬마을’

마치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는 듯한 형상의 무섬마을은 입향조 반남 박씨와 영조 때부터 세거한 선성 김씨의 집성촌이다. 마을 주변에는 낙동강의 여러 지류 가운데 하나인 내성천이 휘돌아 흐르는 전통 물돌이 마을이다. 풍수 지리학상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산세와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그리고 50여 가구의 한옥들이 삼박자로 어우러져 옛스러움을 한껏 자아낸다. 영주 시내에서 무섬마을로 가려면 자동차로 30분, 대중교통으로는 약 50분 정도 소요되며 마을과 유일하게 이어진 수도교로 들어서게 된다. 30년 전만해도 무섬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마을과 뭍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수도교가 세워지면서 외나무다리의 기능은 상실됐지만, 2005년 복원 후 매년 10월마다 무섬외나무다리 축제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도 선정돼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아슬아슬 외다리를 건너 육지의 시장으로 가는 아낙들도,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물건을 팔러 오는 장사치들도,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도 모두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1979년 수도교가 세워지며 외나무다리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그 후 마을 주민들에 의해 복원되어 2005년부터 매년 10월마다 무섬외나무다리 축제를 열고 있다.
수도교를 건너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해우당이다. 고종 때 의금부도사를 지낸 김낙풍(1825~ 1900)의 고택인 이곳은 안채와 사랑채가 직선형으로 배치된 독특한 구조를 이뤘다. 무섬마을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저택이며, 김낙풍이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조언자였던 친분으로 해우당 편액을 대원군이 썼다.
해우당에서 마을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인 박천립 가옥에 도달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까치구멍집으로 앞뒤가 통하는 양통집이다. 이 가옥은 앞의 봉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부엌을, 왼쪽에는 사랑채를 둔 구조이며, 뒤쪽에는 마루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안방이, 왼쪽에 상방이 있다. 마구간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사랑방이 놓인 특색 있는 구조다.
박천립 고택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만죽재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으로, 무섬마을 입향시조 박남 박씨 수(?)가 지은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 93호다. 본래 당호는 ‘섬계초당(剡溪草堂)’이었으나 8대손이 중수를 하며 당호를 ‘만죽재’로 바꾸었다.
무섬마을 중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고택으로 마을 대부분 가옥들의 사랑이 우측에 있는 것에 반해 좌측에 독립된 사랑을 둔 것이 특징이다.
1999년 경북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김위진 가옥은 무섬마을 아랫마을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며, 19세기 말에 지어진 집이지만 마구간이 주택에 지어졌고 옛날식 평면구성을 따르고 있는 전통 한옥이다.
무섬마을은 천천히 둘러보아도 2시간이면 충분하니 선비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영주의 다른 곳들을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무섬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은 이산면 석포리에 위치한 흑석사.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으며, 국보 제282호 목조아미타불좌상, 보물 제681호 석조여래좌상을 보유하고 있다.
흑석사에서 약 26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희방사는 소백산 기슭에 위치한 사찰로 신라 선덕여왕 12년 두운대사가 지은 절이다. 절 입구의 희방폭포는 내륙 최고의 폭포이며 그 아래 희방계곡은 영주시민들의 휴양지로 인기다.
희방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죽령옛길은 신라 아달라왕 5년에 길이 열린 후 1900여 년 동안 조상들이 오르내린 길이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이 길은 1999년 산책코스로 탈바꿈되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영주의 대표 문화유적인 소수서원과 선비촌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소수서원은 풍기군수 신재 주세붕선생이 고려 말 건립한 백운동서원에서 비롯되어 임금이 현판을 하사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소수서원과 맞닿아 있는 선비촌은 선비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고 각종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를 알 수 있는 곳으로 한옥체험도 할 수 있다.
소수서원에서 북쪽으로 약 15km에 위치한 부석사는 최순우 저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주인공, 한국 건축의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는 무량수전이 자리한다.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대사가 나라의 시련을 극복하고 화엄의 도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운 절이다.
경내에는 신라시대 유물인 국보 제17호 무량수전 앞 석등, 보물 제220호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249호 삼층석탑, 보물 제255호 당간지주가 있고 고려시대 유물인 국보 제18호 무량수전, 국보 제19호 조사당, 국보 제45호 소조여래좌상, 국보 제46호 조사당벽화, 보물 제735호 고려각판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 보고이다.
영주 인근의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도 물돌이 마을이다. 안동 하회마을은 영주에서 약 48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낙동강의 지류가 S자로 마을 주변을 휘돌아 나가는 지형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예천 회룡포는 무섬마을에서 흘러간 내성천이 이곳으로 이어져 마을 주위를 350도 돌아 나가는 지형인데, 그 모습이 마치 용이 마을을 휘감는 듯하여 회룡포라고 한다.
회룡포는 인근 비룡산의 전망대에서 그 경관을 뚜렷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문의전화
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639-6062
[최은남 기자] cen@dailypot.co.kr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최은남 기자 ce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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