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의 가볼만한 곳 [1] 전남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오계리
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의 가볼만한 곳 [1] 전남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오계리
  • 최은남 기자
  • 입력 2010-07-27 11:52
  • 승인 2010.07.27 11:52
  • 호수 848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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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제림(맨위) - 죽순화와 죽순나물이 있는 대통밥정식 - 쭉쭉 자라 오른 죽순, 아직 댓잎이 없는 것이 올해 자란 대나무이다.(아래 좌) - 땅 위로 솟은 만큼 땅속에서도 묻혀 있다.

“가족끼리 여름 녹이는 메타세쿼이아 길 걷다”

대나무골 담양의 여름은 무척이나 분주하다. 우후죽순, 바로 죽순 때문이다. 비 개인 날, 방문을 열고 귀 기울이면 사라락 사라락 죽순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많은 죽순이 솟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 최대 150cm를 자란다는 죽순이 땅 위에 쌓인 댓잎을 밀치고 빠르게 자라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대밭출입이 금해진다. 행여 실수로라도 죽순을 밟아 다치게 할까 싶어서다. ‘대나무밭 세 마지기면 부럽지 않은 부자다’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대나무는 담양사람들의 중요한 농산물이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죽물시장이 한창이던 옛 담양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그 귀한 죽순이 죽순나물, 죽순회, 죽순된장국, 죽순전 등 다양한 음식으로 변신하여 담양 대나무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긋하고 구수한 향과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 등 운치 있고, 내력 깊은 숲도 초록이 한창이다.

비 개인 날, 방문을 열고 앉아 귀 기울이면 사라락 사라락 죽순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며, 하루 최대 150cm를 자란다는 죽순이 땅 위에 쌓인 댓잎을 밀치고 솟아오르며 내는 소리이다. 이 소리는 죽순을 밟을까봐 대밭에 들어설 수 없었던 담양아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이기도 했다. ‘대나무밭 세 마지기면 부럽지 않은 부자다’라고 했을 만큼 대나무는 담양사람들의 모든 생활에 연관되어 있었다. 대나무가 많아야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죽물시장이 한창이던 때, 담양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던져두고 제일먼저 대나무바구니를 짰다고 한다. 정해진 양만큼의 대바구니를 짠 후에야 학교 숙제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쪼개놓은 대나무를 온 가족이 엮어 바구니를 만들고, 다시 아버지 손에 의해 마무리되어 하나의 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가족 안에서도 전문분야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만든 바구니는 부모의 손에 들려 장날, 시장에서 팔려나갔다. 그날은 아이들에겐 축제였다. 가방을 맨 채 시장으로 어머니를 찾아가면 새 옷과 맛있는 국수가 주어졌으며, 지금도 담양오일장이 서는 관방천변에 국수거리가 있다.

장날, 어머니의 손에 들려 온 맛있는 음식들은 대밭 냉장고에 보관했다. 햇살이 바닥까지 닿을 수 없는 대밭은 숲 밖의 온도보다 4~7℃ 정도 서늘했기 때문이다.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의 습성상 계곡을 끼고 있는 곳이 많아 대숲 안 물가에 항아리를 묻으면 더없이 좋은 냉장고가 되었으며, 대숲에서 많이 발생하는 음이온도 음식의 싱싱함을 유지하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대밭을 가지고 있어도 죽순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집장가를 보내줄 귀하디귀한 대나무를 하나라도 더 길러야 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죽순을 감싸고 올라왔던 죽순 껍질이 옷을 벗으면 그것을 주워 방석을 짜고, 대나무의 겉껍질을 얇게 벗겨 한약재로 쓰고, 대통을 곱게 쪼개 바구니를 짜고, 나머지 조각들은 모아 불을 때는 데 사용했다. 그렇다보니 어쩌다 하나씩 먹을 수 있었던 죽순은 휘어져 올라와 달리 사용할 데가 없는 것들이었다. 곧게 자랄 수 없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죽순만 캐어 먹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양에는 많은 죽순요리가 있다. 죽순을 썰어 들깨와 찹쌀가루를 넣어 만든 죽순나물, 고추장의 매콤한 맛과 우렁이의 쫄깃한 식감이 죽순과 어우러지는 죽순회, 얇게 저민 죽순에 가루를 입혀 부쳐내는 죽순전, 된장국의 구수함을 더해주는 죽순된장찌개, 투명하고 쫄깃하게 조려낸 죽순정과 등이 그것. 임금님만 드셨다는 죽순요리를 담양에서 늘 먹을 수 있게 된 건 담양의 죽물시장이 문을 닫고, 죽세공품이 중국산에 밀려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된 10여 년 전부터이다. 최근엔 혈압을 낮추는 약리효과와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식품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담양 대나무의 명성을 잇는 새로운 상품으로 죽순이 떠오르고 있다.

죽순은 땅을 밀치고 올라와 40일이면 다 자라 대나무가 된다. 그 후엔 꼿꼿이 선채 속살을 찌운다고. 최상의 대나무는 3년생. 제법 튼실하게 속이 찬 대나무이다. 대나무는 땅 속에서부터 나무의 굵기가 정해진다. 죽순으로 솟아오른 굵기 그대로 자라는 것. 죽순을 쪼개보면 그 안에 이미 대나무의 형질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담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나무는 맹종죽과 왕대, 분죽이다. 모두 대나무바구니를 짤 때 사용되었던 종류였으나 이젠 죽순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대나무들이다. 그중 담양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나무는 ‘분죽’이다. 솜대라 불리는 분죽은 대나무 공예품을 만들 때 곱게 쪼개 면을 메우던 것으로 가장 많은 양이 필요했던 종류이다. 그렇다보니 담양 대나무의 대부분을 분죽이 차지한다. 담양사람들은 분죽의 죽순이 맛도 가장 좋다고 한다. 아삭거리며 씹히는 식감이 좋고 구수한 향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담양죽순을 도시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상품화하고 있는 곳이 있다. 담양죽순영농조합법인이다. 이곳에서 대밭을 가진 농민이 채취해 오는 죽순을 수매한 후, 바로 껍질을 벗기고 삶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진공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것. 덕분에 1년 내내 도시에 앉아 죽순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담양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초록이 지천인 숲을 찾는다. 그들이 찾아가는 첫 번째 숲은 대숲이다. 담양 대숲의 대표장소인 죽녹원은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282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2003년 5월, 담양군청이 담양천과 맞닿은 성인산 자락의 오래된 대숲을 사들여 만든 장소로 약 16만㎡(약 5만평)나 된다. 숲이 크니 대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의 길이도 길다. 입구를 들어서 운수대통 길,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주제를 가진 길이 2.2km나 이어지고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음이온과 산소를 마시며 죽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담양에는 오랜 전통이 담긴 아름다운 숲도 있다. 담양천 남쪽 둑을 따라 1.5km 가량 이어지는 관방제림이다. 이 숲은 원래 조선 인조 때인 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숲이 무성한 둑을 만든 것은 철종 때인 1854년이다. 담양부사 황종림이 관비를 들여 연인원 3만의 인력을 동원해 지금 같은 둑을 쌓고 나무도 심었다고. ‘관방제’라는 이름도 그때 붙여진 것. 관방제의 숲은 홍수로 인해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호안림(護岸林)이다. 숲에 가장 많이 심겨진 나무도 뿌리를 깊게 뻗어 흙을 단단히 부여잡을 수 있는 푸조나무이다. 푸조나무와 함께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700여 그루 심겼다고. 지금껏 남아있는 것은 400여 그루 남짓이다.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관방제림은 학술적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관성교 오른쪽의 숲이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다. 숲길을 따라 관방천변을 걸으면 180여 그루의 노거수가 만든 거대한 초록터널을 지나게 된다. 수령 300~400년의 고목이 즐비해 그늘도 넓다. 온종일이 앉아 있어도 햇살이 스며들지 않는 장소인 관방제림. 나무그늘 아래 놓인 벤치와 평상은 담양사람들의 쉼터이자, 담양을 찾은 여행자들의 쉼터이다. 그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살랑거리는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거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문의전화
박물관앞집 061)381-1990
담양죽순영농조합법인 061-382-1234

[최은남 기자] cen@dailypot.co.kr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최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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