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자락 고택에서의 하루 구림마을

일본 아스카문화의 시조인 왕인박사와 풍수지리 대가인 도선국사를 배출한 구림마을은 거대한 기덩어리인 월출산을 병풍삼아 기품 있게 자리한 마을 내 고택에서 뜨끈한 구들장을 지고 하루를 보낸다면 오묘한 산의 정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라’란 의미의 안용당은 340년 역사를 품은 한옥민박집으로 서까래와 황토구들장을 보면 소박한 한옥의 정서에 푹 빠져들게 된다. 장독대, 산책로, 호수가 울창한 숲과 함께 어우러져 근처가 거대한 삼림욕장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450년 동안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단정하고 규모가 커서 단체여행객이 머물기에 적합하다. 왕인박사유적지, 도갑사가 가까이 있어 답사여행지로 손색이 없으며 짱뚱어탕, 갈낙탕 등 남도별미는 영암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월출산은 사방백리에 큰 산이 없어 들판에 마치 금강산을 떼어다 놓은 듯한 장대한 돌산으로 지상의 기를 모아 하늘로 솟구치는 형국이어서 흔히 영암을 ‘기의 고장’이라 부른다. 좋은 기가 모이는 곳에 인물도 많아 구림전통마을은 일본에 천자문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대가인 도선국사를 배출한 곳으로 전통 기와집과 정자, 정겨운 흙담과 가마터 등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월출산의 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월출산이 훤히 보이는 고택에서 뜨끈한 구들장을 지고 하루를 보낸다면 월출산의 정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라’란 의미의 안용당은 340년 역사를 품은 한옥민박집으로 서까래, 쪽마루, 황토구들장 등 그윽한 한옥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마당의 텃밭에서 갓 따온 푸성귀로 아침상을 차려도 좋고 너른 평상에 둘러 앉아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보면 한옥이 주는 소박한 정서에 푹 빠져들 것이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취하며 고택 뒤 대숲을 거닐기도 하고 죽정루에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눠도 좋고 내친김에 왕인박사유적지까지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세상의 묵을 때가 씻겨나가는 듯하다. 죽정서원이 가까이 있으며 투박한 장독대, 벚꽃산책길, 호수에 비친 파란 하늘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집 주변을 거대한 삼림욕장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2인실, 4인실은 물론 별채도 한옥이어서 가족여행객에게 적합하며 문화생활에 몸에 밴 여행자들을 위해 양변기, 샤워장, 싱크대, 컴퓨터 등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월출산자락 구림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다수결 투표 등 민주적인 원칙으로 450년간 전통을 이어온 주민자치조직인 대동계다.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도시인에게 한옥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마당이 넓고 3개의 방을 하나로 연결해 교육강당으로 활용할 수 있어 단체여행객이 머물기에 그만이다. 현대식 욕실과 입식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반듯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대동계사의 자랑이다. 사전예약(체험문의:010-4472-0939)시 종이공예, 전통혼례, 떡메치기, 짚풀공예 등 전통체험까지 가능하다. 고택 옆 육우당정자의 현판은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구림마을 황토돌담길을 걸으면 2200년 동안 품었던 옛이야기가 피어오른다. 고목아래 회사정은 거지꼴로 찾아온 박문수의 일화가 서려 있으며 영암에서 삼일독립운동이 가장 먼저 일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국사암은 비둘기의 보호를 받고 성장한 도선국사의 탄생설화가 깃든 바위로 비둘기 ‘구(鳩)’자를 써서 이곳 지명이 구림이 되었다. 마을초입의 상대포는 백제시대 국제 무역항으로 405년 왕인박사가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며 이 포구에서 배를 타고 영산강을 따라 바다로 나가 일본에 문물을 전했다고 한다. 이밖에 죽정서원, 국암사, 죽림정, 호은정 등 12개의 정자와 전통가옥을 기웃거리며 시간여행을 즐겨도 좋다.
8~9세기 도기가마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구림마을에는 폐교를 근사한 한옥으로 리모델링한 도기문화센터가 월출산을 배경으로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약을 사용한 구림도기를 재현하기 위한 예술공간으로 전시실에는 가마터출토도기와 생활도기를 볼 수 있으며 체험장에는 컵과 접시에 채화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핸드페인팅체험, 옛 토기제작기법을 사용한 도자기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구림마을의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 잡은 왕인박사유적지는 왕인의 탄생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다. 왕인박사의 탄생지로 알려진 성기동은 월출산 자락에서 가장 기가 센 곳으로 바위 위에 앉아 명상에 빠져 볼 만하다. 이곳에는 집터의 기단 부분과 주초, 담장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聖泉)에는 성분 좋은 약수가 콸콸 쏟아지며 월출산 중턱에는 박사가 공부했다고하는 책굴과 왕인박사의 수학장소인 문산재 그리고 담소를 나누었던 양사재가 구림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입구에서 왕인석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서해 최고의 노을을 감상할 수 길이다. 망월정은 월출산의 달오름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곳까지 오르는 계단에는 천자문이 새겨져 있어 한문 공부를 하면서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지금은 영산강 하구둑 때문에 옛말이 되었지만 독천의 갯벌은 세발낙지가 많아 낙지의 원조로 이름 날렸다. 집에서 손질한 한우갈비에 신선한 낙지와 대파 등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인 갈낙탕은 깊은 맛과 시원한 국물이 끝내준다. 갯벌에만 서식하는 짱뚱어는 일광욕을 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으며 과식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 특히 잡힌 뒤에도 몸에 상처만 없다면 한달을 산다고 해서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싱싱한 짱뚱어에 갖은 양념을 넣고 추어탕처럼 푹 끓이면 국물 맛이 진하고 개운한 보양식이 된다. 이밖에도 영암에는 6천 원짜리 백반을 시켜도 해산물이 가득한 반찬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문의전화
영암군청 문화관광과:(061)470-2224
[최은남 기자] cen@dailypot.co.kr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온 가족 한옥에서 하룻밤”이라는 테마 하에 2010년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대숲소리와 흙돌담이 어우러지는 천년 한옥마을(전라남도 함평)”, “봄이면 매화향기 그윽하게 퍼지는 고가마을(경상남도 산청)”, “600년 조상의 숨결을 느끼다, 안동 군자마을(경상북도 안동)“, “거대한 기덩어리인 월출산 자락 고택에서의 하루, 구림마을(전라남도 영암)” 등 4곳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최은남 기자 ce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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